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면세점 쟁탈전 3라운드

▲ 두산그룹은 시내 면세점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사진=두산타워 제공]
인천국제공항과 서울 시내 면세점 전쟁에 이어 올 연말 또다시 면세점 쟁탈전이 벌어진다. 제2의 ‘서울 시내 면세점 결투’다. 특히 이번 면세점 선정 과정엔 올 11~12월 면세점 특허가 만료되는 기존 업체 3곳과 두산그룹이 참여가 예상된다. 두산그룹의 ‘창槍’이 기득권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얘기다.

올 한해는 면세점 사업권을 둘러싸고 대기업들의 경쟁이 유독 치열했다. 인천국제공항은 물론 서울 시내 면세점 선정을 둘러싸고 기업간 경쟁이 심하게 전개됐다. 결국 인천국제공항은 롯데(4곳), 신라(3곳), 신세계(1곳)이 선정됐고, 서울 시내 면세점은 현대산업개발(HDC)와 호텔신라가 연합한 HDC신라(1곳), 한화갤러리아(1곳)으로 결정났다.

그런데 올 연말 또 한판의 승부가 남아있다. 오는 11~12월 면세점 특허가 만료되는 곳들이 있기 때문이다. 올 연말 특허기간(5년)이 끝나는 면세점은 롯데면세점 본점,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워커힐면세점 등 서울시내 3곳과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 있는 신세계면세점 부산점을 비롯한 4곳이다. 서울의 3곳은 같은 자리에서 다시 특허를 신청하며 부산 신세계는 센텀시티의 지상 7층 규모 건물로 후보지를 옮겨 신청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두산그룹이 시내면세점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하면서 면세점 쟁탈전 3라운드의 막이 올랐다. 두산그룹은 9월 2일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두타)를 면세점 후보로 정해서 오는 29일까지 면세점 허가 신청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산 측에 따르면 동대문 두타를 면세점 입지로 추진하고 있으며 기존 두타 쇼핑몰은 그대로 유치한 채 다른 층을 활용할 계획이다.

두산그룹이 참여하면서 올 연말 시내면세점 쟁탈전도 지난 7월 서울 시내면세점 선정 때처럼 재계 CEO들의 자존심을 건 승부가 예상되고 있다. 올 연말 면세점 선정 과정에 기존 사업자인 롯데면세점을 비롯해 광장동 워커힐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SK네트웍스가 기존 자리에서 입찰에 참여한다. 지난 7월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신세계그룹은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 있는 신세계 부산점을 지키고 동시에 시내 면세점 패배로 인한 설욕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두산그룹의 경우 재계 12위로 16년간 두타 쇼핑몰을 운영하며 쌓아온 유통노하우를 자랑한다. 그만큼 기존 업체들에게도 긴장감을 주는 상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자존심 대결이라는 말도 나돌고 있다.그렇다면 각각의 업체들은 이번 면세점 경쟁에서 어떤 강점을 부각할까. 기존 면세점 강자였던 롯데는 무려 35년간 면세사업을 운영하면서 국내 면세시장을 현재 수준까지 키워왔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이번 입찰에서 신청 가능한 중복 특허권의 개수가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지만, 롯데는 기존 면세점 두 곳을 지키기 위해 최소 2개 이상의 특허권을 신청할 계획이다. 하지만 롯데도 ‘검증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소공점·롯데월드점을 빼앗기 위한 경쟁사들의 ‘집중포화’를 어느 정도 각오하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형제가 경영권 분쟁’으로 특혜 논란이 불거진 게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롯데홀딩스 등 일본회사가 지분 99%를 가진 호텔롯데의 사업부인 롯데면세점에 정부가 독과점을 인정하는 면세사업을 주는게 맞느냐를 두고 논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롯데가 이미 면세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한 데다 올해 초에도 잇따라 면세점 대전에서 승리를 거둔 만큼, 경쟁사들이 ‘독점 논란’도 예상된다.

실제로 롯데는 2월 11일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매장의 절반을 휩쓸며 사실상 ‘대승’을 거뒀고, 곧바로 같은 달 27일 제주시내 면세점 운영권도 가져갔다. 면세시장 50% 독점 논란에 대해 롯데 측은 “기본적으로 현재 면세점 매출의 70~80%가 외국인을 통해 발생하는 수출산업인데다 그동안 수십개 업체가 시장경쟁을 통해 도태되는 과정에서 점유율이 높아진 만큼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SK네크웍스는 지난 8월 15일 광복절 특사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출소한 직후 경영전면에에 나서면서 사업에 활기가 예상된다. 워커힐면세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11월까지 약 1000억원을 들여 매장을 리모델링하고 있는 만큼 사업 재확보에 필사적일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부산 신세계 면세점 매장의 위치를 변경하는 전략을 택했다. 센텀시티의 지상 7층 규모 건물로 후보지를 옮겨 신청할 방침이다.

신세계의 경우 시내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되면 이마트의 자회사 ㈜신세계조선호텔을 포함한 그룹 차원의 다양한 사업 전개 시나리오가 가능하고 중장기 기업가치도 상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국내 면세업체들이 대부분 공항면세점에선 밑지고 시내면세점에서 이익을 남기는 수익 구조인 만큼 신세계가 시내 면세점에 다시 도전할 거란 관측이 유력하다.

이번에 새롭게 선정과정에 뛰어든 두산은 16년간 두타 쇼핑몰을 운영하며 유통 노하우를 축적했고 연간 700만명의 외국인이 방문하는 동대문의 랜드마크라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표면적으론 면세점 유치를 통해 동대문 지역이 명동에 이어 서울의 제2 허브관광지로 성장하는 데 힘을 보내겠다는 의지를 표방한다.

하지만 두산타워에 입주한 기존 의류매장의 실적이 최근 부진에 빠지면서 이를 만회하기 위한 돌파구로서 면세사업을 추진키로 결정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연말 시내면세점 3라운드의 막은 이미 올랐다. 새로운 변수가 된 두산의 ‘창’과 기존의 자리를 지키려는 나머지 기업들의 ‘방패’ 중 누가 더 셀지. 이번 면세점 쟁탈전의 관전 포인트는 바로 여기에 있다.
김은경 더스쿠프 기자 kekisa@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