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복의 까칠한 투자노트

▲ 투자는 시점이 중요한데, 펀드 판매기간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올해 초 중국펀드의 수익률은 대단한 기세로 치솟았다. 그 기세는 상반기 펀드시장을 강타했다. 그런데 돈을 벌었다는 이들이 많지 않다. 일반인 중에는 특히 없다. 고점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이들이 많아서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 무모한 ‘고점 베팅’이 꼭 일반투자자만의 잘못일까.

올해 초 중국펀드의 수익률이 상승한 가장 큰 원인은 2014년 11월 17일부터 실시된 후강퉁沪港通에 있다. 상하이거래소와 홍콩거래소간 교차거래를 통해 중국주식 직접투자가 가능해지면서 중국주식으로 투자자금이 몰려든 것이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주식이나 펀드의 상승 초기에는 투자를 안 하다가 막차를 타거나 본의 아닌 장기투자로 손실을 입는다는 거다.

이때도 마찬가지였다. 연일 상승하던 중국펀드와 주식의 수익률은 올 7월 들어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했다. 주가 상승 초기에 매수를 해서 이익을 실현한 투자자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는 손해를 봤다. 중국펀드와 주식이 급상승하던 2분기에 수익률을 보고 따라갔기 때문이다. 투자 시기도 중국증시의 고점에 몰려 있었다. 개미투자자의 전형적인 실패사례다.

제로인에 따르면 7월 31일 기준 중국펀드 주식형에 투자한 투자자의 최근 1년간 수익률은 18%였지만 최근 1개월 수익률은 -8%였다. 대부분의 손실이 올해 들어 발생했다는 얘기다. 후발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었다는 방증이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는 투자손실의 원인을 일반투자자의 무지함ㆍ광기 등에서 찾았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100% 일반투자자의 잘못으로 돌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일반투자자에게 이미 나온 수익률을 보여주며 금융상품(특히 투자형 상품)을 권하는 거대 금융회사의 행태에 더 큰 문제가 있다.

일단 일반투자자들이 특정 펀드를 매수하는 경로(process)를 살펴보자. 지난해부터 중국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산운용사들도 중국펀드를 설정하고 판매하기 시작했다. 자산운용사들의 펀드설정은 어느 한 기간에 국한되기보다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이렇게 설정된 펀드가 일반투자자들에게 판매되는 시점에서 예기치 않은 상황이 펼쳐진다.


예컨대 올 1월 1일 중국 ○○펀드를 한 자산운용사에서 론칭(펀드 설정)했다고 치자. 펀드의 설정고가 높아야 수수료가 증가하므로 자산운용사는 은행 등 거대 금융회사에 판매를 요청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금융회사가 해당 펀드를 창구에서 판매하기까지는 최소한 2~3개월이 소요된다.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서다. 판매인 교육도 필요하다. 이런 과정들이 고객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신중한 과정이라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사이 해당 펀드의 수익률이 고점을 향해가고 있다면 어쩔텐가.

돈을 벌었다는 소문이나 신문ㆍ방송 등을 통해 정보를 제공받을 가능성이 큰 일반투자자로선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투자형 상품의 가격이 미친 듯이 상승하는 걸 확인한 후에야 해당 상품에 가입하는 투자 행태가 반복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회사가 투자형 상품을 권할 때 한번 더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당 상품은 끝물일 가능성이 커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 칼럼에서 이 질문의 답을 찾으려 한다.
이병복 금융산업평가 컨설턴트 bblee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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