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빈티지여행이 인기를 끌면서 동네의 원형을 보존하면서 재개발하자는 ‘도시재생’ 트렌드가 생겼다. 긍정적인 변화지만 나쁜 부산물도 생겼다. 가난을 파는 ‘못된 비즈니스’가 탄생한 거다. 도시재생 과정에 ‘주민배려’가 없어서다.

▲ 김경민 교수는 “도시재생 재개발은 주민과의 소통, 주민을 위한 인센티브 없이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사진=지정훈 기자]
빈티지 여행지로 꼽히는 이른바 ‘달동네’는 재개발이 필요하다. 주거환경이 너무 열악해서다. 다만 달동네들이 가진 무형의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재개발 논의도 ‘도시재생’에 맞춰 진행 중이다. 재개발 방향성만 놓고 보면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이 동네들이 ‘재개발 몸살’을 앓고 있다. 왜일까.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에게 물었다.

✚ ‘달동네’를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개발하자는 논의가 나온다. 어떻게 보나.
“나쁘지 않지만, 성공적이지는 않다.”

✚ 이유는 뭔가.
“가장 중요한 게 주민과의 소통인데 그게 빠졌다. 주민을 위한 금전적 인센티브도 없다. 그게 없이는 동의를 받기도 어렵다.”

✚ 좀 더 정확히 말해 달라.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의 예를 들어보자. 서울시는 ‘주거지 보전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한다. 이 지역을 살려 영화촬영지나 연극공연장, 창작마을 등으로 만들겠다는 거다. 취지는 좋다. 하지만 마을주민과의 소통을 통해 동의를 얻지 않았다. 마을의 수익성, 세입자의 주거안정도 함께 고려하지 않았다. 박원순 시장조차 비전을 제시하고 따라오라고만 했다. LH공사에 따르면 사업성까지 의문시되고 있다. 주민들이 재개발이 지지부진하다며 서울시를 성토하는 건 이 때문이다. 이를테면 관官 주도의 개발인데, 오세훈 전 시장과 다를 게 뭔가.”

✚ 좀 더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건가.
“그렇다. 서울 성수동은 현대해상의 지원 아래 사회적 기업들이 들어서면서 살아난 지역이다. 하지만 이게 성수동의 지역커뮤니티를 무너뜨렸다. 집값이 뛰어 건물주는 좋아했지만, 세입자는 쫓겨나게 생겼다. 이런 건 도시재생이 아니다.”

✚ 소통이 잘 된 사례를 꼽는다면.
“경남 통영 동피랑마을이다. 사전에 주민 동의를 얻었고, 가게들을 만들어 수익금을 지역 발전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이 몰려올수록 지역이 활성화된다. 때문에 이 지역 주민은 외부인을 반긴다.”

 
✚ 외국에도 이런 성공사례가 있나.
“조금 다른 사례지만,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있는 브로드웨이는 애초 포르노산업과 매춘이 성행하던 슬럼가였다. 그런데 이 슬럼가를 관광상품화해서 성공했다. 토지주 연합, 상점주 연합, 거주자 연합 등이 소통하면서 타협점을 찾고 경제활성화지구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후 집값도 오르고 경제는 번영하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중요한 건 소통이 브로드웨이를 재탄생시켰다는 점이다.”

✚ 주민들이 ‘도시재생’을 반대한다면.
“그럼 어쩔 수 없는 거다. 그걸 무시하고 진행하면 성공할 수 없다.”

✚ ‘도시재생’ 재개발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라는 건가.
“방법의 차이다. 특히 지속성장 가능한 경제성이 뒷받침되지 않거나 비용 대비 효과가 없다면 과감하게 주거환경 개선에만 초점을 맞춰도 되는 것 아니겠나. 재개발을 왜 하는가. 애당초 재개발은 이해관계보다는 주민의 삶 개선이 우선이다.”

✚ 원주민보다 이주민이 많은 듯한데, 이들의 이해관계도 고려해야 한다고 보는가.
“원주민이든 이주민이든 그들은 여전히 저소득층의 약자다. 당연히 보호해줘야 할 대상이다. 원주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해관계에서 배제하는 건 옳지 않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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