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SNS

▲ 실명 SNS에 피로감을 느끼는 유저가 많아지면서 익명 SN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SNS가 ‘관계’를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생활이 지나치게 노출되면서 ‘SNS 피로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개인정보 노출이나 공공기관의 정보검열에 대한 두려움도 ‘탈脫관계’에 한몫하고 있다. 남에게 자신을 노출하지 않는 ‘익명 SNS’, 자료가 남지 않는 ‘휘발성 SNS’가 속속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룸스, 슬링샷, 포크, 텔레그램, 시크릿, 위스퍼, 익약, 모씨, 돈톡, 스냅챗…. 국내외에서 나온 익명 기반의 SNS들이다. 최근 익명으로 소통을 하는 SNS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관계 기반의 소통 대신 자신을 노출하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또는 정해진 시간 이외엔 기록이 남지 않는 걸 선호한다.

그간의 SNS는 실명 기반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보니 자신을 남 앞에 드러내야 하는 부담감은 물론 남들에게 일종의 ‘자랑질’을 해야 하는 강박관념마저 생겼다. 오죽하면 이런 현상을 희화화한 문장이 만들어져 인터넷상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예컨대 싸이월드는 ‘내가 이렇게 감수성이 많다’, 페이스북 ‘내가 이렇게 잘 살고 있다’, 블로그 ‘내가 이렇게 전문적이다’, 인스타그램 ‘이렇게 잘 먹고 있다’, 카카오스토리 ‘내 아이가 이렇게 잘 크고 있다’, 트위터 ‘내가 이렇게 이상하다’는 식이다.

 
최근엔 ‘카·페·인 우울증’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유명 SNS의 앞 글자를 딴 말인데, SNS를 통해 엿보는 다른 이의 행복한 삶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우울감에 빠진다는 거다. 이용자들의 SNS 피로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명 SNS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남의 비방이나 비판에 지나치게 노출된다. 의도하지 않게 신상이 공개되는 것은 물론 무심코 내뱉은 발언이나 글귀 탓에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최근엔 개인정보 노출을 넘어 정보검열 논란까지 나오고 있어 SNS 피로감이 더 커졌다. 익명을 강조한 SNS서비스의 니즈가 갈수록 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외에서 스냅챗이 인기를 끈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냅챗은 2011년 7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스탠퍼드대 학생이던 에반 스피겔과 바비 머피가 만들었다. 사진을 전송하는 사람이 수신자의 사진 확인 시간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자기 파괴 앱(self destructing app) 기술이 활용돼 상대방에게 사진을 보내면서 10초 제한을 설정하면 10초 후 사진이 자동으로 삭제되는 것이다.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부담이 적다.  국내에선 돈톡, 어라운드, 모씨와 같은 익명 SNS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모씨는 가입자수가 100만명을 넘어섰을 정도로 인기다. 속마음을 편지에 적는 콘셉트인 익명 SNS 모씨엔 주로 미혼모, 왕따 문제, 성폭력 등의 사연이 올라온다. 익명이 아니면 쉽게 털어놓기 어려운 이야기들이다. 이용자는 여성이 많고 연령대는 18~24세에 해당된다.

 
김봉기 모씨 대표는 “최근 실명 SNS의 문제가 많이 노출돼 대안으로 익명 서비스를 기획했다”며 “연애와 가족문제 등에 대한 사연이 주로 올라오는데, 이용자가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면서 공감하고 위로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여성들이 전체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많이 참여한다”며 “평소 어딘가에 속마음을 털어놓기 어렵거나 억압을 느끼는 분들이 많은데 익명으로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기 때문에 편안함을 여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흥미로운 부분은 익명 SNS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텍스트를 넘어 음성, 영상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개발 중이라는 거다. 전문가들은 SNS의 성장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사회에선 점점 더 비밀이 사라질 것이고, 그럴수록 SNS 피로감이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물론 업계 관계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있다. 익명을 방패삼아 불법만남이나 사기, 근거없는 유언비어, 욕설 등이 난무하는 일이다. SNS, 실명이든 익명이든 보완할 게 여전히 많다. ‘소셜 서비스’의 축복만큼이나 많은 과제다.
김은경 더스쿠프 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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