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1년, 성과와 과제

▲ 단통법이 시행된 후 올해 7월까지 번호이동 가입자는 단통법 시행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40% 이상 감소했다.[사진=뉴시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1년을 맞은 이 법은 효과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거세다. 정부는 단통법 덕분에 국민의 통신비가 인하됐다고 자찬한다. 시장은 단통법 때문에 고가폰 구매 부담만 커졌다고 냉랭하게 맞선다. 과연 누구 말이 옳을까. 단통법 시행 1년, 그 성과와 과제를 취재했다.

오는 10월 시행 1년을 맞는 단통법의 효과는 어떨까. 예상대로 정부와 시장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미래부는 지난해 10월 단통법을 도입한 이래 이용자 차별이 해소됐다고 평가한다. 이 법을 시행하기 전 ‘보조금 대란’ 등으로 우후죽순 지급되던 보조금이 휴대전화 기종별로 공평해졌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통신사로 갈아타는 번호이동 위주로 지급되던 지원금이 신규 가입, 기기변경 가입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면서 가입 유형에 따른 이용자 차별도 해소됐다는 분석이다.

미래부는 단통법 시행 후 3만원대 이하 저가요금제 가입자에게 지원금이 제공되고, 국내 제조사의 중저가 휴대전화 출시가 늘어나 가계 통신비가 줄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전인 지난해 7~9월과 비교해 보면 6만원대 이상 고가요금제 가입 비중과 소비자가 최초 가입할 때 선택하는 요금제 수준이 크게 낮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6만원대 이상 요금제 가입 비중은 지난해 7~9월 33.9%에서 올 8월 2.9%로 크게 떨어졌다. 반면 4만〜5만원대 요금제 비중은 같은 기간 17.1%에서 44.8%, 3만원대 이하 요금제 비중은 49%에서 52.3%로 크게 높아졌다. 가입 요금제 수준도 지난해 7~9월 월 평균 4만5155원에서 올해 8월 3만9932원으로 내려갔다.

아울러 보조금 대신 추가 20%의 요금할인을 제공하는 제도도 가계 통신비를 떨어뜨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미래부는 평가했다. 미래부에 따르면 9월 6일 기준 보조금 대신 추가요금할인을 받는 이용자는 185만명을 넘어섰다. 중저가 단말기도 확대된 것으로 평가된다. 미래부는 “50만원 이하 단말기 판매 비중이 법 시행 전 21.5%에서 시행 후 34.8%로 높아졌다”며 “최근 국내 제조사는 좋은 성능의 중저가폰을 본격 출시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단통법이 효과를 낸 게 뭐냐는 부정적 평가가 쏟아져 나온다. 소비자의 고가 휴대전화(90만~100만원대) 구매 부담은 늘어났고, 국내 제조사는 고가 휴대전화 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이유다. 틀린 지적은 아니다. 소비자는 과거 이통사간 불법 보조금 경쟁을 통해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구매해온 경험 때문에 제값을 내고 고가폰을 구매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출시된지 15개월 지난 휴대전화의 경우 단통법상 지원금 규제가 없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지만 손에 넣기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제조사의 휴대전화 재고관리 등으로 남아있는 물량이 많지 않아서다.

이렇게 소비자의 고가폰 구매가 줄자 국내 제조사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단통법 시행 전 사실상 보조금을 무제한 지급해오던 국내 제조사들이 가격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병헌(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휴대전화 판매량은 단통법이 시행된 지 9개월만에 110만대가량 줄어든 1310만대에 그쳤다. 전 의원은 “소비자들이 단통법 이후에도 단말기 가격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단통법의 효력을 반감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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