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관 대유위니아 사장

▲ 박성관 사장(오른쪽)은 밥솥 사업을 대유위니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박성관(57) 대유위니아 사장이 국내 전기 압력밥솥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쿠쿠전자와 리홈쿠첸이 양강 체제를 구축해온 밥솥시장에 일대 파란이 예고된 셈. 김치냉장고 ‘딤채’ 브랜드의 유명세를 등에 업고 밥솥시장도 나눠 먹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밥솥 사업을 회사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그의 생각이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기존 업체들과의 피 튀는 경쟁이 기다리고 있어서다.

“2018년 전기 압력밥솥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고, 회사 매출을 1조원대로 끌어올리겠습니다.” 최근 박성관 사장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폭탄 발언을 했다. 전기 압력밥솥(이하 밥솥)시장 점유율 1·2위인 쿠쿠전자(대표 구본학·46)와 리홈쿠첸(대표 이대희·44)에는 거의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이들 회사는 연간 약 6500억원대로 추산되는 국내 밥솥시장을 양분하며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가 보는 시장점유율은 쿠쿠전자 약 65%, 리홈쿠첸 약 34%로 두 회사가 99%를 선점하고 있다. 제3의 참여자 PN풍년의 점유율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1위 쿠쿠전자의 지난해 밥솥 매출은 4100억원으로 회사 매출(5544억원)의 약 74%를 차지했다. 2위 리홈쿠첸의 지난해 밥솥 매출은 2168억원으로 회사 매출(3822억원)의 약 57%에 해당된다. 두 회사가 오랫동안 갈고닦아 온 주력제품 1등 자리를 대유위니아 박 사장이 불과 3년 만에 빼앗겠다고 말한 것은 폭탄선언이나 다름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밥솥은 매우 까다롭고 재미있는 공산품이다. 주식인 밥맛을 다루는 상품이어서 여간 신경 쓰이는 제품이 아니다. 과거 우리 주부들이 일본 밥솥을 얼마나 갖고 싶어 했는지가 그것을 잘 말해준다. 시절이 변해 지금은 중국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이 우리 밥솥을 얼마나 많이 사가는가. 대당 평균 가격이 25만원 정도라 해서 밥솥을 만만히 대했다가는 큰코다친다.

국내에선 거의 필수품처럼 여겨져 판매량이 경기 변동보다 제품 만족도나 브랜드 충성도에 더 많이 의존하는 특성을 갖는다. 제품에 따라 가격도 10만원대에서 9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업계가 보는 대당 평균 사용기간은 5.5년 정도. 해마다 약 18%의 교체 수요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최근엔 IH(인덕션 히팅) 방식이나 IT 기술을 많이 적용해 값이 비싸지고 품질도 고급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고급화도 좋지만 밥솥값이 3년여 만에 두배나 올랐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쿠쿠와 쿠첸의 독과점 때문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이 적지 않다.  또 한 가지 특징은 삼성전자·LG전자 같은 대기업이나 해외기업은 주방가전 중 유독 밥솥에는 손을 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밥솥시장이 거의 동북아로 한정되고 사용 중 폭발사고라도 나면 브랜드 이미지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으로 국내 밥솥시장만은 쿠쿠전자·리홈쿠첸 같은 전문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박 사장이 이런 밥솥시장에서 불과 3년 만에 어떻게 1등을 차지하겠다는 것인지 좀 더 살펴보자. 제품 출시 시기는 일단 오는 12월로 잡고, 제품명은 ‘딤채쿡’으로 내정한 상태다. 밥솥이란 새 시장 진입에 앞서 실험적인 마케팅도 벌인다. ‘페이백’ 서비스를 적용해 밥솥을 먼저 써보고 돈은 3년 후에 내도록 한다는 것. 그만큼 품질에 자신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사실상 출시 첫해인 내년에 10~15%의 시장점유율을 올릴 계획. 밥솥시장 규모를 연간 6500억원 정도로 보면 내년에 밥솥으로 650억~975억원대의 신규 매출을 올리겠다는 생각이다. 이 정도만 해도 매우 도전적인 목표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디자인과 연구개발(R&D) 강화에도 나서 임원급 디자인실장을 영입했다. R&D 예산을 이전보다 35% 정도 늘렸고 밥솥 개발에 경쟁업체 출신을 참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8월 말까지 신입 및 경력사원 모집을 계속한다. 7월부터 밥솥 등 주방가전 생산·유통을 뒷받침하기 위해 광주에 제2생산·물류 기지도 짓기 시작했다.  박 사장은 “‘딤채쿡’이 회사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회사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김치냉장고 ‘딤채’와 어깨를 견줄 대표 상품으로 키우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그는 지난해 11월 사장 취임 후 김치냉장고(딤채)·에어컨(위니아) 등 생활가전 위주의 기존 사업구조를 전기 압력밥솥(딤채쿡), 전기 주전자(딤채포트) 등 주방가전 쪽으로 확대하는 작업을 벌여왔다. 이미 성공 신화를 거둔 김치냉장고 ‘딤채 DNA’를 주방가전에 이식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딤채’는 올해로 출시 20년을 맞았다(그래픽 참조). 박 사장은 주방가전 사업 다변화를 통해 삼성전자·LG전자의 뒤를 잇는 국내 3위의 글로벌 종합가전업체로 도약한다는 비전도 수립했다.

2017년엔 상장을 통해 회사 성장기반 추가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올해 사업 성적도 낙관하고 있다. 불황이지만 신제품 출시에 힘입어 올 매출 목표 5200억원 달성 가능성을 높게 본다. 이는 지난해 매출(3825억원)보다 약 36% 늘어난 액수다.  업계는 박 사장의 밥솥시장 도전이 숱한 반격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본다. 비록 ‘딤채’ 브랜드력이 높긴 하지만 소비자들이 밥솥에까지 후한 점수를 줄지는 미지수기 때문. 밥솥 기술과 특허 문제도 걸림돌이 될 것 같다.
 
업계에서는 일반 밥솥 기술은 특허가 대개 20년 넘어 누구나 써도 문제가 없다고 본다. 하지만 IH전기압력밥솥은 쿠쿠전자와 리홈쿠첸 보유 특허가 100개도 넘는다. 대유위니아가 그 장벽을 넘기가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술통 전문경영자인 박 사장은 미국 오리건 주립대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2007년 위니아만도에 입사해 생산본부장 겸 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11월 위니아만도가 대유그룹으로 넘어가 대유위니아가 되면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기용됐다.
 

▲ 김치 냉장고 ‘딤채’로 유명한 대유위니아가 밥솥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사지은 2016년형 김치냉장고 ‘딤채마망’.[사진=뉴시스]
대유그룹은 지주사 격인 동강홀딩스를 비롯한 12개 계열사가 자동차부품·건설·금융업 등을 하고 있다. 주력 대유에이텍과 대유신소재는 상장회사며, 그룹 매출은 1조3000억원 규모. 박영우 대유그룹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조카사위로 알려져 있다. 박 회장의 부인 한유진씨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외손녀라는 얘기. 대유위니아가 되기까지 곡절도 많았다. 1962년 현대양행으로 출발해 만도기계(1980년), 위니아만도(2003년) 등으로 변신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전신은 한라그룹 계열 자동차부품사인 만도기계(현 만도) 공조사업부다. 한라그룹이 외환위기 여파로 해체될 때 만도기계에서 분리돼 1999년 스위스은행 UBS와 CVC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CVC는 2005년 UBS 등으로부터 잔여 지분을 모두 사들였다가 지난해 11월 대유그룹으로 넘겼다. 숱한 사연을 지닌 대유위니아가 박 사장의 지휘 아래 뜨거운 밥솥시장에서 1등자리를 빼앗을 수 있을지 무척 궁금해진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i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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