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패스트푸드점이 늘어나면 채소 등을 파는 식료품점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최근 힘든 측면이 많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은 복 받은 나라다. 높은 음주율에 각종 사고도 잦지만 그래도 오밀조밀 재밌는 구석이 많은 우리나라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 점이 좋을까. 무엇보다 인정 많고 친절하다. 일본과 달리 적극적으로 돕기까지 한다. 중국과 달리 차들도 사람의 안전을 우선시한다. 총기의 위협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고, 밤길을 걸어도 변고의 확률이 높지 않다.

그중 필자에게 가장 매력적인 건 곳곳에 깔린 작은 상점들과 무언가를 파는 사람들이다. 특히 채소를 들고나온 할머니들 앞을 지나치는 법이 없다. 바닥에 쭈그린 이들은 시금치나 애호박 따위를 신문지 위에 올려놓고, 쉼없이 무언가 다듬는다. 1000원, 2000원 정도면 검은 봉지에 채소를 수북이 주는데 때로는 다듬는 법이나 조리법까지 친절히 일러준다.

무섭다는 암도 그렇다. 암에 걸린 후 채식과 적절한 운동을 통해 이를 극복했다는 말은 있지만 기름진 음식과 술·담배를 즐기며 기사회생한 경우는 찾아볼 수가 없다. 대한민국은 어디서든 채소·과일·생선 등 싱싱한 식자재들을 접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춘 나라다. 백화점이 아니어도 주택가 한구석에서 청과·수산물 가게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거대 기업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형할인매장은 상황이 더 좋다.

정육이나 청과, 수산 코너는 그야말로 산·들·바다를 연상케 한다. 약소상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측면이 있지만, 필자는 먹거리 차원에서 언급하는 것이니 오해는 마시길. 이처럼 농수산물과 접촉하기 쉽다는 것은 자연에 가까운 음식으로 우리 식탁을 차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시간에 쫓기듯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이다. 굶을 수 없으므로 외식이 대안인데 치명적인 문제점이 많다.

미국의 경우 패스트푸드점의 숫자와 비만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패스트푸드점이 근처에 있으면 그것을 먹을 기회는 많아진다.  아울러 패스트푸드점의 증가는 신선채소와 생선을 파는 식료품점을 밀어내는 계기가 되고, 이런 현상이 건강식을 먹을 수 없는 근본적 이유가 된다. 결국 정크푸드로 일상의 끼니를 해결하게 되는데, 우리는 이를 ‘푸드의 사막화’라고 칭한다.

실제로 패스트푸드점이 많은 뉴욕의 상점에는 싱싱한 채소, 과일과 수산물 등이 상대적으로 빈약하다.이런 맥락에서 바른 먹거리를 찾아가며 식생활을 균형 있게 할 수 있는 곳은 우리나라다. 문제는 우리의 태도다. 일에 쫓기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햄버거에 시럽이 듬뿍 들어간 커피를 마신다면 좋은 여건은 의미가 없다. 비만의 사회적 조건을 갖춘 미국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바른 식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는 우리로서는 억울한 일 아니겠는가.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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