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부활상권 4選

▲ 홍대 상권이 부상하면서 서울 서부 대표상권의 지위를 뺏겼던 신촌 상권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사진=뉴시스]
압구정 로데오 거리, 신촌 거리, 방이동 먹자골목…. 과거 서울의 중심 상권이던 이곳은 나날이 바뀌는 소비 트렌드를 맞추지 못하면서 침체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이곳이 최근 옛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다. 상권 활성화 노력과 개발 호재가 절묘하게 맞물리면서다.

죽은 것으로 알려진 상권이 최근 부활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전철 개통으로 교통여건이 좋아지고 대기업이 이전하거나 지자체의 투자가 이뤄지면서다. 대표적인 부활 상권으로는 압구정 로데오, 방이동, 신천역, 신촌 등이 있다.

한때 강남의 중심 상권이던 압구정 로데오 거리. 이 거리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이 공사에 들어가면서 유동인구가 크게 감소했다. 과도한 임대료에 부담을 느낀 임차인들은 인근의 가로수길 상권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명 연예 기획사의 후광 효과로 다시 부활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JYP, FNC엔터테인먼트, 큐브엔터테인먼트 등의 사무실과 연습실이 입점해 연예인을 보려는 중국인ㆍ일본인 관광객이 몰렸기 때문이다.

지자체인 강남구의 상권 활성화 전략도 호재로 작용했다. 강남구는 지난해 갤러리아백화점에서 엘루이호텔까지 1㎞ 정도의 길에 ‘한류스타거리(K-Star Lord)’란 이름을 붙이고 한류 관광지로 꾸몄다. 강남구청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곳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602만명으로 2013년 510만명보다 100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유동인구가 늘면서 땅값도 올랐다. 2011년 청담동 갤러리아 백화점과 청담사거리 대로변에 위치한 상가 시세는 7000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1억~1억2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상가 임대료 역시 3년 전과 비교해 20~30%까지 상승했다. 대로변 안쪽 이면도로에 위치한 상가 1층의 경우 198㎡(약 59평) 규모가 월 1200만~1500만원 수준이다.

송파구 방이동 상권도 마찬가지다. 방이동 상권은 1990년대 초반 송파구청이 지금의 석촌호수로 이전하면서 형성됐다. 이 상권은 인근에 위치한 사무실(삼성생명 빌딩, 루터회관, 한라시그마타워 등)과 관공서 종사자의 수요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서울 지역과 경기 동북부에 거주하는 직장인의 환승 거점이기도 했지만 강남 상권의 발달과 제2롯데월드 공사가 맞물리면서 침체기를 맞았다.

 
그러나 제2롯데월드 개장, 향군잠실타워의 준공과 삼성SDS의 입주는 호재가 됐다. 여기에 지하철 9호선 3단계(종합운동장~방이동) 개통을 앞두고 발전 가능성이 큰 상권으로 꼽히는 것도 좋은 징조다. 특히 방이동 먹자상권의 유동인구는 구매력이 좋은 30~50대 연령층으로 구성돼 객단가가 높게 나오는 알짜 상권이다. 임대료와 권리금도 급상승했다. 과거 1억~1억5000만원에 형성돼 있던 중심 상권 권리금의 시세가 현재는 2억~3억원 수준이다. 그럼에도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이 적어 창업 수요가 적체돼 신규수요가 대기하고 있을 정도다.

개발 호재로 부활 청신호

신천역 상권도 다시 활기를 찾았다. 신천역 상권은 과거 구리, 남양주, 하남 등 수도권 대중교통 환승 거점인 잠실역과 인접해 퇴근하는 직장인의 유입이 많았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잠실 주공아파트가 재건축에 들어가면서 상권이 축소됐다. 대규모 공사로 주변 환경이 복잡해지면서 접근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대단지 아파트 거주자가 이탈한 점도 악재였다.

하지만 최근 주공 1~4단지 재건축이 완료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맞았다. 여기에 9호선 2단계 개통,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개발, 삼성ㆍ잠실동 일대(코엑스~종합운동장)에 조성되는 ‘국제교류 복합지구’ 계획으로 신천역 상권은 다시금 활기를 띠고 있다. 프로야구 시즌만 되면 종합운동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관중들도 유동인구에 더해졌다.

신천역 상권의 특징은 ‘먹자골목’이라는 점. 특히 점포 사용 면적이 크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프랜차이즈 업종이 많다. 실제로 많은 건물의 1층에는 프랜차이즈 식당들이 입점해 있다. 또한 올림픽로를 사이에 두고 밀집된 숙박업소 덕에 늦은 시간까지 유동인구가 활동할 수 있다. 덕분에 현재 신천역 상권의 임대료 수준은 삼성동 상권에 맞먹는다.

올림픽로에 위치한 상가 1층 178㎡(약 54평)의 경우 보증금 5억원, 월세 1880만원 수준이다. 상권 중심가 진입로에 위치한 코너 1층 26㎡(약 7.9평) 매장은 보증금 5억원, 월세 1200만원이다. 하지만 10~20대에 편중된 유동인구 때문에 상대적으로 객단가가 낮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최근의 소비 트렌드인 ‘문화 콘텐트’가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다.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상권 다양화가 필요하다.

한때 ‘젊음의 거리’로 통하던 신촌 상권. 이 상권은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홍대 상권의 부상으로 침체의 길을 걸었다. 과도하게 오른 임대료와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의 대거 입점으로 상권의 특색까지 잃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활기를 되찾고 있다. 상인들의 상권 활성화를 위한 자구 노력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경기와 상관없이 높아지는 임대료 탓에 빚어진 ‘탈脫 신촌’ 행렬을 막기 위해 건물주는 임대차 계약기간에 월세와 보증금 증액청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1월에는 연세로를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해 차량진입을 억제하고, 보행로를 확장해 보행여건도 개선했다.

살아나는 ‘젊음의 거리’

아울러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지자체 차원에서 시행하고, 상가활성화를 위한 상인단체 지원 등 적극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홍대나 가로수길에서 볼 수 있는 개성 있는 인테리어와 마케팅 방식을 도입해 새롭게 문을 여는 매장들이 등장하고 있다. 올해 신촌 상권의 20대 매출 비중은 46.6%로 전년 대비 6.3%포인트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신촌점의 1~2월 매출도 같은 기간 5.1% 성장했다. 다른 지역 점포들의 평균 성장률(4.9%)보다 높다. ‘젊음의 거리’라는 명성을 되찾고 있다는 얘기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 2002ct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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