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경영권 다툼 중

국내 중소ㆍ중견 상장업체의 경영권 분쟁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그중엔 소액주주가 제기한 분쟁 관련 소訴도 상당수다. 주주가치를 높이려는 소액주주의 입김이 세지고 있다는 얘기다. 주주행동주의 관섬에서 보면 긍정적이다. 하지만 기업과 주가의 안정성을 흔드는 변수가 되기도 한다.

▲ 올 들어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상장사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롯데그룹 ‘형제의 난’이 일단 봉합됐다. 롯데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해 12월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일본 계열사 3곳과 롯데홀딩스 부회장직에서 해임되면서 시작됐다. 이를 기점으로 롯데 ‘형제의 난’의 불길은 여론전, 주총전 등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8월 1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승리하면서 분쟁은 일단락됐지만 언제 소송전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재벌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0년 옛 현대그룹은 ‘왕자의 난’으로 쪼개졌고, ‘우애 하나는 최고’라고 불리던 두산그룹도 ‘형제싸움’으로 분리됐다. ‘오너 일가는 재벌그룹의 리스크 중 하나’라는 말이 나도는 이유다.

그렇다면 중소ㆍ중견기업은 어떨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전수조사한 결과, 경영권 분쟁이 촉발된 중소ㆍ중견 상장기업의 수는 2012년 16곳에서 2013년 18개로 늘어났다. 지난해 16개로 잠시 줄어들었지만 올해는 8월 26일 현재 19곳으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의 원인은 오너 일가가 주인공인 재벌그룹과는 조금 다르다. 올해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19개 상장사 중 5곳에선 소액주주가 분쟁을 벌였다. 전자기기부품 전문 업체 이엠텍의 소액주주 7명은 7월 24일 법원에 임시주주총회소집허가신청 소송을 제기했다. 대주주의 지분을 매각해 피해를 입었다는 게 소제기의 이유다. 이들 소액주주는 이엠텍이 3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신탁계약을 체결하고 나서야 소송을 취하했다.

목재제조 전문업체 성창기업지주의 소액주주는 이사회를 견제하고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의결권 행사에 나섰고 소액주주 측 후보를 감사인으로 선임하는 데 성공했다. 대표와 이사의 배임ㆍ횡령 혐의로 경영권 분쟁을 겪은 반도체장비 제조업체 참엔지니어링은 소액주주의 결정으로 분쟁이 종결됐다. 소액주주가 경영진 횡령•배임 혐의를 제기한 쪽에 의결권 대리행사라는 방식으로 힘을 실어준 결과다. 이에 따라 지난 5월에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 회사의 경영진은 해임됐고 8개월간 계속된 경영권 분쟁은 끝이 났다.

이런 경향은 ‘주주가치’를 추구하는 소액주주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걸 잘 보여준다. 주주가 시세차익만을 추구하진 않는다는 점도 시사한다. 이른바 ‘주주행동주의’의 성향이 짙어진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전과 달리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소액주주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기업에 배당확대, 경영효율화 등 주주친화정책을 요구하는 실력행사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올해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 12월 결산법인 1728곳을 조사한 결과, 36개사에서 116건의 주주제안이 발의됐다. 지난해 16개사 42건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재벌과 다른 中企 경영권 분쟁

경영권 분쟁을 통해 경영에서 소외받던 소액주주의 입지가 넓어진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소액주주의 입김으로 발생한 경영권 분쟁 이슈는 회사 주가를 불안하게 만드는 변수로 작용했다. 소액주주가 경영진을 해임하는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달라는 분쟁 소송을 제기한 보루네오가구의 주가가 출렁인 건 대표적 사례다. 소송이 제기된 6월 15일 1050원이던 이 회사의 주가는 이틀 만에 1695원으로 75% 이상 폭등했다. 하지만 이후 소송 취하와 재소송이 반복되면서 주가는 등락을 계속했다.

▲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기업의 주가는 변동성이 커 투자시 주의가 필요하다.[사진=뉴시스]
증권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 주가의 상승세로 이어질 때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경영권 분쟁이 기업의 최대 리스크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권 분쟁이 이후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가거나 하락세를 기록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경영권 분쟁으로 발생한 주가가 상승세에 편승해 추격 매수에 나설 경우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경영권 분쟁이 소송과 공시 등으로 외부에 표출되는 경우보다 내부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경영리스크와 경영진에 관련한 사항은 공시 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나친 경영 간섭과 분쟁은 기업의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주주의 가치와 함께 경영의 안정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