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과열 괜찮나

▲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을 선점하기 위한 관련 업체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인터넷전문은행을 선점하기 위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1호’라는 타이틀이 워낙 매혹적이라서다. 하지만 이 타이틀만 보고 출사표를 던지기엔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도 많다. 은행업의 환경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서다. 미래에셋증권이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포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의 타이틀은 누가 차지할까. 지난 6월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발표한 이후 인터넷전문은행을 선점하기 위한 업계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정부가 제시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심사 고려사항은 사업계획의 혁신성, 주주구성과 사업모델의 안전성, 금융소비자 편익 증대, 금융산업 발전ㆍ경쟁력 강화, 해외진출 가능성 등이다. 금융위원회는 9월 30일과 10월 1일 신청을 받아 올해 말까지 1~2개에 시범인가를 내준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1호 인터넷전문은행을 차지하기 위한 업체간 전쟁도 불이 붙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다음카카오(카카오뱅크)-KB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을 만들고 의기투합했다. 인터파크가 주도하는 ‘인터파크 뱅크 그랜드 컨소시엄’에는 SK텔레콤ㆍNHN엔터테인먼트ㆍ옐로금융그룹(YFG)ㆍIBK기업은행ㆍNH투자증권ㆍ웰컴저축은행ㆍGS홈쇼핑 등이 참여한다. 인터파크는 통신ㆍ전자상거래ㆍ증권ㆍ핀테크 등을 아우르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KT-우리은행 컨소시엄, 벤처기업 연합 500V(볼트)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참여하는 컨소시엄도 출사표를 던졌다.

인터넷전문은행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이유는 선점효과 때문이다.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타이틀 주는 효과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산업자본의 은행자본 소유 지분을 4%에서 50%로 올리는 은행법 개정안의 통과가 불투명하다는 점도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무엇보다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인터넷 뱅킹과 모바일 뱅킹의 경쟁도 치열한데,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흥행에 성공할지 의문이라는 거다. 태스크포스(TF)팀까지 꾸리며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심혈을 기울였던 미래에셋증권이 사업을 포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위해 TF팀을 만들고 파트너 기업과 접촉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사업성 시뮬레이션 결과를 두고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수차례 논의 끝에 투입 비용 대비 발생 수익이 적을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돼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계획을 접었다”고 밝혔다. 갈수록 나빠지는 금융업계 환경도 인터넷전문은행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수익성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데, 인터넷전문은행은 오죽하겠느냐는 거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오는 10월 시행되는 계좌이동제,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따른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은행의 영업 환경은 계속해서 나빠질 전망”이라며 “수익성 악화로 인해 은행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기존 은행 고객이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이동할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의 영업환경에서는 획기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한 인터넷전문은행도 성공을 보장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도 “최초의 인터넷은행이라는 상징성과 시장선점효과 때문에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며 “투입되는 자본에 비해 사업초기 수익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지나친 경쟁이 벌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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