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바나나만 먹는다고 살이 빠질까. 그렇지 않다. 무엇이든 많이 먹으면 찐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우리가 당류나 당질이라고 부르는 탄수화물. 그중 정제된 백색 탄수화물이 비만의 원인 중 으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탄수화물은 탄소와 물 분자로 이뤄진 유기화합물이다. 단순한 표현이지만 곱씹어보면 우리의 주변에 넘치도록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탄수화물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탄수화물의 정체를 파악해야 한다.

엄마의 곁을 항시 쫓는 어린아이처럼 탄소의 곁에는 늘 물 분자가 따라다닌다. 그래서 탄수화물은 물을 제거하면 기본 구조를 잃는다. 드문 설정이긴 하지만 우리의 몸에 1000㎉의 에너지를 저장해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g당 9㎉의 열량을 내는 지방은 110g 정도면 1000㎉의 에너지 저장이 가능하다. 탄수화물은 g당 4㎉의 열량을 내므로 250g을 먹어야 목표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그러나 탄수화물은 자기 무게의 4배에 해당하는 수분을 품고 저장되는 특성이 있다. 물의 무게까지 포함해 1250g의 체중이 늘어난다. 물론 단순한 수치적 계산이긴 하지만 탄수화물, 특히 백색 탄수화물을 경계해야 할 확실한 이유가 된다. 하지만 탄수화물이 비만의 원흉이라 하여 먹지 말라는 것은 살찌기 싫으면 죽으라는 말과 같다.

세포의 생존에 꼭 필요한 에너지 공급원이므로 탄수화물 없이 인간은 살아갈 수 없다. 생존에 불가결한 조건인 동시에 비만의 원인이 된다는 게 우리가 체중을 덜어내기 힘든 이유다. 모든 음식은 그 자체보다 양과 질이 문제가 된다. 곡류가 살찌니 육류를, 지방은 열량이 높으니 곡류를 먹자는 식으로 사안을 단순하게 들여다보는 것이 문제의 시작이다.

육식을 즐기는 비만인들에게 회자되는 다이어트 비법이 있다. 왕처럼 육식을 즐길 수 있다해 황제다이어트라고 한다. 물론 심혈관계 질환을 포함한 각종 부작용이라는 카운터 펀치를 맞고 나가떨어진 지 오래다. 이처럼 특정 음식을 선호하는 방식으로 지속적 다이어트가 성공한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론적으로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예를 들어 고구마나 바나나를 먹고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치자. 이내 우리는 그 다이어트 방법 앞에 해당 음식을 갖다 붙인다. 하지만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해보자. 무엇인가 먹는다는 것은 에너지를 보탠다는 의미인데 어떻게 바나나를 먹고 살이 빠지겠는가. 필자는 몇년 전 중국 관광 중 호숫가에 나타난 원숭이에게 바나나를 던져주는 여행상품을 경험했다.

하지만 몸이 날래고 동작이 빠른 원숭이는 그곳에 없었다. 바위 위에 앉아 관광객이 던지는 바나나를 받아먹는 원숭이는 몸이 둔하고 무거워 보였다. 한가지 음식이라도 양이 많으면 살이 찌고, 양이 적으면 야윈다. 특정 음식을 이름 앞에 달고 나타나는 다이어트는 결국 VLCD(Very Low Calorie Diet·초저열량 식이)의 시행이라는 점이 분명하다.
박창희 다이어트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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