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

▲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은 라이신을 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지만, 라이신 사업이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지 의문부호를 다는 이들이 많다.[사진=뉴시스]
임창욱(66) 대상그룹 명예회장이 최근 겹경사를 맞았다. 17년 만에 ‘라이신’ 사업을 되찾았는가 하면 차녀 임상민(35) 상무의 결혼 날짜(12월 28일)도 잡았기 때문이다. 그는 내년 그룹 창립 60주년을 앞두고 성장동력 확충 차원에서 라이신 사업에 재도전한다.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을 지향했지만 최근 성장 정체를 겪어온 대상에 라이신이 새 활력소가 될지는 미지수다. 연말 차녀의 결혼이 경영권 승계에 어떤 변수가 될지도 관심거리다.

비즈니스 세계를 들여다보노라면 간혹 재미있는 구석이 많이 발견된다. 이번에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이 ‘라이신 사업’을 되찾아 온 것도 거기에 해당한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때 그는 그룹을 살리기 위해 눈물을 삼키며 알짜 라이신 사업을 독일 바스프에 팔았다. 그게 돌고 돌아 17년 만에 다시 자기 품에 안긴 것이다. 팔기는 쉬워도 한번 판 사업을 다시 제 손에 넣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일련의 과정이 마치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라이신’이란 가축의 성장과 발육을 위해 사료에 첨가하는 필수 아미노산을 말한다. 가축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는 영양소를 공급해 사료의 효율성을 높여주며 돼지나 닭 사료에 많이 이용된다. 임 명예회장은 ‘미원’ 이사 시절이었던 1973년 국내 최초로 라이신 개발을 성공시킨다. 이후 라이신 사업을 그룹 핵심 사업으로 키워냈다. 1990년대 후반엔 미국 ADM, 일본 아지노모토 등과 함께 세계 3대 라이신 생산회사로 발돋움했다. 1998년 매각 당시 대상의 라이신 시장점유율은 25% 전후였다. 연매출 2000억원, 이익률 20%를 웃도는 효자사업이었다.

하지만 1998년 외환위기 때 건설 및 유통사업 부진으로 그룹이 큰 자금난을 겪게 됐다. 그해 3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독일 글로벌 화학업체인 바스프에 알짜 라이신 사업을 6억달러에 팔 수밖에 없었다. 당시 환율 기준 매각대금은 9000억원대였다. 바스프는 인수 9년 만인 2007년 11월, 경영난을 이유로 250억원이란 헐값에 라이신 사업을 팔고 만다. 인수업체는 국내 중견 수처리·식품첨가제 업체인 백광산업이었다. 이 회사는 막힌 수도 배관을 뚫어 주는 약품 ‘트래펑’ 제조사로 잘 알려져 있다.

 
임 명예회장은 이번에 백광산업으로부터 1207억원에 이를 다시 사들였다. 매각 17년 만이었고, 백광산업이 사들인지 8년만의 일이었다. 재계 일부에서는 9000억원대에 팔고 17년 후 1207억원에 다시 샀으니 그 자체로도 ‘남는 장사’라고 촌평하기도 한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백광산업이 임 명예회장의 매형인 김종의(74) 회장이 이끄는 회사라는 점이다. 김 회장의 부인이 임 명예회장의 누나인 임경화(72)씨다(그래픽 참조). 이런 관계가 결국 임 명예회장 손에 라이닌 사업이 다시 넘어가도록 했다는 풀이도 나온다. 대상가家 오너 친족들의 뜻이 모아져 라이닌 사업을 대상에 원대 복귀시켰다는 해석이다.

임 명예회장은 내년 그룹 창립 60주년을 앞두고 라이신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아 그룹 성장 정체 위기를 돌파하려는 것으로도 전해졌다(그래픽 참조). 한때 그룹 핵심 사업이던 라이신 사업 부활에 기대가 크다는 얘기다. 이런 기대감은 그룹 곳곳에서 감지된다. 그룹 한 관계자는 “IMF 사태 극복 이후 경영이 안정되면 라이신 사업을 부활시킨다는 게 우리 숙원이었다”며 “내년 창립 60주년을 앞두고 전분당, 바이오와 더불어 라이신을 그룹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CJ제일제당과 ‘라이신 대전’ 관심

과거의 라이신 사업 노하우와 60년 가깝도록 축적한 바이오 기술력을 바탕으로 인수 후 1년여 만에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경쟁력을 갖추겠다는 다짐도 했다. 나아가 2017년까지 전분당 6000억원, 라이신 3000억원, 바이오 1500억원 등 소재시장에서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전 세계 라이신 시장은 2009년 125만t(2조5000억원) 규모에서 2014년 210만t(4조2000억원)으로 연평균 10% 이상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20년에는 300만t(6조원) 이상에 달할 전망. 최근 세계 라이신 시장에서는 CJ제일제당이 30%가량을 차지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어 중국 GBT, 일본 아지노모토, 미국 ADM 등 상위 5개사가 약 90%를 점유하고 있다.

대상 라이신 사업부의 최근 점유율은 6.5% 정도로 세계 5~6위권이다. 생산 규모는 연 15만t 상당. 대상의 또다른 관계자는 “17년 전까지 대상은 라이신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다툼을 벌여왔다”며 “잘 아는 사업인 만큼 군산공장을 중심으로 빠른 시일 내에 설비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 일부에서는 대상의 뜻대로 라이신 사업이 예전의 효자기업으로 재탄생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사이 경쟁구도가 많이 바뀌었기 때문. 특히 숙명의 라이벌이자 라이신 세계 1위 기업으로 부상한 CJ제일제당과의 맞수 대결이 벌써부터 주목된다.

대상과 CJ제일제당이 오래전부터 벌여온 라이벌전은 유명하다. 1960년대 ‘미원’으로 조미료 시장을 장악한 대상에 CJ제일제당은 ‘미풍’으로 맞섰다. 이후 조미료 감치미와 다시다로 다시 맞붙었다. 양사의 피 튀는 경쟁은 김치와 장류·건강식품 등 많은 식품 분야에 걸쳐 있다. 대상의 대표적 상표로는 청정원, 종가집, 순창, 햇살담은, 복음자리, 맛선생 등이 꼽힌다.

 
지난 1일 대상그룹 오너家로부터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임 명예회장의 차녀 대상㈜ 임상민 상무가 다섯살 연하남인 금융전문가 국유진(30)씨와 오는 12월 28일 화촉을 밝힌다는 내용이다. 당초 양가 뜻에 따라 가족 친지들만 모인 가운데 소박한 결혼식을 올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결혼 계획이 공개되자 공식 입장을 밝혔다. 예비신랑 국씨는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를 조기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현재 사모펀드사 ‘블랙스톤’ 뉴욕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임 상무도 결혼하면 대상 뉴욕 지사에서 근무할 것이란 얘기까지 나왔다.

차녀 ‘연말 결혼’ 경사까지 겹쳐

세인들이 임 상무의 결혼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가 대상그룹 3세 경영권 승계 유력 후보자 중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임 명예회장은 두 딸만 두었다. 장녀 임세령(38) 상무와의 승계 경쟁이란 측면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두 사람 다 2012년 말 대상에 합류한 후 기획·마케팅 분야에서 승계수업을 받고 있다. 호사가들은 이번 결혼발표로 상대적으로 장녀 임 상무의 입지가 좋아졌다고 입을 댄다. 그는 1998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결혼했다가 2009년 이혼했다. 두 사람 사이에 아들(15)과 딸(11)을 두고 있다. 올 1월 배우 이정재(42)와 사귄다는 사실이 알려져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임 명예회장은 재계에서 좀 특이한 오너로 통한다. 아버지 임대홍(95) 창업자로부터 1987년 경영권을 넘겨받은 지 10년 만인 1997년 8월 돌연 사퇴했다. 그 후 약 18년간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추고 자신은 명예회장으로 큰 일만 챙기고 있다. 3세 체제로 넘어가면서 어느 딸에게 경영권을 넘겨줄지, 사위에게 맡길지 등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대상그룹 후계자 문제는 두고두고 세인들의 관심사로 등장해 있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i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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