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앱의 Next Plan

▲ IT기업들의 택시앱 사업에 뛰어드는 목적은 새로운 사업영역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세계 각국의 IT기업들이 택시앱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IT기업이 택시앱을 론칭한 진짜 이유는 ‘택시서비스’가 아니다. 이를 발판으로 ‘유통·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게 이들의 구상이다. 택시앱이 오프라인 유통·물류장벽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중국·한국·동남아·인도 등 세계 각지에서 IT에 기반한 택시 서비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북미를 중심으로 택시 애플리케이션(앱) 열풍을 일으킨 우버를 비롯, 카카오택시(한국), 오라캡스(인도), 그랩택시(싱가포르), 디디콰이디(중국) 등이 그렇다. 이들 택시앱 시장에는 세계 각국의 IT기업들이 뛰어들면서 일상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엔 택시앱을 운송서비스 외 다른 분야에 접목하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우버는 최근 ‘5분 배달’ 서비스를 시험 중이다. 5분 내에 식사를 배달해주는 ‘우버 프레시’, 자전거를 이용한 택배 서비스 ‘우버 러시’, 아이스크림을 배달하는 ‘우버 아이스크림’ 등이다.  택배와 배송사업(편의점)으로도 서비스 영역을 넓혔다. 승객이 타지 않은 ‘빈 택시’의 뛰어난 기동성을 활용, 배송을 담당하게 한다는 거다. 우버의 창업자인 트래비스 칼라닉 최고경영자(CEO)는 “사람뿐만 아니라 여러 물건을 옮기는 실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행보를 보이는 기업이 우버만이 아니다. 중국내 시장점유율 99.8%를 점유하고 있는 디디콰이디는 선전深圳, 베이징北京에서 버스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른바 ‘디디버스’인데, 일반 버스가 잘 다니지 않는 노선에 버스를 배차해 승객을 태워 나르는 사업이다.  ‘투자의 귀재’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인도 최대 콜택시 업체 오라캡스, 싱가포르 그랩택시에 각각 2억1000만 달러,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업계에선 소프트뱅크가 아시아 등 신흥 이커머스(e-commerce)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택시앱 업체에 투자했다는 말이 나온다. 사실이라면 수백만명이 이용하는 택시앱을 통해 ‘이커머스 네트워크’를 만들겠다는 게 손정의 회장의 구상이다. 아울러 ‘콜택시 등 주문형 교통시스템은 미래의 물류 네트워크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계산했을 수도 있다.

미국 최대 IT미디어인 ‘테크크런치’는 “소프트뱅크가 이커머스와 주문형 교통서비스를 엮으면 강력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확신한 게 틀림없다”며 “이 시너지를 구체화하는 첫걸음으로 ‘택시 관련 서비스’를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택시앱을 매개로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기업이 있다. 지난 3월 ‘카카오택시’를 론칭한 다음카카오가 대표적이다.

▲ 택시앱 기업들은 위치기반으로 하는 택시앱 서비스를 넘어 운송·물류업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카카오택시는 8월 현재 누적 호출수 500만건을 넘어서며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기사 회원수는 11만명 이상, 콜 운영 택시대수는 6만3000대(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집계 기준)에 달한다.  카카오택시는 이런 인프라를 십분 활용해 올 하반기 고급택시 호출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 5월 626억원을 들여 인수한 내비케이션 서비스 업체 록앤올(김기사)을 통해선 대리운전 서비스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음카카오가 ‘택시앱’을 넘어 ‘운송업’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러 택시앱의 활동반경을 봤을 때, IT기업들이 택시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간단해 보인다”며 말을 이었다. “기본적으로 운송과 물류 서비스의 기본은 같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요청 또는 주문한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가는 것이다. 택시, 음식배달, 대리운전 서비스 등의 본질이 같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IT업체들이 보유한 기술력과 네트워크 역량을 택시·택배·물류 등 전통산업에 접목하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제도적 장벽, 불법 논란 등만 넘어선다면 탄탄대로를 달릴 가능성도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IT기술을 택시·택배 등 물류산업에 적용하면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IT기업의 택시앱 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IT업체들이 택시앱이나 배달앱, 부동산앱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IT 부문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전통적인 유통업 영역으로 파고들어 다양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거기서 오는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한 전초 작업이다.” IT기업의 택시앱은 ‘비즈니스 영토’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얘기다. 그렇다. 택시앱이 오프라인 유통·물류장벽을 노리고 있다.
김은경 더스쿠프 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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