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2분기 실적 보니…

▲ 단통법이 이동통신사에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뉴시스]
단말기유통개선법(단통법)이 도입됐을 때 전문가들은 ‘이통3사를 위한 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소비자를 위한다면서 만든 단통법이 ‘이통3사의 배만 불려놓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이통3사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반박했지만 이는 매서운 현실이 됐다.

이통시장의 과열경쟁을 막고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단말기유통개선법(단통법). 벌써 시행 11개월째에 접어들었다. 통신요금과 위약금이 줄고 일부 사람에게만 차별적으로 제공됐던 혜택이 골고루 분배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단통법이 소비자가 아닌 이통사를 위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많다. 이 법을 통해 이통사의 마케팅 비용이 절감될 가능성이 커서다. 한 유명인사의 말처럼 단통법은 ‘단언컨대 통신사를 위한 법’일까.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 3사는 단통법 도입 이후 실적이 개선됐다. SK텔레콤은 올 1분기 매출 4조2403억원, 영업이익 4026억원을 기록했다. KT는 매출 5조4564억원, 영업이익 3209억원, LG유플러스는 매출 2조5555억원, 1547억원이다. 이통3사의 1분기 영업이익을 합치면 87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배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영업이익이 늘어난 주요인을 ‘마케팅 비용의 절감’으로 분석하고 있다. 단통법 실시로 차별적인 보조금 지급 관행이 사라진 게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졌다는 거다.

실제로 단통법 도입 이후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기기변경’ 가입자가 늘었다는 점이다. 단통법 시행 전만 해도 이통시장은 번호이동(이통사를 바꾸는 행위)이 38.9%로, 기기변경(26.2%)보다 훨씬 많았다. 그만큼 이통사간 가입자 뺏기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단통법 시행 후 상황이 바뀌었다. 기기변경 비중이 무려 53.7%까지 늘어난 반면 번호이동은 24.3%로 급락했다. 휴대전화를 구입할 때 이통사를 바꾸는 사람이 그만큼 감소했다는 뜻인데, 달리 말하면 가입자를 뺏으려는 이통사의 혈투가 줄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이통3사의 마케팅 비용은 단통법이 실시된 올 1분기부터 감소했다. 올 1분기 이통3사의 마케팅 비용은 SK텔레콤 8460억원, KT 7082억원, LG유플러스 5038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 SK텔레콤 1조1000억원, KT 7752억원, LG유플러스 5111억원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당시 이통사들은 “1분기 마케팅 비용이 줄어든 건 일종의 착시현상”이라며 “전년 같은 기간에 워낙 마케팅 비용이 많이 집행된 결과”라고 항변했다. 단통법의 효과가 이통3사에 쏠린 건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SK텔레콤 관계자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2014년 1분기 마케팅 비용이 많았던 건 당시 시장이 워낙 과열돼 번호이동이 많았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마케팅 비용은 평년 수준이지만 2014년 1분기가 워낙 많아 감소한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통3사의 마케팅 비용은 2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 2분기 SK텔레콤 7400억원, KT 6742억원, LG유플러스 4757억원을 마케팅 비용으로 썼는데, 2014년 2분기 대비 SK텔레콤은 850억원, 1491억원, 740억원 감소했다.

이 결과에 대해 이통3사는 또다시 착시효과를 운운했다. 익명을 원한 이통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2분기에는 영업정지 등으로 인한 매출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와 고객프로모션 등을 열어 마케팅 비용을 많이 사용했다”고 말했다. 2분기에 마케팅 비용이 절감된 게 단통법 효과가 아니라는 거다. 1분기와 같은 해명이다. 그렇다면 이통3사가 단통법 효과를 외면하는 이유는 뭘까.

업계 관계자들은 “속으로는 웃으면서 겉으로 앓는 소리를 하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단통법이 이통3사에 유리한 건 확실하지만 드러내놓고 웃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표정관리’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제4이통사 신규사업자 선정 시점이 다가오면서 이통3사가 더 눈치를 보고 있을 것”이라며 “단통법 효과를 제대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업계 안팎에선 “누구를 위한 단통법이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상황이 이쯤 되니 업계 안팎에선 “누구를 위한 단통법이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휴대전화 판매업자는 “단통법으로 득을 본 건 이통사밖에 없다”고 꼬집으면서 말을 이었다. “보조금은 줄었지만 단말기 가격은 내려가지 않아 소비자들은 되레 비싸게 휴대전화를 구입하는 격이다. 제조사와 판매자 입장에서도 소비자 수요가 줄고 중저가폰으로 중심이 이동하면서 마진을 남기기 어려워졌다.

게다가 단통법 실시 이후 가계 통신비가 오히려 늘어나 소비자 불만은 더 커졌다. 이통사만 숨어서 웃고 있는 셈이다.” 단통법이 만들어지기 전, 전문가들은 ‘이통3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통3사는 ‘기우’라고 했지만 이는 매서운 현실로 나타났다. 소비자를 위해 만들었다는 단통법, 이통사에만 날개를 달아줬다. 올 2분기까진 분명히 그렇다.
김은경 더스쿠프 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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