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

지난 2분기, 하이트진로는 신통치 않은 성적표를 받았다. 실적은 줄어들었고, 시장점유율은 떨어졌다.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한 경쟁사와 달리, 수세守勢적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라고 시장은 분석한다. 하이트진로 측은 당분간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의 제품으로도 반등을 꾀할 수 있다는 건데, 과연 가능할까.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의 다음 행보가 주목을 끄는 이유다.

 
실적이 기대치를 밑돈다. 지난 2분기 매출액(연결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2.2% 줄어든 4793억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7% 감소한 281억원이다. 실적 부진에 몸살을 앓는 이 회사는 하이트진로다. 원인은 시장점유율 하락에 있다.

올해 소주시장에선 낮은 도수의 리큐르(증류주에 과즙을 첨가한 술) 제품이 돌풍을 일으켰다. 경쟁사들은 앞다퉈 관련 제품을 선보였지만 하이트진로는 달랐다. 시장 트렌드와는 반대로 고도주를 앞세웠다. 하지만 ‘리큐르 열풍’이 수그러들지 않자 하이트진로는 뒤늦게 저도수 ‘자몽에 이슬’을 론칭했다. 하이트진로의 2분기 소주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2% 줄어든 2352억원에 머무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정욱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큐르 제품 출시 지연에 따른 점유율 하락 때문”이라고 말했다.

맥주 부문 성과도 신통치 않다. 하이트진로는 야심차게 준비한 ‘맥스’ 리뉴얼 제품을 4월 선보였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이 “맥주시장에서의 턴어라운드 기회를 맥스의 성장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기대를 받았지만 2분기 매출액(2055억원)은 전년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김정욱 연구원은 “국내 맥주시장이 전체적으로 부진했다”며 “소주 리큐르 제품의 인기로 젊은 수요층이 이동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수입맥주의 인기도 부진을 부추겼다. 2012~2014년 3년간 맥주 수입액은 연평균 23.2% 증가했다. 시장조사기업 컨슈머인사이트가 5월에 맥주 음용률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하이트맥주는 수입맥주(29.0%)에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떨어졌다. 이전까지는 오비맥주(36.3%)와 하이트맥주(25.5%)의 2강 구도였다. 경쟁업체가 치고 나간 것도 하이트맥주의 실적에 악영향을 끼친 듯하다. 하이트진로와 달리 롯데주류의 올해 2분기 실적은 좋았다.

소주 시장의 트렌드를 이끈 ‘순하리 처음처럼’과 지난해 4월 출시된 맥주 ‘클라우드’의 매출액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의 또 다른 경쟁사 오비맥주는 올해도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맥스’를 리뉴얼한 것에 비해 오비맥주는 올 6월과 7월에만 신제품을 연달아 출시했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소주 부문에서 좀 더 공격적인 행보가 필요하다. 주력 제품의 선제적인 도수 인하나 칵테일 소주(리큐르)의 생산량 증가가 소주 사업 부문 반등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맥주 부문에선 점유율 방어에 집중해야 한다.” 부진을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점유율 반등’에 있다는 거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이 점유율 반등을 위해 어떤 전략을 사용할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신제품을 추가해 라인업을 확대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기존 제품의 브랜드력을 강화하고 판매를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섣불리 신무기를 론칭하지 않겠다는 거다. 하이트진로는 실적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박소현 더스쿠프 기자 psh056@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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