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열 박사의 슬로 경제

▲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될 것으로 보이는 오너 기업인만 약 10명에 달한다. 사진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뉴시스]
대통령 자리도 5년이면 치열한 공방 끝에 새 주인을 맞는다. 그러나 오너 총수나 오너 경영자 자리는 대부분 마냥 보장받는다. 황제 경영의 유혹과 병폐에 빠지기 십상이다. 오너 체제가 장점도 많지만 이제 오너 기업인들은 광속도로 변화하는 기업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올해는 오너(owner) 기업인들이 유난히 도마에 많이 오르고 있다. 당장 10일 시작되는 19대 국회 국정감사에 대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불려갈 분위기다. 보도에 따르면 전체 상임위에서 100여명에 이르는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채택할 움직임이라고 한다. 사실상 많은 수의 대기업 총수들이 대상이 되고 있단 얘기다. 올 들어 대기업 총수나 오너 경영자들이 워낙 악수惡手를 많이 둔 데다 내년 총선도 앞두고 있어 증인 채택 움직임을 부채질하고 있다. 일부에서 지나친 ‘오너 때리기’ 아니냐는 비판도 있지만 의원들은 국민 정서와 총선을 등에 업고 더욱 고삐를 죄고 있다.

당장 거론되는 오너 기업인만 10여명에 이른다. 신동빈, 조양호, 조현아, 이재용, 이부진, 정용진씨 등등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불러 최근의 낯 뜨거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드러난 불투명한 지배구조 문제를 따질 태세다. 국토교통위원회는 ‘땅콩 회항’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증인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는 메르스 확산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출석을, 기획재정위원회는 면세점 독과점 논란과 관련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출석을 각각 요구할 움직임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마트 불법파견 논란과 관련해 환경노동위원회가 출석 요구를 검토중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수의 기업 관계자들이 국회를 들락거리면서 국회에서 살다시피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오너들의 증인 채택을 피해 보려는 필사적인 움직임이다. 오너들이 사건이 일어났을 때 언론이나 여론의 뭇매를 받았으면 됐지 국회에 나가 또 한 번 죽을 고생을 하고 싶진 않다는 뜻이다. 심지어 증인 채택이 불가피할 경우 오너 대신 다른 경영자를 증인으로 삼게 해 달라는 대타 작전(?)까지 동원하고 있다고 들린다.

국회 출석만이 아니다. 올해는 사법처리와 관련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오너 기업인들이 유독 많았다.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은 지난 5월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결국 동국제강 대표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오너 기업인 중 최장 구속기간인 925일 만에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겨우 풀려났다. 하지만 집행유예 상태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특사를 받지 못해 기업 경영에 일부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구자원 LIG 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도 한때 특사 대상으로 거론됐으나 모두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몸이 아파 구속집행정지 상태인 이재현 CJ 회장의 경우는 지난 8월 부친상을 당하고도 감염 우려 때문에 서울대 병원에 차려진 빈소를 지키지 못해 딱한 느낌을 주었다.

‘오너(owner)’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 봤다. “기업 등의 소유권을 가진 사람”으로 돼 있다. ‘오너 체제’는 “어떤 기업의 실질적 소유주가 그 기업의 대표 및 업무의 최고 집행자가 되어 직접 경영을 맡는 체제”라고 정의하고 있다. 유교문화권인 우리나라 오너들 중 많은 이들이 소위 ‘황제 경영’의 꿀맛에 젖어 있다고 비판받는다. 올 들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신격호 롯데 회장 등이 그 극적인 예를 제공했다. 대통령 자리도 5년이면 치열한 공방 끝에 새 주인을 맞는다. 그러나 오너 총수나 오너 경영자 자리는 대부분 마냥 보장받는다. 황제 경영의 유혹과 병폐에 빠지기 십상이다.

오너 체제가 장점도 많지만 이제 오너 기업인들은 광속도로 변화하는 기업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평소 경영권 승계 원칙을 세우고, 많이 늙기 전에 공개리에 그것을 진행할 때가 됐다. 기업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오너 일족에만 의지하지 말고 자본과 경영을 분리하는 일에도 더욱 관심을 갖고 실행할 때가 온 것 같다.
이우열 경영학 박사 ivenc@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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