이우열 박사의 슬로 경제

▲ 7월 16일 서울 명동에서 제주도 관광 홍보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모습.[사진=뉴시스]
‘여름휴가는 국내로 가자’는 캠페인에 이주열 한은 총재까지 나선 걸 보면 내수 부진이 심각하긴 한 모양이다. 그는 최근 경제동향간담회에서 “6월에만도 외국인 입국자가 53% 감소됐다”면서 메르스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으로 올 GDP성장률이 0.2%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또 “외국인 관광객 유치 노력과 함께 가급적 휴가를 국내에서 보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름휴가 시즌이다. 무더위에 지친 심신을 달래고 재충전할 때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들끼리 모처럼 집과 사무실을 떠나 피서 여행길에 오르느라 분주하다. 어떤 사람들은 해외여행을 떠나고 또 어떤 이들은 국내 여행길에 나선다. 해외면 어떻고 국내면 어떠랴. 모두 자기 취향과 형편에 맞춰 대개 3~4일 정도의 휴가를 멋지고 보람차게 보내고 돌아오면 그뿐 아니겠는가.

그런데 올해는 여름휴가 양상이 예년과 좀 달라졌다. ‘여름휴가는 국내로 가자’는 캠페인 때문이다. 거의 전방위全方位에 걸쳐 벌어지고 있는 이 캠페인이 사람들의 발길을 어느 정도 국내로 돌리게 하는 효과를 낳는 것 같다. 캠페인에는 정부나 지자체, 정당, 한국은행, 전경련 등 소위 내로라는 기관·단체 및 대기업들이 앞장서고 있다. 민간보다 관청이 더 목소리를 높이는 소위 ‘관官 주도형 캠페인’이란 느낌마저 들지만 무슨 상관이랴.

나라 경제를 돕자는 일에 반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캠페인은 캠페인이고 내 휴가는 내가 알아서 결정하는 거니까 문제될 것도 없을 것이다. IMF 환란 때의 금 모으기 캠페인에 비유하긴 좀 뭣하지만 그래도 나라 경제를 생각하는 마음들이 엿보여 좀 짠해진다. 이번 캠페인이 매우 사적인 나의 휴가가 나라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일깨워주고 있다.

목적은 ‘내수內需 살리기’다. 메르스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유통ㆍ관광업을 돕고 꺼져만 가는 내수 불씨를 살려보자는 취지다. 휴가를 가면 교통과 숙박비, 식음료·레저비 등으로 돈을 쓰게 된다. 가고, 오고, 먹고, 자고, 노는 데 드는 비용이다. 최근 한국교통연구원이 9100가구를 대상으로 올여름 휴가 계획을 조사한 결과가 재미있다. 일단 조사대상의 절반 이상(54.1%)이 생업과 비용 등을 이유로 여름휴가 계획이 없다고 답변했다. 휴가를 가겠다는 응답자는 22.2%였다. 휴가 응답자의 91.4%는 국내 휴가를, 8.6%는 해외여행을 할 것으로 조사됐다.

여름 휴가비만 2조원 ‘훌쩍’ 추정

1인 가구의 증가로 우리나라 총 가구 수는 2000만을 웃돈다. 가구당 평균 가구원은 약 2.5명. 휴가 기간은 2박 3일이 제일 많고(44.1%), 휴가 비용은 가구당 국내 64만원, 해외 43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통계를 이용해 약식으로 국내에 뿌려지는 여름 휴가비를 추산해 보니 무려 2조6000억원 상당에 이른다. 적은 돈이 아니다. 하기야 이번 캠페인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휴가지를 해외에서 국내로 바꿨는지가 궁금하긴 하다. 국내 휴가자는 7월 마지막 주 28.5%, 8월 첫 주 38.2% 등 이 두 주간에 66.7%가 떠나는 걸로 조사됐다. 8월 둘째 주에는 8.7%가 떠난다고 답했다. 자가용 등으로 주로 동ㆍ서ㆍ남해안(약 60%)에 놀러 갈 계획이었다.

캠페인에 이주열 한은 총재까지 나선 걸 보면 내수 부진이 심각하긴 한 모양이다. 그는 최근 경제동향간담회에서 “6월에만도 외국인 입국자가 53% 감소됐다”면서 메르스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으로 올 GDP성장률이 0.2%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또 “외국인 관광객 유치 노력과 함께 가급적 휴가를 국내에서 보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내심 여름 휴가가 내수 회복의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는 얘기다.

각 부처 장관들이나 지자체장들도 저마다 국내 휴가에 나서는 분위기다. 제일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인 곳은 기업들이었다. 이들은 전통시장과 농촌 살리기에 초점을 맞추었다. 삼성그룹은 300억원 규모의 전통시장 상품권을 협력회사나 용역회사 직원들에게 지급했다. 현대차그룹은 100억원 상당의 전통시장 상품권을 임직원들에게 나눠주고 해외 딜러 국내 초청 행사를 확대했다. 한화그룹은 50억원 정도의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해 휴가에 나서는 임직원들에게 10만원씩 지급했다. 국내 여름 휴가를 통해 더위에 지친 심신을 추스르고 모처럼 내수 살리기에도 일조할 때로 보인다.
이우열 경영학 박사 ivenc@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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