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SUV 열풍의 허와 실
기아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하비’의 판매량이 고공비행하고 있다. 2008년 출시된 모하비는 지난해 출시 7년만에 처음으로 1만대를 돌파(1만581대)하는 데 성공했다. 올 7월까지 판매량은 7540대로 전년 동기보다 16.9% 늘었다. 올해도 1만대는 무난히 돌파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모하비의 판매량이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를 ‘SUV의 본질에 충실해서’라고 말한다. 악천후에서도 쉽게 달릴 수 있고, 차량을 개조하지 않고도 비포장 도로 등 험한 길을 달리는 능력이 뛰어나는 얘기다.
모하비와 같은 SUV는 현재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여가생활을 즐기는 사람도 늘어난 데 따른 흐름이다. 특히 선진국에서 두드러진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선진국은 레포츠 등 각종 여가활동이 발달해 있어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올해 1~7월 국산 SUV 판매량은 29만8400대로, 전년(23만2121대) 동기 대비 28.6% 늘었다. 같은 기간 세단의 판매량이 9.6%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추세를 따져보면, 올해 말까지 50만대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지난해 39만1459대).
SUV가 오프로드에 적합한 이유는 차체 제작 방식에 있다. 전통적인 SUV는 ‘프레임’ 방식으로 제작된다. 이 방식은 독립된 강철 프레임인 기본 뼈대 위에 엔진, 변속기, 서스펜션 등을 조립해 넣는다. 그후 새시를 만들어 별도로 제작된 차체를 얹는다. SUV는 원래 프레임 바디에서 시작했다. 프레임이라는 기본 골격을 갖고 있어, 강성이 뛰어나고 차량 뒤틀림도 적다. 오프로드에서 SUV가 강력한 성능을 뽑낼 수 있었던 이유도 ‘프레임’에 있다.
계속되는 소형 SUV 열풍
문제는 소형 SUV가 험로險路를 기세등등하게 달릴 수 있는 ‘진짜 SUV’냐는 거다.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운전자는 험로 탈출 능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모노노크 방식의 SUV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SUV라는 말만 믿고 험한 길을 갔다가 웅덩이나 모래 등에 빠져 전전긍긍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제조사는 소형 SUV를 세단과 SUV의 중간 형태인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 말이 소비자에게 충분한 설명이 될 수 없다는 게 박병일 명장의 주장이다.
소형 SUV가 관련법에 충족한 차량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자동차관리법은 SUV (다목적형 승용자동차)를 “프레임형이거나 4륜구동장치 또는 차동제한장치를 탑재하는 등 험로운행이 용이한 구조로 설계된 자동차”라고 규정하고 있다. 소형 SUV가 ‘무늬만 SUV’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전통 SUV 등한시하는 이유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프레임 바디 방식의 SUV 제작을 꺼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차체에 더 많은 강철을 사용하는 만큼 제작비와 제작기간이 더 길어지기 때문이다. 무게가 필연적으로 늘어나 연비가 낮아지고 차체가 높아지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프레임 방식의 SUV 생산을 멈춰선 안 된다고 꼬집는다. 시장의 니즈가 여전해서다. 기아차 모하비의 ‘판매량 고공비행’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지프 랭글러, 벤츠 G바겐 등 글로벌 SUV 기업은 아직도 프레임 방식을 고집해 인기를 끌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 교수는 “비싼 가격과 낮은 연비로 소비자가 프레임 방식의 SUV를 꺼릴 수도 있지만 SUV의 본질이 무엇인지까지 놓쳐선 안 된다”며 “레저활동이 늘어날수록 소형이 아닌 전통적 SUV가 인기를 끌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제조사들이 마진을 남기는 데만 신경을 쓸 게 아니라 SUV 차량의 본질인 ‘안전’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뼈대가 없는 SUV, 한계가 뚜렷한 만큼 보완이 필요하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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