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하이브리드 바람

▲ 수익형 부동산의 장점만을 결합한 이른바 '하이브리드' 상품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사진=뉴시스]
호피스텔ㆍ타운하우스ㆍ아파텔ㆍ스트리트형 상가…. 최근 부동산 시장에 낯선 이름의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서로 다른 상품의 장점만을 결합한 이른바 ‘하이브리드형’ 상품들이다. 특색을 내세워 소비자 눈길을 끌어모으겠다는 건설사의 전략이 구체화된 결과다.

최근 주택시장에 다양한 종류의 주거 상품이 결합한 ‘하이브리드 주택’이 등장했다. 전세난으로 닫힌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건설사들이 짜낸 차별화 전략이다. 부유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타운하우스의 변신이 대표적이다. 2000년대 중후반 유럽형 고급 저택 콘셉트로 처음 공급된 타운하우스는 부동산 경기 불황 속에 외면을 받으며 미분양의 대명사가 됐다. 삽을 뜨기는커녕 분양 자체를 미루는 사업지도 속출했다. 그런 타운하우스가 크기를 줄이고 가격 거품을 뺀 주택으로 변신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분양되는 타운하우스는 넓은 정원, 전실 남향 배치 등 실속형으로 설계됐다.

타운하우스는 아파트의 편리함과 단독주택의 쾌적함을 갖춘 하이브리드 주택이다. 넓은 정원과 일조권을 확보하면서 개인 프라이버시가 최대한 보장된다. 최대한 자연을 누리면서도 고급 마감재와 편리한 각종 설비로 불편하지 않다. 곳곳에 설치된 CCTV와 최첨단 보안장비로 아파트보다도 안전한 생활이 가능하고 무엇보다 개성적인 주거공간을 연출할 수 있어 젊은층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엔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게 단점이었지만 최근엔 수요층이 탄탄해지면서 가격 오름폭도 커지고 있다.

재건축ㆍ재개발 시장에도 하이브리드 바람이 거세다. 최근 도심재정비사업 조합들은 아파트 단지 내에 오피스텔도 포함시켰다. 롯데건설이 2013년 분양한 ‘덕수궁 롯데캐슬’ 오피스텔이 대표적이다. 이 오피스텔은 평균 12.7대 1의 높은 경쟁률로 청약을 마감했다. 현대건설이 올해 3월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 왕십리뉴타운 3구역에 공급한 ‘센트라스’ 오피스텔 243실 역시 하루에만 약 5000건의 청약이 접수됐다. ‘아파트+오피스텔’의 구성이 시장에 통한 것이다. 재건축ㆍ재개발 단지 내 들어서는 오피스텔은 상가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게 장점이다. 미분양 위험이 큰 상업시설 일부를 줄이면서 대신 주거용 오피스텔을 넣어 사업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오피스텔에서 호텔 서비스를…

천편일률적인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도 기능성을 접목한 하이브리드형 상가가 인기다. 대표적으로 스트리트형 상가가 있다. 스트리트형 상가란 단지내 상가와 근린상가의 장점을 가미한 상업시설이다. 거리를 거닐며 쇼핑은 물론 문화, 놀이, 먹거리, 휴식까지 즐길 수 있다. 이들 상가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는 다양한 키테넌트를 배치할 수 있어 고객확보가 쉽다는 것이 특징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 랜드마크로 성장할 가능성도 크다.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메세나폴리스몰이 좋은 예다.

호텔과 오피스텔을 결합한 호피스텔도 인기다. 호피스텔이란 주차ㆍ청소ㆍ조식 뷔페처럼 호텔에서나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오피스텔에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시설 고급화를 넘어 차별화한 서비스를 지향하는 주거 트렌드가 오피스텔에도 적용된 셈이다. 주거 시설에 호텔식 서비스가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 대도시에서 고급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하는 주택업체가 차별화 전략으로 내걸었다. 최근 1~2인 가구의 급증으로 오피스텔이 주요 주거시설로 부상하자 건설사들이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아파트 전세난 속에 방이 2칸 이상이고 내부 구조를 아파트처럼 꾸민 ‘아파텔’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전용면적도 45㎡(약 13평) 이상으로 소형 아파트를 대체할 수 있는 부동산 상품이면서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한화건설이 경기 일산에 선보인 ‘킨텍스 꿈에그린’은 전용 84㎡(약 25평)에 방 3칸과 욕실 2개의 아파트 평면구조를 갖췄다. 아파트보다 값이 싸 단기간 내 매진됐다. 근린상가와 단지내 상가가 결합한 단지형 근린상가도 주목받고 있다. 아파트 단지의 든든한 배후수요와 주변 유동인구 흡수가 동시에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단지내 상가는 다양한 업종유치에 한계가 있지만 단지내 근린상가는 다양한 업종의 상점이 입점하는 만큼 유동인구의 폭이 넓어져서다. 대형 상가에 비해 분양가가가 저렴해 임차인 확보에도 유리하다.

하이브리드 수익형 상품의 인기는 분양시장이 증명했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에서 172실을 분양한 아파텔인 ‘힐스테이트 광교’는 청약모집에 7만2639건이 몰려 평균 경쟁률 422대1을 기록했다. 이는 오피스텔 청약 경쟁률이 공개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경쟁률이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서 분양한 호피스텔인 ‘마곡 럭스나인’은 분양 2개월 만에 100% 완료했다. 200m에 이르는 스트리트몰로 조성되는 GS건설의 ‘공덕 파크자이’ 상가도 최고 29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공개청약을 마감한 결과 57개 매장 모집에 평균 약 68대1, 최고 297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두 얼굴의 상가’도 인기몰이

아예 업종을 결합하는 경우도 있다. 점포를 공동으로 낸 다음 임차료와 관리비는 영업시간에 따라 둘이서 나누는 이부제 상가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점포에서 시차를 두고 두 가지 업종으로 운영하거나 한 점포를 여럿이 나눠 쓰는 ‘두 얼굴’의 상가다. 낮에는 빵집ㆍ꽃집, 밤에는 카페ㆍ와인바를 운영하는 식이다.

이부제 상가는 신사동의 가로수길, 이태원동 경리단길, 상수ㆍ합정동의 카페거리 등 주목받는 상권에 몰려있다. 대기업 브랜드와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이 침투하면서 임대료가 치솟자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가게들이 자구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하나의 매장에 2~3개 업종이 동시에 입점하는 ‘숍인숍 매장’도 인기다. 커피숍 매장 한쪽에 책방, 꽃집, 레코드 가게, 액세서리 등 잡화점 등에 내주는 식이다. 이런 상가는 업종의 다양성을 확보하면서 수익률이 오를 공산이 크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 2002ct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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