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불매운동 그 後

▲ 남양유업은 불매운동 후폭풍을 맞으면서도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다.[사진=뉴시스]
불매운동의 목적은 분명하다. 기업이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이를 바로잡도록 유도하는 거다. 2년 전 소비자들은 ‘물량 떠넘기기’의 도를 넘은 남양유업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펼쳤다. 현재 남양유업은 좀 달라졌을까. 다른 대기업에 남양유업 사태가 교훈이 되긴 했을까. 그렇지 않다.

2013년 5월, 전국은 대기업의 갑질 논란으로 뜨거웠다. 남양유업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하며 ‘물량 떠넘기기’를 한 녹취파일이 인터넷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갑질에 분노한 소비자들은 자발적으로 불매운동을 펼쳤다. 후폭풍은 대단했다. 남양유업의 영업이익은 2013년 3분기 이후 적자 전환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100% 불매운동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영향이 컸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물론 한계는 있었다. 우유류에서만 판매가 감소하고, 분유류와 음료ㆍ커피류는 큰 변화가 없었다. 우유류에 비해 음료류는 회사명이 잘 드러나지 않아서다. 특히 분유류는 한번 길들여지면 쉽게 바꾸기도 어렵다. 그래도 불매운동의 여파 때문인지 남양유업은 대리점주들과의 관계를 꽤 개선했다. 600억원의 상생기금을 마련해 대리점주들에게 출산장려금, 자녀 학자금 지원에 사용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남양유업의 영업이익은 올해 1분기 들어 흑자로 돌아섰다. 주가도 반토막 이하로 떨어졌다가 최근 회복 중이다. 이만하면 불매운동의 성과가 나왔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갑질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질 때 김웅 남양유업 사장(당시) 역시 기자회견을 갖고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남양유업은 피해를 입은 대리점주들을 찾아가 ‘진심 어린 사과’는 하지는 않았다. 문제의 발단이 된 영업사원을 질타하기는 했지만 해당 영업사원이 몰지각한 영업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경영시스템을 고치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

남양유업의 갑질에 꿈틀했던 대리점피해자협의회(피해자협의회)와의 협상도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협의회는 손해배상과 강매 근절, 진심 어린 사과 등을 요구했지만, 남양유업은 새로운 전국대리점협의회(전국협의회) 발족을 부추기며 피해자협의회를 무력화하려 했다. 결국 남양유업은 전국협의회와 협상을 진행했고 피해자협의회는 배제(추후 협의 후 상생기금 지원)했다.

 
합당한 처벌을 받지도 않았다. 2013년 7월 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남양유업에 12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남양유업은 이에 불복해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소송으로 맞섰다. 결국 올해 1월 대법원은  119억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물량 떠넘기기’의 책임을 져야 했던 김웅 전 사장은 올해 7월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풀려났다. 상생기금 출연 등 피해자들을 위해 노력한 점을 인정해 양형을 선고한 거였다.

남양유업 사태가 다른 기업들의 교훈이 된 것도 아니다. 이후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을 비롯해 최근 롯데사태까지 대기업의 갑질과 횡포는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처벌이 너무 약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국회가 발의한 갑을관계 개선법(일명 남양유업 방지법)은 발의한 지 2년이 지나도록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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