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 채형석 총괄부회장은 악조건 속에서도 제주항공의 고공비행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채형석(55)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의 항공사업 사랑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계열사 제주항공을 국내 ‘빅3’ 항공사이자 동북아의 대표적 LCC(저비용항공사)로 키우는 일에 도전장을 계속 내밀고 있다. 2005년 설립된 제주항공은 초창기 ‘돈만 먹는 하마’로 애경의 속을 무던히도 썩였다. 5년간 적자 행진을 계속했던 계륵鷄肋 같은 존재였다. 이젠 폭풍 성장을 거듭하며 창업 61년차 애경의 효자사업이자 신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기회로 삼자.” “국내 ‘빅3 항공사’로의 도약은 물론 동북아를 대표하는 저비용항공사(Low Cost CarrierㆍLCC)로 거듭나자.”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은 계열 제주항공 임원회의에서 자주 이런 당부를 해왔다. 메르스 같은 대형 악재에도 굴하지 말고 폭풍 성장을 향해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뜻이다. 국적 3대 항공사로 확실하게 자리 잡도록 하자는 독려인 셈.

물론 국적 2대 항공사 자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선점하고 있다. 여기에 국적 LCC 1등 주자 제주항공이 ‘빅3 자리’를 노리면서 하늘 같던(?) ‘빅2’와 어깨를 견주려 하고 있다. 운항 중인 국적 항공사는 대한항공ㆍ아시아나항공 및 5개 LCC 등 모두 7개다. LCC로는 제주항공ㆍ진에어(대한항공 계열)ㆍ에어부산(아시아나 항공 계열)ㆍ이스타ㆍ티웨이(옛 한성항공) 등이 있다.

채 총괄부회장은 요즘 제주항공의 성공 비행으로 무척 고무돼 있다. 시장과 재계의 큰 기대 속에 부러움마저 사고 있다. 오너인 그의 ‘뚝심 경영’이 오늘의 성공을 낳았다. 그에게는 제주도가 고향인 선친(창업자 고故 채몽인)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항공 사업을 꼭 성공시키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 당초 사업 모델은 제주도가 참여하는 부정기 항공사로 설계됐다.

하지만 그는 정기 LCC 설립 쪽으로 사업모델을 전격 변경했다. 설립 후 최소한 5년 동안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보고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않았다. 2005년 창립 이래 2010년까지 8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1100억원이란 큰돈을 투입했다. 하지만 2010년까지 계속 적자에 허덕였다. 2008년 8월부터 2011년 4월까지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고 관리를 받는 수모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제주항공은 애물단지로 변해 “차라리 항공 사업을 접는 게 낫겠다”는 말을 수없이 들어야만 했다. 재계와 금융권에서도 “전망이 불투명한데 왜 그렇게 무모한 투자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요즘은 오히려 “어떻게 그렇게 빨리 항공업 진출 결정을 할 수 있었느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 모든 것이 애경가家 오너 2세(3남1녀) 중 장남인 그의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그래픽 참조). 그의 사업 선견력先見力과 뚝심이 11년 만에 꽃을 피우고 있는 셈이다. 오너인 그는 선발투수로 사업의 중심을 잡았고, 매제 안용찬(56) 생활ㆍ항공부문 부회장은 구원투수로 등판해 제주항공의 성공 비행을 쌍끌이 했다.

제주항공의 실적 추이를 보면 왜 ‘성공 비행’이란 얘기를 듣는지 알 수 있다. 2005년 설립 이래 적자 행진 막바지였던 2010년 매출은 1575억원에 당기순손실 111억원이었다. 하지만 2011년부터는 실적이 회복세로 돌아서 지난해엔 매출 5106억원에 당기순이익 320억원이란 양호한 기록을 냈다(그래픽 참조). 매출이 4년 만에 3.24배로 늘어났고, 매출 대비 순이익률은 6.3%로 높아졌다.

올 상반기엔 폭풍 성장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매출 2867억원에 당기순이익 323억원으로 역대 최고의 실적을 나타낸 것. 성적이 괜찮았던 지난해 상반기 매출(2354억원) 및 당기순이익(47억원)과 비교해도 매출은 22%, 당기순이익은 무려 587%가 늘어난 것이다. 올 2분기에 누적적자를 다 해소하고 ‘돈 먹는 하마’에서 애경그룹의 캐시카우(확실한 수익원)로 변했다.

LCC, 그룹 신성장동력으로 ‘우뚝’

매출과 이익구조가 이렇게 좋아진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사업 초기 적자 속에서도 투자 고삐를 뚝심 있게 잡아 준 채 총괄부회장의 결단력이 우선 꼽힌다. 그다음으로는 국적 LCC 처음으로 소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점을 들 수 있다. 항공업은 보유 여객기가 늘어날수록 비용 효율성이 높아져 그만큼 경쟁력이 보강된다. 제주항공은 올 상반기 국적 LCC 중 처음으로 항공기 보유대수 20대를 넘겨 원가절감의 토대를 마련했다. 저유가 행진도 영업이익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봇물처럼 밀려든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와 국내 실속파 여행자 증가도 LCC 고객 확대에 한몫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8월 국적 LCC 중 누적탑승객 2000만명을 처음 돌파했다. 올 상반기 수송 여객수는 326만여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8% 늘어났다. 국내선 30%, 국제선 25%씩 증가했다. 7개 국적 항공사 중 제주항공의 시장점유율(지난해 말 기준)은 국내선 약 15%, 국제선 약 6%로 알려져 있다. 대한항공ㆍ아시아나항공과 함께 ‘빅3’ 반열에 올랐고, LCC 중 1위로 진에어와 에어부산이 뒤를 잇고 있다. 국내 2ㆍ3위 LCC인 진에어와 에어부산이 모기업의 도움을 받는 점을 고려하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LCC 업계 1위라는 평가도 있다. 제주항공은 현재 국내 4개 노선, 국제선 24개 노선을 뛰고 있다.

제주항공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올초 의욕적인 중장기 전략도 마련했다. 지난 1월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올해 항공기를 4대 늘려 보유대수를 21대로 늘리고 국내외 정기노선을 30개로 확대키로 했다고 밝혔다. 또 2018년엔 50개 정기노선에 취항해 1조원 매출시대를 열고, 2020년엔 40대의 항공기를 아시아 각국 60여개 노선에 띄워 매출 1조5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비전도 세웠다.

 
아울러 단순히 승객을 실어 나르는 여객 운송사업을 뛰어넘어 여행사ㆍ호텔ㆍ유통ㆍ렌터카 등 다양한 인프라 구축을 통해 종합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트워크 컴퍼니로 탈바꿈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채 총괄부회장은 올해 안에 기업을 공개해 2000억원 이상의 자금 조달에 나선다. 이 돈으로 투자나 인수ㆍ합병(M&A)을 확대할 방침이다. 9월 중엔 임시주총을 소집해 사명을 현재의 ‘㈜제주항공’에서 ‘㈜AK제주항공’으로 바꾸기로 했다. 사명에 애경(AK)을 드러내 브랜드 이미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국내 빅3 부상… 올해 기업공개

올해 창립 61년을 맞은 애경은 20개 계열사가 연간 6조원 상당의 매출을 올려 재계 50위권을 마크하고 있는 중견그룹이다. 채몽인 창업자가 1970년 갑작스럽게 타계해 주부였던 미망인 장영신(79) 회장이 1972년 사업을 이어받아 사세를 키워냈다. 장 회장은 창사 50주년을 맞은  2004년 장남 채 총괄부회장에게 회사를 맡기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현재 장 회장의 3남1녀와 사위(안용찬 부회장) 등 가족 대다수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툭하면 오너들이 다투는 재계 풍토 속에서도 애경 오너들은 우애가 넘치는 가족경영을 하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떤 사업에 도전할지 미지수지만 비누ㆍ세제 등 생활용품 그룹으로 출발한 애경이 항공사업에서도 성공하고 있는 건 연구대상이 될 것 같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i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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