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연대기

▲ SNS는 생성과 성장을 반복하며 진화하고 있다. [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당신은 하루에 몇번이나 SNS에 빠지는가. 언젠가부터 우리는 ‘모바일’을 손에 쥐고 살고, 그 작은 화면에서 끊이지 않고 생성되는 정보와 수시로 마주친다. 이런 ‘정보의 홍수’에 지치거나 지루해질 때면 새로운 형식의 SNS가 출현해 또 다른 오감五感을 자극한다. 그렇다. 우리는 ‘SNS의 진화 시대’에 살고 있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 SNS라는 단어를 처음 들은 때는 언제였을까. 생각할 일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언제가부터 SNS는 우리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통방식이 됐다.  SNS도 역사가 있다. 국내의 경우 14년~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따지고 보면 SNS와 유사한 개념이 우리 머릿 속에 형성되기 시작된 건 1999년께다. 이 당시 인터넷 공간에 ‘아이러브스쿨’과 ‘싸이월드’가 한달 간격으로 등장했다.

이 서비스들은 ‘동창회’‘인맥’이라는 콘셉트로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학교 졸업 후 동창을 만나려면 일일이 학교졸업생 명부와 주소록을 뒤적이며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아야 했다. 인터넷은 있지만 이메일이 지금처럼 일반화되지 않았던 시절. 그런데 인터넷 네트워킹을 통해 잊고 있었던 동창과 연락을 하고, 안부를 물을 수 있으니, 이런 천지개벽도 없었다. 당연히 온라인 공간이 붐비기 시작했다. 한동안 연락이 끊어졌던 친구나 동창들도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당일 만날 수 있을 정도로 단절됐던 관계가 빠르게 회복됐다.

 
마음만 먹으면 10년이든 20년이든 오랫동안 연락이 끊어졌던 동창과 친구와 언제든지 재회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싸이월드는 특히 1촌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며 큰 관심을 끌었다. 서비스가 크게 활성화했던 2004년 무렵 싸이월드는 우리나라 20대의 90%가 서비스를 이용했을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SNS가 본격적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박힌 건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등장한 2000년대 중반부터다.

이 무렵, 사람들은 SNS라는 단어를 곳곳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도 이 시기를 SNS가 본격화 된 시점으로 본다.  물론 SNS 진화 단계를 구분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일반적으로 싸이월드, 아이러브스쿨, 블로그와 같이 소셜네트워크를 온라인에 표면화한 서비스를 1세대 SNS로 구분한다. 2세대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이다. 

인터넷 관계망, SNS의 출현

1세대 SNS는 기존에 형성된 오프라인 인맥을 온라인으로 연결한 반면 2세대는 불특정다수와의 관계를 강조한다. 이런 구분법을 따르면 지금 시대는 3세대 SNS 단계로 볼 수 있다. 3세대 SNS는 사용자들이 선호에 따라 다양한 콘텐트를 볼 수 있는 ‘큐레이션’ 서비스로 볼 수 있다. 이는 ‘버티컬(vertical) SNS’라고 불린다. 같은 장소에 몇명이 있는지 확인하고, 그곳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포스퀘어(Four square)와 씨온(Seeon), 예술가들의 디지털 포트폴리오로 쓰이는 텀블러(Tumblr), ‘인맥’이 아닌 ‘키워드’를 중심으로 소통하는 톡탭(Talktab)이 대표적이다.

사진과 동영상 중심의 이용자 맞춤형 서비스인 인스타그램, 폴라, 플레인과 같은 SNS도 같은 흐름으로 본다. 실명 위주의 SNS에 대한 반작용으로 탄생한 익명 SNS도 중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버티컬 SNS의 인기 요인은 ‘개성’을 추구하려는 이용자의 취향이다. 인맥을 중심으로 이어진 SNS의 홍수 속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욕구가 버티컬 SNS를 유행시키는 원동력이라는 거다. 하지만 SNS의 진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업계에선 벌써 ‘4세대 SNS’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최재용 한국 소셜미디어진흥원 원장은 “둘만 소통하는 일대일 SNS, 잔디와 같은 업무용 SNS들이 4세대 SNS로 부각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잔디는 기업형SNS 스타트업인 토스랩이 서비스하는 업무용 그룹 메신저다. 그룹대화, 파일공유와 같은 업무 관련 기능들을 갖췄다.  이런 SNS 진화의 특징은 ‘퇴진’이라는 용어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한 세대가 퇴진하면 다음 세대가 바통을 이어받아 그 자리를 차지한다. 이를 테면 전前 세대 입장에선 ‘퇴진’, 다음 세대 관점에선 ‘등장’이다. 하지만 SNS는 다르다. 4세대 SNS가 꿈틀대고 있지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여전히 건재하다. 세대는 계속 바뀌고 있지만 SNS엔 ‘단절의 역사’가 없다는 거다. SNS의 변화상을 나무가 아닌 숲을 본다는 마음으로 조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SNS 진화를 바라보는 다양한 견해들이 있다. [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배운철 소셜미디어전략연구소 대표는 “SNS의 생태계를 큰 틀에서 보면 초기엔 커뮤니티에서 출발해 비즈니스플랫폼, 마케팅 플랫폼, 미디어플랫폼으로 진화했다”며 “또 다른 방향에서는 텍스트·사진·영상 기반의 다양한 SNS들이 출현했다”고 말했다. SNS에 사람과 정보가 모이면 자연스럽게 기존 SNS의 역할을 대신하고, 때론 비즈니스나 마케팅 플랫폼으로 분화·발전하고 있다는 얘기다. 

1세대와 3세대의 흥미로운 공존

그렇다면 SNS는 또 어떻게 진화할까. 배 대표 새대별 특성을 반영한 SNS서비스가 출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0대를 위한 서비스는 익명 기반의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강한 형태로, 주부를 위한 서비스는 카카오스토리의 특성을 더욱 분화하는 특성으로 세분화해 갈 것이다.” 최재용 원장은 “1인 방송의 시대를 맞아 유튜브처럼 동영상 기반의 진화된 서비스가 출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텍스트(페이스북)→이미지(인스타그램)에 이어 ‘동영상’이 SNS의 중심 콘텐트가 될 거라는 예상이다.
 
“생성과 성장, 소멸의 과정을 반복하며 시간이 지난 후 이전보다 발전하는 것.” 진화의 사전적 의미다. SNS의 특징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SNS가 탄생→성장→쇠퇴→재탄생의 과정을 반복하며 새롭고 다양한 서비스를 계속해서 내놓고 있어서다. SNS는 이제 인적 관계망이 아니다. ‘진화 DNA’가 담긴 생명체다.
김은경 더스쿠프 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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