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위기설은 과장됐다”
“9월 위기설은 과장됐다”
  • 강서구 기자
  • 호수 155
  • 승인 2015.08.2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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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중고에 빠진 한국경제 괜찮나

위안화 절하, 미국 기준금리 인상, 흔들리는 신흥국 경제, 여기에 대북 리스크까지…. 한국경제가 ‘4중고四重苦’에 빠졌다. 증시는 폭락했고, 투자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국제금융시장 안팎에선 또 ‘9월 위기설’이 흘러 나온다. 지금의 경고 시그널, 어떻게 봐야 할까.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9월 위기설은 과장됐다”고 전망했다.

한국 경제의 앞길을 가로막는 대형 악재가 줄줄이 터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9월로 점쳐지면서 ‘9월 위기설’까지 등장했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달러화 강세’의 영향으로 신흥국의 자본 유출이 심해지는 등 세계 경제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9월 위기설에 기름을 부은 것은 미국이 아닌 중국이다.  지난 11일 중국 인민은행이 기습적으로 위안화의 가치를 1.86% 절하하자 경제 위기 우려가 극대화되고 있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의 영향으로 신흥국의 환율은 치솟았고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한국 등 아시아권의 금융시장은 특히 출렁였다.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위안화 평가절하가 이뤄진 8월 11일 3927.91포인트에서 지난 21일 3507.73포인트로 10.69% 하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20일 대북리스크까지 발생해 한국 경제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증시도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8월 2000포인트선으로 시작한 코스피지수는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의 영향으로 1970포인트선으로 밀려났다.

여기에 대북 리스크까지 터지자 1900포인트선 마저 무너졌다. 지난 21일 코스피지수는 1876.07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8월 10일 이후 8거래일 만에 6.34%(127.1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사실 ‘9월 위기설’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6월 국제금융시장엔 ‘9월 위기설’이 나돌았다. 2007년 10월 터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금융위기’로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었다. 이 설은 ‘리먼’이 무너지면서 현실에서 나타났다.
2011년 8월엔 ‘9월 위기설’이 떠돌았다. 유로존의 곳간이 바닥을 보이자 터진 ‘설’이었다. 이 역시 ‘유로존 재정위기’로 현실화했다. 이처럼 ‘설’이 ‘현실’이 된 경우도 있지만 ‘설’로 끝난 예도 많다. 2013년 9월 제2차 금융위기설이 대표적이다. 당시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축소) 가능성에 따라 신흥국에 금융불안징후가 나타나자 ‘9월 금융위기설’이 촉발됐지만 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9월 위기설의 중심에는 항상 미국의 통화정책이 있었다”며 “2013년 테이퍼링 시행 가능성이 등장했을 때도 지금과 같은 위기설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양적완화을 시작할 때도 국제금융시장은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며 “지나친 우려가 위기설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센터장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시장의 우려가 극에 달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상황이 오래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될 변수도 많다. 무엇보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발표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을 살펴보면, 연준 위원들은 금리 인상시점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국제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시점을 두고 ‘9월설’ ‘12월설’ 등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런 현상을 금융시장의 미래를 불확실하게 만들어 증시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한편으론 또 다른 악재라는 얘기다.

시장 흔드는 ‘9월 위기설’ 하지만 …

중국 경제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지난 11일 단행된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를 평가하는 의견은 “위안화 통화의 지위격상을 위한 환율 자율화의 과정” “각종 부양책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환율 카드를 꺼내 들었다” 등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는 점에는 이견이 거의 없다.

이는 중국의 주요 경제지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의 8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는 47.1로 6개월 연속 경기기준선은 50을 밑돌았다. 특히 PMI 잠정치 47.1은 시장의 전망치(48.2), 전월(47.8)보다도 낮은 수치였다. 수출도 부진하다. 7월 중국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3% 감소했다. 올 상반기 수출 증감률은 2월과 3월을 제외하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중국경제가 안정화되거나 회복된다고 볼만한 징후가 잘 보이지 않는다”며 “중국이 연간 7% 성장률을 지킬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지급준비율 인하 또는 금리인하를 지속해 왔다”며 “하지만 완화적 통화정책에도 경기부양에 실패했고, 그 결과 과잉유동성 문제만 촉발됐다”고 설명했다.

신흥국발 경제위기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가 맞물리면서 신흥국 통화가치에 빨간불이 켜졌다. 무엇보다 신흥국 화폐의 달러 대비 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인도네시아ㆍ브라질ㆍ인도ㆍ터키ㆍ남아프리카공화국 등 ‘통화 취약 5개국’은 물론 다수의 신흥국 통화가치가 계속해서 떨어지는 추세다. 특히 브라질 헤알화의 경우 지난해 말 대비 30% 가깝게 하락했고,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통화의 가치도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가 장기침체에 빠지면서 성장률까지 둔화됐다. 문제는 통화가치 하락, 성장률 둔화가 자본유출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13개월 동안 19개 신흥국에서 빠지나간 자본의 규모는 9402억 달러(약 1121조1800억원)에 달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당시 유출 규모인 4800억 달러(572조4000억)의 2배 규모다. 게다가 통화가치 하락이 수입 수요 감소와 총수요 둔화라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지형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라질ㆍ터키ㆍ러시아ㆍ말레이시아 등에서 큰 폭의 외국인 자본 이탈이 우려된다”며 “외환위기까지 확대될 가능성은 적지만 말레이시아의 위기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2008년 금융위기도 뜬소문으로 시작

마지막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다. 지난 20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등장했다. 갑작스러운 대북리스크에 코스피지수는 지난 21일 2.01%의 하락세를 보였다. 개인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는 각각 5341억원, 4734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북한은 준準전시상태를 선포하며 “대북방송을 중지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도발의 수위를 높였다. 물론 정부와 전문가는 대북 리스크의 영향이 장기화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9월 위기설’의 영향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사진=뉴시스]
금융위원회는 지난 21일 ‘금융시장동향 점검회의’를 열고 대북리스크에 과도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2010년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증시는 사건 발생 당일에만 0.3%포인트 하락했다”며 “대북리스크가 우리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의 의견도 비슷하다. 전성인 홍익대(경제학) 교수는 “대북리스크의 경우 반복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단련이 돼 있다”며 “과거에 발생한 대북리스크가 단기간 영향을 준 것에 그친 만큼 이번 무력 도발도 악재로 오래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의 상황과 전문가들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9월 위기설’은 기우에 그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시장이 보내는 ‘경고 시그널’을 무조건 무시해선 곤란하다. 2008년 9월 한승수 국무총리(당시)는 “시장에서 나도는 ‘9월 위기설’은 뜬소문”이라고 일축했지만 ‘리먼 사태’가 터졌다. 위기는 언제나 뜻하지 않게 터지는 법이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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