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저소득층일수록 비만 가능성이 크다. [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환경은 비만을 조장하게 마련이다. 비만 친구가 주위에 있는 것만으로 살이 찐다는 말은 우스갯소리만은 아니다. 골목길이나 공원의 치안도 비만의 한 요인이다. 성인이라도 골목길 치안이 불안하면 늦은 밤 운동은 언감생심이다. 불량배들이 우글거리는 공원에 어느 부모가 자녀를 내보내겠는가. 비만을 조장하는 외적 요인 중 최악의 환경은 신선 음식의 접근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곳이다. 지난 칼럼(더스쿠프 통권 155호 ‘웃기 힘든 비만비용’)을 통해 미국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푸드의 사막화 현상을 언급했다.
 
예를 들어 도심에 신선한 채소, 과일이나 수산물을 파는 상점이 없다고 치자. 무엇으로 끼니를 해결하겠나. 굶을 순 없으니 햄버거나 피자 따위의 정크푸드를 먹게 되는데 이것이 일상이 되는 상태나 그 지역을 푸드의 사막화 현상이라 한다. 필자의 생각이지만 냉장고의 사막화도 있을 수 있다. 일하는 주부의 입장에서 자녀가 스스로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면 냉장고 안을 어떤 음식으로 채우겠는가. 조리가 필요한 시금치나 생선보다는 간단히 덥히면 먹을 수 있는 즉석식으로 채울 것이다.

물론 간혹 먹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일상이 되는 건 문제다. 미국은 푸드의 사막화 현상이 발생할 사회적 여건이 충분하다.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 소위 가진 자들이 자녀의 교육 문제 또는 범죄를 피해 그 지역을 이탈하면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손님이 줄어 타격을 입은 슈퍼마켓이나 고급 레스토랑은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이탈하면 교외나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데, 이들이 떠난 지역엔 패스트푸드점이나 잡화점이 들어설 가능성이 커진다.

지역의 상권은 지역 주민의 교육 정도, 경제력 등 생활 수준에 맞게 형성되는 특징이 있다. 결국 낙후되거나 소외된 계층들의 주거 밀집지인 슬럼가는 패스트푸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이게 된다. 비만인의 대다수가 푸드의 사막화가 심각하거나 진행 중인 지역에 살고 있음이 이를 뒷받침한다.  결국 빈곤은 당뇨나 심장병 등 각종 심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져 사망률을 높인다. 운동 부족, 유전적 요인, 내분비 계통의 질환 등 많은 비만의 원인 중 푸드의 사막화 현상은 대표적인 환경적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건강한 식생활의 필수 조건인 영양가 높은 신선 식품들이 즉석식의 거대한 벽에 막혀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다. 저소득층이 저렴한 가격으로 영양가 높은 식품을 손에 넣기 어려운 이유다. 미국 정부는 뒤늦게나마 빈곤과 비만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사막의 녹화라는 계획을 시도하고 있지만 성과는 미지수다. 경제원리에 의해 돌아가는 시장의 흐름을 국가가 개입해서 돌려놓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서다. 비만을 만드는 거대한 환경의 흐름에 개인이 맞서야 할 시기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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