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의 이상한 M&A 전략

▲ 올해 상반기 한국타이어의 타이어 사업 부문 실적이 감소했다.[사진=뉴시스]
한국타이어가 인수ㆍ합병(M&A)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유는 부진의 늪에 빠진 ‘타이어 부문’에 있다. 본업의 부진을 M&A 전략으로 만회하겠다는 게 이 회사의 전략인 셈이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전공과목에서 깨졌는데, 부전공으로 승부를 거는 게 말이 되느냐’는 거다.

한국타이어는 국내 타이어 시장에서 판매 기준 점유율 1위 기업(40%)이다. 글로벌 불황 속에서도 2013년과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기며 승승장구했다. 올해는 다르다. ‘펑크’ 한번 내지 않고 내달리던 한국타이어의 올 2분기 매출(1조6199억원)과 영업이익(2011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 20% 줄어들었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과 내수시장의 침체다. 타이어 시장의 경쟁 심화로 판매가격이 떨어진 것도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환율도 실적부진 이유로 분석된다.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에서도 내수경쟁이 심각해져 판매가 인화와 판매량 정체가 전망된다. 북미의 경우 중국산 타이어 반덤핑 수혜가 예상되지만 중국과 국내의 이익 감소를 상쇄할 수준은 아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시장은 고객사 휴가와 임단협으로 신차용타이어 수요가 줄고 엔화, 유로화 하락으로 수입타이어 유통이 늘고 있어 부담”이라며 “미국시장의 성장세가 예상되지만 반작용으로 중국 내수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타이어가 최근 인수ㆍ합병(M&A)에 몰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타이어를 뒷받침할 만한 사업군을 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한국타이어의 타이어 사업 부문의 매출 의존도는 96%가 넘는다. 지난해 롯데렌탈(옛 KT금호렌탈) 인수전에 참여했다 고배를 마신 한국타이어는 현재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戰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1조819억원을 투자해 한온시스템(옛 한라비스테온공조) 지분 19.49%를 사들여 2대주주에 올랐다. 서승화 한국타이어 부회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를 통해 타이어 사업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관련된 사업에 다양한 방식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타이어 분야에 집중된 사업을 다각화해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얘기다.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한국타이어가 본업의 경쟁력을 회복하지 않으면 실적 부진을 극복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M&A가 능사가 아니라는 거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 교수는 “최근 국산 타이어를 장착해 판매하면 고객이 외제 타이어로 바꾸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한국타이어가 세계적인 전문메이커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제품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타이어는 품질 논란을 겪고 있다. 올해 초에 발생한 현대차 ‘제네시스’ 사태가 어쩌면 치명타였다. 한국타이어의 18ㆍ19인치 ‘벤투스 S1 노블2’ 제품을 둘러싸고 결함 논란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현대차는 제네시스 4만3000대에 장착한 한국타이어를 모두 독일산 콘티넨탈 타이어 등으로 교체해줬다.

여기에 한국타이어는 하반기 출시 예정인 신형 에쿠스의 신차용 타이어 공급입찰에서도 떨어졌다. 1999년과 2009년 1ㆍ2세대 에쿠스에 타이어를 공급했던 한국타이어가 에쿠스 타이어 공급입찰에서 탈락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의 저가 공세와 일본ㆍ유럽의 통화 약세에 눌려 샌드위치 신세가 된 한국타이어가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제품 경쟁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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