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준금리 동결 경제효과

▲ 9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사진=뉴시스]

미국의 9월 기준금리 인상설은 ‘설’에 그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국제금융시장은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불확실성은 되레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10월 인상 가능성을 밝혔기 때문이다.

9월 17일(현지시간), 세계의 눈과 귀가 한 여성에게 쏠렸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ㆍFed) 의장이다. 미국 기준금리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이날 열렸기 때문이다. 시장은 FOMC 회의를 앞두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옐런 의장이 처음으로 금리인상 가능성을 밝힌 것은 지난 3월에 열린 토론회 자리였다. 그는 “경제 여건이 지속 개선될 경우 올해 하반기에 기준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인상 시기를 처음으로 밝혔다.

그로부터 네달 후인 7월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포럼에선 “(사견으로는) 올해 하반기 어느 시점에 연방기금 금리를 인상하는 첫번째 조치를 취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그렉시트(Grexitㆍ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으로 세계경제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터져 나온 이 발언 때문에 국제금융시장은 ‘9월 기준금리 인상설’을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8월 11일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평가절하하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중국경기 둔화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국제금융시장이 휘청거렸다. 특히 신흥국의 통화가치에 빨간불이 켜졌다. 가파른 하락세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9월로 예상되는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국발 ‘차이나 쇼크’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까지 겹칠 경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글로벌 경제가 다시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까지 나서서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모든 수치가 완벽히 확인된 이후에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면 안 된다”고 밝혔다. 카우시크 바수 WB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연준이 9월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채택할 경우 신흥국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글로벌 경제가 확실한 회복세를 보일 때까지 금리 인상을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인상 시기를 예측하는 전문가의 의견도 엇갈리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전문가의 82%가 9월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했지만 지난 11일 설문조사에선 그 비율이 46%로 크게 떨어졌다.

금리 인상 막은 ‘차이나 쇼크’

이를 반영한 듯 연준은 9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10명의 연준위원 중 제프리 래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제외한 9명이 금리 동결에 찬성했다. 금리 동결 요인은 이번에도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였다. FOMC 성명서에도 ‘노동시장 조건, 물가상승률 등과 함께 국제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문구를 넣었다. 국제금융시장이 미국 기준금리의 방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달러화 유동성이 전세계 경제의 돈줄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침체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초저금리와 함께 양적완화정책을 사용했다. “경기가 침체하면 헬리콥터에 올라가 돈을 뿌리겠다”는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의 말처럼 미국은 2008년 이후 4조 달러(약 467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시장에 뿌렸다. 이 돈은 신흥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 투자되며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하지만 이 돈을 언제까지 시장에 머무르게 할 순 없었다. 과한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될 수 있어서다. 지금 연준이 고민하는 게 이 돈을 언제, 어떻게 끌어들이느냐다. 이를테면 출구전략을 숙고 중이라는 거다. 문제는 이 전략을 사용하면 회복이 완전하지 않은 신흥국과 세계경제가 또 다른 공포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국제금융시장은 기준금리를 소폭 올리는 대신 ‘추가 인상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달리길 원했다.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은 해소하면서도 금리인상의 충격은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9월 기준금리 동결로 불확실성은 되레 커졌다. 옐런 의장이 올해 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서다. 옐런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10월 인상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벌써부터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점치는데 분주한 모습이다.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충격이 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도 불확실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8일 열린 금융협의회에 참석해 “옐런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종합해 볼 때 단기적인 불확실성은 여전히 클 것으로 보인다”며 “17명의 FOMC 위원 중 13명이 연내 금리 인상을 적절하게 생각한다는 걸로 미뤄보면 10월 또는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다수의 전문가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국내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준금리 인상을 포함한 미국의 출구전략 이슈가 시장에 노출된 악재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선先반영됐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부정적인 영향을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전한 신흥국 자본 유출 우려

신흥국 입장에서는 잠시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당장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급격한 외국 자본, 유출, 자국 통화 약세 등의 부정적인 요인은 피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 유출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자금이 빨리 빠지느냐 천천히 빠지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며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국내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은 시중에 더 이상 돈을 풀지 않는다는 의미지만 기준금리 인상은 시중에 풀린 돈을 본격 회수하겠다는 것”이라며 “신흥국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될 경우 또 다른 경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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