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서 발 뺀 한국은행

▲ 위안화 평가절하 등이 변수로 떠오르면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두달 연속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막판에 중국발 ‘위안화 쇼크’가 변수로 떠올랐지만 금통위원들은 만장일치로 동결을 결정했다. 이번 금리 동결은 전혀 예상 밖의 선택은 아니었다. 금융 시장에서는 이미 동결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한은이 지난 6월 ‘메르스’ 사태의 여파로 금리를 선제적으로 낮춘데다 정부의 추경 편성까지 고려했을 때 금리를 추가로 내릴 만한 뚜렷한 요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 경제는 수출에서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메르스 사태 소멸로 소비와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개선되면서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7월 소비자심리지수와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메르스 직격탄을 맞은 6월에 비해 소폭 나아진 모습이다. 특히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둔 상황에서 인하 카드를 꺼내기는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자금이탈 등으로 금융시장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고, 이미 1100조원을 넘어 매달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까지 고려하면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던 중 기습적으로 단행된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하는 한은의 통화정책방향을 뒤바꿀 만한 변수로 떠오르는 듯했다. 주가가 하락하고 환율이 크게 흔들린데다 우리 수출 경쟁력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터져 나오면서 금리 인하로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환율을 금리정책으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온 한은은 이번에도 금리 인하 등 즉각적인 대응보다 시간을 두고 흐름을 지켜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수출 경쟁력이나 자본유출 측면에서 영향을 나타내겠지만 이 영향은 상당히 복합적”이라며 “수출이나 자본흐름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 앞으로 위안화 환율이 어떻게 진전되느냐 여부를 지켜보며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될 경우 시장에서의 추가 금리인하 압력은 계속되겠지만 당분간 한은은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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