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비만은 경제·사회적 문제에서 기인하는지 모른다. [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비만의 주범으로 패스트푸드가 낙인 찍힌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인은 필자에게 따지듯 묻는다. 햄버거의 구성인 고기, 채소, 밀가루 등은 평상시 우리가 먹는 음식일 뿐인데 왜 그런 오명이 붙었는지 알 수 없다고 말이다. 필자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자 고무된 그는 덧붙인다. 그 범주에서 빠져있는 떡이나 밥은 살 안 찌느냐고 말이다. 정확한 지적이며 일리있는 얘기다.

어찌 됐든 패스트푸드는 쫓기듯 내어주고 허겁지겁 먹는 음식이다. 한 끼니를 때우거나 어쨌든 배를 채워야 하는 상황이라 먹는 음식인데, 공교롭게도 값이 싸다 보니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게 됐다.  손수 차린 엄마표 밥상과 모든 가공식품은 자연에서 올라온 신선한 먹거리로 시작한다. 문제는 그 끝이 확연하게 다르다는 거다. 극도의 가공을 거친 패스트푸드 역시 가지고 있던 먹거리 본래의 모습을 찾기 힘들다.

값이 저렴하다지만 단일 상품만 그럴 뿐이다. 자극적인 맛을 즐기기 위해 음료나 감자튀김 등을 추가하면 가격은 금세 올라 식당의 밥 한그릇 값을 능가하기 일쑤다.  영양 밀도는 희박해지고 열량 밀도는 잔뜩 높아진 정크푸드에 우리가 탐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크푸드의 지배를 받는 이면에는 사회·경제적 문제 등 개인의 힘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있다.

여기서 패스트푸드 천국이자 비만 원조 국가인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사방이 뚱뚱한 사람들로 넘치는 미국에서 비만이 야기하는 각종 사회적 문제는 상상을 초월한다. 구급대원들에게 가장 골칫거리는 거대한 몸집의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일이다. 0.5t의 환자를 옮기기 위해 그가 쓰러진 화장실의 벽을 부순다든지, 건축자재를 운반하는 지게차로 침대를 옮기기도 한다.
 
고층에 거주하는 환자를 옮기는 과정에서 고가 사다리가 무너져 환자와 소방대원이 추락하기도 한다. 도대체 자유와 풍요의 상징, 미국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지난해 10월 다이어트 강의를 위해 필자가 뉴욕을 방문했을 당시의 일이다. 맥도널드 매장 안에서 한 남성이 빅 사이즈의 햄버거를 먹고 있었는데, 필자는 유리 벽을 사이에 두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볼 수 있었다.

뚜껑처럼 덮여 있는 빵을 열고 각종 소스를 듬뿍 뿌려댄 특대사이즈의 햄버거를 먹어 치우는데, 채 몇분이 걸리지 않았다. 슈퍼사이즈의 콜라를 들고 매장을 나오던 그 남성은 밖에서 자신의 식사를 관람하던 내게 익살스러운 미소까지 지어 보였다. 넉넉한 몸집과 달리 그 흑인 남성이 여유로운 식사를 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경비원 복장의 그는 아마도 근무교대 시간에 쫓겼을 것이다. 비만 역시 가난처럼 사회적 약자에게 대물림되는 것은 아닐까. 그 미소 뒤에 숨은 비만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다음호에서 좀 더 들여다보자.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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