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지배하는 중저가폰들

▲ 단통법과 스마트포 산업의 포화상태 등의 이유로 중저가폰이 인기를 끌고 있다.[사진=뉴시스]
중저가폰이 포화상태에 다다른 스마트폰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불황으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저렴하면서도 성능 좋은’ 중저가폰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서다. 꼬리가 머리를 뒤흔들 듯, 중저가폰의 인기몰이는 프리미엄폰의 가격하락을 이끌고 있다. ‘비지떡’ 취급 받던 중저가폰이 시장을 흔들고 있다.

# 올 1월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 그랜드 맥스(중저가폰)’는 일 평균 7000대 판매량을 기록하며 7월 말 기준 약 80만대 판매고를 올렸다. 대화면으로 글자를 잘 볼 수 있어 중장년층, 노년층을 위한 효도폰으로 인기를 끈 이 제품은 13.33㎝(5.25인치) 디스플레이에 퀄컴 스냅드래곤410이 탑재됐다. 운영체제(OS)는 구글 안드로이드 4.4 킷캣이 적용됐으며 전면 500만 화소 및 후면 1300만 화소 카메라를 장착했다.

# SK텔레콤 전용폰으로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A8(보급형 스마트폰)’도 일평균 판매량에서 ‘갤럭시S6(32G)’를 제쳤다. 이 단말은 보급형 스마트폰 이상의 사양을 갖췄으면서도 프리미엄급보다 낮은 가격을 채택해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갤럭시 시리즈 중 가장 얇은 두께를 뽐내고, ‘갤럭시S6’ 수준의 카메라 기능이 특징이다.

# LG전자 ‘아카(보급형 스마트폰)’는 이동통신 3사가 일제히 공을 들이는 스마트폰으로 알려졌다. KT가 먼저 ‘아카’의 출고가를 기존 39만9300원에서 8만300원 낮춘 31만9000원으로 책정하고, 공시지원금도 31만9000원(데이터 요금제 6만원대 이상 선택 기준)으로 인상했다. 소비자가 6만원 이상 요금제를 선택하면 아카는 공짜폰이 되는 셈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잇따라 출고가 인하와 지원금 상향에 나섰다.

최근 휴대전화 판매점을 찾으면 성능은 프리미엄 제품에 못지않으면서도 가격대는 저렴한 중저가폰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 휴대전화 판매점 관계자는 “중저가폰 점유율이 대략 90%에 달한다”고 말했다. 다른 대리점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서울 용산의 한 휴대전화 업체 직원은 “소비자의 스마트폰 사용 경험이 늘어나서인지 ‘비싼 게 좋다’는 인식이 사라지고 있다”며 “지금은 중저가폰이 대세”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중저가폰은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걸까. KT경제경영연구소의 자료를 보면 구체적인 기준을 알 수 있다. “… 공시지원금과 추가지원금을 모두 지급했을 때 판매가(할부원가)가 0원이 되는 37만9500원 미만의 스마트폰은 ‘저가폰’이고 저가폰 이상 60만원 미만의 스마트폰은 ‘중가폰’이다. 제조사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출고가가 80만원 이상이면 프리미엄폰, 프리미엄폰과 중가폰 사이의 스마트폰은 고가폰이다….”

현장에서 말하는 중저가폰의 기준은 조금 다르지만 큰 틀은 엇비슷하다. 제조업체는 보급형 스마트폰을 중저가폰으로 본다. 일반 판매점에선 출고가격이 50만원에 못 미치는 휴대전화를 중저가폰으로 분류한다. 공시지원금 최대 상한선인 33만원선을 적용했을 때 소비자 구매가격이 15만~20만원 이하인 제품들이다.  이 가운데 중가폰은 갤럭시S5나 갤럭시A5처럼 프리미엄 제품의 출고가격이 시간이 흐르면서 떨어진 걸 뜻한다. 갤럭시 노트4도 여기에 해당된다. KT가 최근 갤럭시 노트4를 50만원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는 건 대표적 사례다.

저가는 이보다 낮은 가격대, 이를테면 소비자 구입가격이 10만원 이하인 제품이다. 일반적으로 보급형 휴대전화가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프리미엄폰은 출고가 70만~80만원 이상, 공시지원금 최대치인 33만원 적용시 소비자 구매가가격이 60만~70만원인 제품이다.  최근 중저가폰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그랜드맥스, 갤럭시A5, 갤럭시A8, LG전자의 G3비트, 아카와 같은 보급형이다. 외산으로는 화웨이 X3가 대표적이다. 애플 아이폰은 중저가폰으로 분류되는 단말이 없다.

 
중저가폰은 명칭처럼 가격이 저렴하다. 삼성의 갤럭시 그랜드맥스의 출고가는 현재 31만9000원, 공시지원금은 통신사에 따라 22만원부터 31만5000원까지 적용된다. 추가지원금까지 적용하면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할부)원금은 훨씬 많이 떨어진다. 갤럭시A5의 출고가 48만4000원, 공시지원금은 통신사에 따라 29만6000원부터 32만8000원까지다. 여기에 추가지원금을 적용하면 소비자 구매가격은 15만~18만원대로 떨어진다. 출고가격이 33만원인 화웨이 X3는 LG유플러스의 음성무한데이터요금제를 사용했을 때 공시지원금 32만8000원이 적용돼 원금은 2000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중저가폰의 또 다른 특징은 카메라·화면 등 성능과 기능이 프리미엄급 못지않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르자 휴대전화 제조사가 중저가대 스마트폰에 ‘최고급 성능’을 장착한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가폰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대세가 되고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선 저렴하면서도 고기능의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어 분명한 남는 장사”라고 강조했다.

흥미롭게도 중저가폰의 반란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다. 프리미엄 위주의 전략을 펴오던 휴대전화 제조사가 그 전략을 줄줄이 수정하고 있는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예다. 삼성전자는 최근 2년새 최고급 라인업의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출고가를 16% 내렸다. LG전자 안팎에서도 주력 스마트폰 ‘G 시리즈’의 출고가격을 하향조정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휴대전화 대리점의 판매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중저가폰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가 갈수록 커지자, 마진이 낮은 중저가폰을 매대 앞쪽에 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한명이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해 ‘결합상품’의 비중을 늘리는 대리점도 많아졌다. 누가 중저가폰을 ‘비지떡’ 취급했나. 이제 중저가폰은 머리(시장)을 흔드는 매서운 꼬리다.
김은경 더스쿠프 기자 kekisai@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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