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상품과 햇빛

▲ 부동산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전통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남향' 아파트의 인기가 늘고 있다.[사진=뉴시스]
부동산 시장에 ‘햇볕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된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남향’ 아파트의 인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오피스텔ㆍ상가와 같은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는 ‘북향’이 인기다. 햇빛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부동산 상품의 특징을 알아봤다.

우리 속담에 ‘남향南向집에 살려면 3대가 적선積善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에는 햇빛이 깊숙이 들어오는 남향집에 살기 위해서는 그에 상당하는 희생도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집을 구할 때 층이나 평면구조 못지않게 방향을 따진다. 최근에는 전세난으로 내집 마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남향 아파트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들이 남향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햇빛이 잘 들기 때문이다.

남향 아파트의 여름은 햇빛이 적게 들어와 시원하다. 반대로 겨울에는 깊숙이 해가 들어와 따뜻하다. 때문에 냉ㆍ난방비가 적게 들어 관리비 절감된다는 경제적인 장점이 있다. 또한 낮 시간에 채광이 잘돼 조명기구도 덜 사용하게 된다. 남향 아파트의 인기는 신규 청약시장이 증명했다. 올 4월 남향 위주로 전 가구를 배치한 ‘동탄2신도시 2차 푸르지오’는 567가구 모집에 3만3194명이 몰리면서 평균 58.5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는 역대 동탄신도시 공급 아파트 중 최고 청약접수 건수이다. 또한 전 가구를 남향 위주로 배치한 ‘부산 광안더샵’은 최고 1141대1, 평균 396대 1로 올 들어 최고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밖에도 ‘기흥역 지웰 푸르지오’는 남향으로 배치한 전용면적 84㎡(약 25평) B타입과 C타입이 동향으로 배치한 84㎡ A타입보다 인기가 높았다.

분양권 전매시장에서도 남향 아파트가 인기다. 지난해 12월에 분양한 서울 영등포의 ‘신길 래미안 에스티움’은 전용면적 59㎡(약 17평) 남향이 4억7750만원에 분양권이 거래됐다. 반면 같은 면적에 동향이었던 분양권은 4억4430만원(13층)에 그쳤다. 남향이 동향보다 3320만원 더 높게 거래된 셈이다. 남향을 선호하는 것은 지방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에 분양한 충청 아산 모종동의 ‘아산모종 캐슬어울림’ 1단지는 면적 59㎡ 남향의 분양권이 1억9590만원에 거래됐다. 동향(1억7770만원)에 비해 1820만원 더 높은 가격이다. 또한 부산 대연동의 ‘대연롯데 캐슬레전드’는 전용면적 84㎡ 남서향이 3억7070만원에 거래돼 동향(3억4200만원)에 비해 2870만원 더 높게 거래됐다.

내 집에선 햇빛 받고 살아야

하지만 최근에는 ‘아파트=남향’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파격적인 설계도 나오고고 있다. 남향을 선호하는 것도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어서다. 아예 일부러 ‘북향’으로 설계된 아파트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GS건설이 경기도 미사강변도시에 분양한 ‘미사강변리버뷰자이’는 전용면적 102㎡(약 30평) 40가구를 북향으로 배치했다. 한강을 잘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북향 거실 가구는 1순위로 마감됐고, 현재 시장에서 3000만원의 웃돈이 붙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수익형 상품인 오피스텔의 경우는 ‘북향’의 인기가 더 높다. 오피스텔의 거주자들이 대부분 맞벌이 신혼부부나 직장인이기 때문이다. 낮 시간에 집을 비우는 경우라면 굳이 남향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임대를 목적으로 해도 북향 오피스텔이 유리하다. 건설사들은 오피스텔 분양가 책정 시 일반적으로 북향과 남향의 가격차를 두지만 입주 후 임대료는 거의 대동소이해서다. 결과적으로 수익률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얘기다.

상가도 북향을 선호하기는 마찬가지다. 남향 상가보다 북향 상가의 매출이 더 좋아서다. 서울 주요 상권에 양쪽으로 늘어선 점포 중에 유독 성업 중인 점포는 대개 북쪽을 바라보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북향 상가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상품의 ‘전시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음식점이나 식료품장사나 의류 등 공산품을 판매하는 점포가 남향일 경우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아 식료품이 쉽게 변질될 우려가 있다.

또한 의류나 여타 상품 역시 변색의 위험이 있다. 햇빛으로 인한 손실을 피하기 위해 상품 진열대를 신문지나 천으로 덮으면 상품의 전시효과가 떨어진다. 더군다나 사람은 추운 날씨가 아니라면 대부분 직사광선에 노출된 공간은 꺼리게 된다. 특히 여성들은 피부 관리를 위해 햇빛에 노출되는 곳은 피하려는 성향이 있다. 고객의 접근성이 떨어지게 된다는 얘기다.

음식점 역시 남향보다 북향이 유리하다. 남향 상가가 퇴근하는 직장인을 유도하기 어려워서다. 남향 상가는 통상 동절기를 제외하고는 6시까지 해가 지지 않는다. 직장인의 퇴근 시간에도 햇빛이 들기 때문에 고객들이 남향 상가를 외면하게 된다. 또한 창문에 반사된 햇빛으로 매장 안이 잘 보이지 않아 접근성까지 떨어뜨린다. 반면 그늘진 곳에 있는 북향 상가는 실내ㆍ외 조명으로 인해 매장 안이 잘 들여다보이고 안정감을 준다는 게 전문가의 평가다.

햇빛 따라 다른 시세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빌딩 상가의 경우도 북향이 1순위로 꼽힌다. 냉ㆍ난방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들기 때문이다. 보통 외관이 유리로 된 남향 건물의 실내온도는 복사열 때문에 계절에 따라 2도 높거나 낮아 냉ㆍ난방비가 더 발생한다. 실제로 테헤란로 주변은 북향건물의 시세가 남향 건물보다 5%정도 높다는 게 인근 부동산 관계자의 설명이다. 햇빛의 많고 적음이 부동산 투자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는 얘기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 2002ct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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