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M&A 빨간불

▲ 기업회생이나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가 있는 건설사들의 M&A(인수합병)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사진=뉴시스]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과정을 밟고 있는 건설사들의 인수ㆍ합병(M&A) 작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주택경기 회복으로 인수전에 불이 붙었던 상반기와는 대조적이다. 특히 호재를 틈타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시장의 반응이 달라졌다.

M&A 시장에 건설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시공능력순위 100위권 내 건설사 가운데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곳은 총 14곳. 이 중 M&A 시장에는 극동건설, 동부건설, STX건설 등이 매물로 나와 있고 남광토건은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오랜 기간 침체됐던 부동산 시장이 되살아나고 있어서다. 특히 국내 주택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주택 매매거래량은 61만796건으로 지난해 상반기(47만3000여건)보다 29% 늘었다.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최대치다. 서울은 비수기인 7월에도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1만2119건으로 집계돼 9년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올 하반기에도 훈풍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주택산업연구원은 하반기 전국 매매가가 1.1%, 전셋값은 1.6% 상승하면서 올 한해 전국적으로 매매가 2.5%, 전셋값 3.5%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 상황이 나쁘지 않고 안정적으로 가는 추세라서 매매시장은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정부가 기업형 임대주택사업(뉴스테이)에 참여할 수 있는 문턱을 낮춘 점도 호재다. 시장에 매물로 나온 건설사들이 대부분 중견 건설사라서다.

올해 상반기 건설사 M&A가 잇따라 성공한 것도 ‘청신호’가 됐다. 과거 7번이나 매각에 실패했던 쌍용건설은 두바이투자청(ICD)에 매각됐다. LIG건설과 동양건설산업 역시 각각 현승디엔씨와 EG건설에 매각됐다. 하지만 건설사 M&A가 하반기에도 흥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비슷한 규모의 건설사들이 한꺼번에 쏟아졌기 때문이다. 시장에 나온 건설사 대부분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로 부도위기에 내몰려 있다.

무더기로 법정관리에 돌입한 건설사들은 그동안 M&A를 통해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했지만 시장에선 늘 찬밥 신세였다. 이들이 각종 호재를 틈타 시장에 한꺼번에 나오면서 ‘희소성’이 떨어진 것이다. M&A 전문가는 “인수전 흥행의 일반적인 기준은 업계에서 인수후보가 얼마나 많이 거론되느냐다”며 “하지만 현재는 거론되는 건설사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이 많고 또 앞으로도 나올 매물이 많으니 기업들이 굳이 급하게 굴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하반기 ‘대어’로 꼽히는 동부건설 인수전에는 중국 건설업체를 비롯해 6개 컨소시엄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동부건설은 ‘센트레빌’을 앞세운 주택사업과 함께 토목과 플랜트 등의 다양한 매출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여기에 동부익스프레스에 대한 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과 동부하이텍 지분 10.17%를 보유하는 등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보유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그나마 동부건설을 좋은 매물로 보고 있어 참여 열기가 있지만 나머지 기업들의 인수전 흥행은 미지수”며 “인수 후보로도 거론되는 기업이 없다는 것은 인수전이 흥행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걸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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