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한 이경하 JW중외제약 회장

▲ 창립 70주년을 맞은 JW중외제약의 키를 오너 3세인 이경하 회장이 맡았다. 험한 풍랑을 슬기롭게 헤쳐나갈지 주목된다.[사진=뉴시스]
8월 1일자로 JW중외제약 이경하(52)號가 망망대해茫茫大海를 향해 출항했다. 1일 선장 자리에 오른 오너 3세 이경하 회장이 70년 장수기업 JW중외제약의 최종 책임자가 된 것. 오너 2세 이종호(84) 명예회장은 50년 만에 선장 자리를 아들에게 완전히 넘겨주고 2선으로 물러났다. 토종 수액제(링거) 명가인 이 회사는 최근 몇 년간 정체 위기를 겪어 왔다. 고급 신약과 글로벌화에 승부를 건 이경하號가 과연 순항할지 주목된다.

JW중외제약은 국내 제약업계에서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중견 제약회사다. 연 4000억~5000억원대의 매출로 한때 업계 5~6위를 다투기도 했지만 지난해엔 10위(매출 기준)로 후퇴했다. 업계는 이 회사의 수액제 매출이 제자리걸음을 걷는 등 전통적인 효자품목들의 판매부진을 그 이유로 꼽는다. 매출부진을 만회할 만한 신약 등 새 성장동력 발굴에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한 것도 이유로 거론된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JW중외제약 매출은 2012년 이래 답보 상태다. 2011년 4310억원에서 2012년 3971억원, 2013년 3942억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엔 4128억원으로 약간 반등했다. 물론 매출이 떨어져도 순이익만 잘 내면 된다. 매출부진이 대개 순이익 감소로 이어진다는 게 문제다. 이 회사의 당기순이익(연결 기준)은 2011년 98억원 적자에서 2012년 204억원 적자로 그 폭이 커졌다. 2013년 23억원 흑자, 2014년 14억원 흑자로 전환하긴 했지만 썩 좋은 성적은 아니었다(그래픽 참조).

창립 7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기에 오너 3세인 이경하 사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 험한 풍랑 속에서 JW중외제약號가 순항할지, 아니면 난파 위기로 계속 고생할 것인지는 이제 선장 이경하 회장의 항해 솜씨에 달렸다. 재계는 이 회장이 ‘준비된 오너 선장’인 만큼 기대하는 분위기다. 성균관대 약학과를 나온 그는 1986년 JW중외제약에 입사했다. 그 후 지역 영업담당과 마케팅본부장, 신약연구소장 등을 거치며 경영 수업을 받았다.

 
경영 수업 30년 만의 승계

2001년 JW중외제약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후계수업을 공식화했고 그룹 경영 전반을 총괄하기 시작했다. 2009년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번에 입사 30년, 대표이사 15년, 부회장 6년 만에 회장 자리를 이어받아 완전한 3세 체제를 가동시킨 셈이다. 50년간 경영권을 행사해온 오너 2세 이종호 회장이 후선으로 물러나면서 오너 3세 이경하號가 출항의 뱃고동을 울린 것. 국내의 많은 제약업체 오너 2·3세가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경영권을 물려받은 것에 비하면 그는 준비 기간이 무척 길었다. 부친 이종호 회장 밑에서 30년에 걸쳐 상대적으로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았다는 업계 평가다.  

그는 사장이 되고부터는 부친 이종호 회장을 도와 경영 전반을 챙겨 왔다. 그런 면에서 최근의 회사 정체 위기에서 그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 업계는 그가 선장 준비 과정에서 표적 항암제 등 고급 신약 개발과 글로벌화로 방향을 틀었지만 실적 추수 단계까지는 못 갔다고 본다. 제약 산업의 특성상 연구개발 회임기간이 무척 긴만큼 획기적인 성과가 나올 때까지는 인내가 더 필요할지 모를 일이다. 

제약업계 오너 2ㆍ3세 경영자들이 대개 그렇듯 이 회장도 경영에 필요한 스펙을 많이 쌓았다. 평소 화학공부를 좋아해 회사 업業과 직접 관련된 성균관대 약학과를 나왔다. 그리고 입사 3년 후 미국으로 건너 가 드레이크대에서 MBA(경영학 석사) 공부를 하고 왔다. 최근 몇 년 새 국내 제약업계엔 오너 2ㆍ3세로의 경영권 교체 바람이 불었다. 1960년대생(50대)을 주축으로 한 ‘젊은 피 수혈’이 급속하게 이뤄진 것. 제약업계의 경영환경이 나빠지고 급속하게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스펙을 많이 쌓은 2ㆍ3세들이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오너 3세 중에는 이경하 회장(63년생)과 동아쏘시오홀딩스(동아제약 지주사) 강정석 사장(64년생), 일동제약 윤웅섭 사장(67년생) 등이 우선 꼽힌다. 이경하 회장은 제약업계 오너 3세들 중 맏형 격이다. 그만큼 경영 수업 기간이 길었다는 얘기다. 업계에 겸손한 경영자로 소문 난 그는 비교적 대외에 얼굴을 잘 알리지 않는 스타일이다. 외부 활동보다 묵묵히 경영에만 전념해온 대학교수 같은 분위기의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오너 1ㆍ2세들이 제약 영업을 강조한 나머지 얼굴을 많이 알리려고 한 것과는 대비된다.

최근 제약업계 오너 2세 경영권 승계자는 대웅제약 윤재승 회장(62년생)과 광동제약 최성원 부회장(69년생) 등이 대표적이다. 참고로 금융감독원이 공시한 2014년 매출액 기준 국내 10대 제약사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동아제약(동아ST 포함) 1조860억, 유한양행 1조174억, 녹십자 9753억, 한미약품 7612억, 대웅제약 7358억, 종근당 5441억, 광동제약 5209억, LG생명과학 4255억, 일동제약 4175억, JW중외제약 4128억원 등이다.

8월 8일 JW중외제약은 창립 70주년을 맞았다. 창업자 고故 이기석 회장은 1945년 광복 바로 직전 ‘조선중외제약소’란 이름의 회사를 차렸다. ‘생명존중’이란 기치를 내걸었고 지금도 그 정신을 잇고 있다. 광복 직후와 6ㆍ25전쟁 혼란기에 ‘20% 포도당’ ‘50% 포도당’ 형태의 주사액을 수입하거나 자체 생산해 많은 인명을 구하는 데 기여했다.

1959년 지금과 같은 형태의 수액 국산화에 성공해 오늘에 이른다. 그 때문인지 병의원 침대에 매달린 5% 포도당 등 ‘중외제약 링거’는 우리들에게 상당히 친숙한 제품이 됐다. 지금도 국내 수요의 40% 안팎을 차지할 정도로 메이저 제품에 속한다. 세계에서도 다섯 손가락 정도에 꼽힌다고 한다. 2013년 7월 세계 3대 글로벌 수액 회사인 ‘박스터’와 영양수액 독점수출 계약을 맺은 게 그것을 대변한다.

 
이경하號 ‘중외’ 순항할까

이처럼 JW중외제약은 국내 수액 및 치료제 시장을 탄탄하게 지켜왔고 친환경ㆍ생명존중 등 회사 이미지도 비교적 좋아 지속가능한 제약회사로 꼽혀왔다. 지난 2011년엔 ‘제2도약’의 발판 마련을 위해 CI도 중외홀딩스에서 JW홀딩스로 변경했다. 그로부터 5년간 획기적인 신약 개발과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는 가운데 실적 향상에 전력을 기울여 왔지만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한 형국이다.

제약업계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170% 안팎(2014년말 기준)의 부채비율도 경영 압박요인으로 지적받는다. 제약업계 최대인 당진공장 건설을 위해 2008년부터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면서 재무구조가 나빠졌다. 업계 일부에서는 재무구조 개선이 힘든 만큼 차입금 상환을 위해선 유형자산 매각 등을 계속해야 할 것으로도 본다. 점유율 1위의 효자 제품 수액제가 매출 및 수익성 면에서 정체된 것도 걱정거리다.

경쟁 회사들이 밀고 오는데다 보험수가 적용으로 이윤이 남지 않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그래도 생산을 멈추지 않는 것은 창업 초기부터 표방해온 ‘생명 존중’이란 사시社是 때문이라고 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8월 1일 오너 3세 이경하號 출범의 의미를 이렇게 풀이한다. “창립 70주년을 맞아 변화 경영에 대한 실천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향후 책임경영체제를 강화하고 글로벌 헬스케어 그룹으로의 재도약을 위해 더욱 힘쓰겠다는 뜻이다.” 창립 70년을 맞아 JW대웅제약號의 새 선장이 된 그가 과연 어떻게 작금의 경영 난국을 헤치고 수성守成의 꿈을 이뤄 나갈지 주목된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i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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