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人 이탈, ‘엘리엇 저주’ 시작됐나
外人 이탈, ‘엘리엇 저주’ 시작됐나
  • 김정덕 기자
  • 호수 157
  • 승인 2015.09.08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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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계열사 주가 하락의 의미

▲ 삼성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이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삼성그룹이 심상치 않다. 삼성그룹의 상장 계열사는 17개. 그중 상반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떨어진 곳이 10개사. 최근 3개월간 주가가 하락한 곳이 14개사다. 외국인투자자가 빠져나가서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통합’ 과정에서 나타난 삼성그룹의 모순이 외국인투자자를 실망시킨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9월 2일 삼성그룹의 지주회사인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했다. 본격적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시대가 열린 셈이다. 이를 지켜보며 일부는 ‘뉴삼성’의 탄생과 함께 희망을 얘기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이재용 부회장의 ‘검증되지 않은 경영능력’에 의구심을 나타내며 앞으로 다가올 먹구름을 걱정했다. 문제는 이런 걱정이 기우에 그칠 것 같지 않다는 거다. 주력 계열사들이 새로운 삼성의 뒤를 탄탄히 받쳐주지 못하고 있어서다. 

삼성그룹의 상장사들만 살펴봐도 이런 분위기가 읽힌다. 현재 삼성의 상장 계열사는 총 17개.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 주력 계열사들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 그런데 상장 계열사들의 주가는 대부분 곤두박질치는 중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5월 26일 이후부터 합병 삼성물산 출범 직후인 9월 2일까지 주가추이를 보면 14개사의 주가가 하락했다. 

주가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계열사들의 실적악화에 있다. 실적악화 원인은 계열사마다 다르겠지만, 크게 보면 세계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개선된 삼성 계열사는 17개사 중 7개사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지난해 상반기에 적자를 봤다가 흑자전환한 삼성정밀화학(전년 동기 대비 449% 개선)을 빼면 나머지 계열사들의 실적개선은 미미한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나머지 10개사의 실적은 확 내려앉았다. 일례로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38%, 삼성엔지니어링은 -81%, 삼성물산은 -79%를 기록했다. 영업이익 하락폭이 굉장히 큰 셈이다. 영업이익이 아예 마이너스를 기록한 계열사도 있다. 삼성중공업(-1조6696억원), 삼성SDI(-921억원), 삼성전기(-280억원) 등이다.

 
삼성 계열사 주가 하락의 또 다른 이유는 ‘이재용호號 삼성’을 향한 의구심이다. 삼성 계열사들의 주가하락을 두고 일부 증권시장 전문가들은 “합병 이슈가 주식시장에 선반영되면서 올랐던 주가가 합병과 함께 빠지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런데 이 해석은 주식시장에 ‘합병 이후의 기대감’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한 증권 전문가는 “종전의 삼성 합병 이슈는 예정된 지배구조 변경으로 인해 차익을 노릴 수 있는 것이었지만, 합병 이후엔 오로지 이재용 부회장의 실적에 기댈 수밖에 없다”며 “당연히 아직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이재용호 삼성’은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 계열사 9곳, 외국인 떠났다

삼성 계열사들의 주식을 매도하는 주요 세력이 외국인투자자들이라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합병 이슈 기간에 외국인투자자들이 빠져나간 삼성 계열사는 9곳이다. 특히 삼성물산은 외국인투자자 지분율이 -4.75% 감소했다. 삼성엔지니어링·삼성전기·삼성SDI도 각각 -3.59%, -2.93%, -2.53%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0.61% 빠졌다.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개선된 삼성정밀화학과 에스원도 각각 -0.06%, -1.53% 빠져나갔다. 외국인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메우고 있는 건 국내 기관투자자들이다. ‘뉴삼성’의 미래를 어둡게 점치는 이들의 근거다.

삼성 계열사들의 주가 하락이 헤지펀드 엘리엇과의 분쟁 과정에서 생긴 후폭풍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난 7월초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라스루이스는 주요 기관투자자들과 외국인투자자들에게 ‘삼성물산 합병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특히 ISS는 “삼성물산의 주가가 너무 낮게 평가받았다”는 엘리엇의 입장을 지지했다. 또 글라스루이스는 “합병을 통한 매출 목표가 지나치게 긍정적”이라며 “합병 과정이 퇴행적이고 불투명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나타난 ‘퇴행적이고 불투명한 행태’가 아무 제지 없이 용인된 데 대한 실망감이 주식 매도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거다.

조민규 오즈스톡 대표는 “엘리엇 사태가 삼성 계열사들의 현재 주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역으로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을 듯하다”면서 “실제로 지배구조가 투명하고 사회적으로도 올바른 기업에 투자해야 수익도 낼 수 있다는 믿음이 대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재용의 뉴삼성’의 포부는 대단하다. 특히 통합 삼성물산의 초대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된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은 9월 2일 출범식에서 “주주들에게 약속한 시너지와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 약속이란 ‘2020년 매출 60조원, 세전이익 4조원 달성’이다.

2020년 매출 60조원 가능할까

구체적으로 보면 건설부문은 2014년 16조2000억원에서 23조6000억원으로, 상사부문은 13조6000억원에서 19조6000억원으로, 패션부문은 1조9000억원에서 10조원으로, 레저와 식음은 2조원에서 4조2000억원으로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거다. 또 1000억원에 불과한 바이오산업부문 매출도 2020년 1조8000억원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어마어마한 청사진이다.

지금의 ‘뉴삼성’은 할 일이 점점 쌓여만 가고 있지만, 계열사들은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재용호 삼성’이 출범했지만, 첫 항해부터 순탄치 않아 보이는 이유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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