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연내 매각 가능성

▲ 금호산업 채권단이 최종 매각가격을 7228억원으로 확정하면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산업을 다시 품을 가능성이 커졌다.[사진=뉴시스]

‘3710억원→181억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채권단의 금호산업 인수가격을 둘러싼 간격이 이렇게 줄었다. 채권단은 최초 제시액보다 2985억원을 줄였고, 박 회장은 544억원을 더 얹은 결과다. ‘금호산업을 연내에 매각하지 못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채권단을 압박한 것 같다. 결국 승기는 박삼구 회장이 잡았다.

9월 11일 산업은행과 55개 금융사로 이뤄진 금호산업 채권단이 50%+1주(1754만주)의 최종 매각가격을 7228억원으로 확정했다. 채권단 75%가 동의하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이 가격을 수용할 경우 금호산업 매각은 올해 마무리 될 공산이 크다. 7228억원은 어떻게 나오게 됐을까. 시작은 ‘호반건설의 베팅’이다. 4월 금호산업 인수 후보로 단독 응찰한 호반건설은 채권단 지분 57.6%의 인수가격으로 6007억원(주당 3만902원)을 써 냈다. 내심 1조원가량을 생각하고 있던 채권단의 기대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 때문에 채권단은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지 않았다.

이후 협상의 공은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박 회장에게 돌아왔다. 채권단은 먼저 협상가격을 1조213억원(주당 5만9000원)으로 결정했다. 회계법인 실사를 통해 평가된 가격(주당 3만1000원)에 경영권 프리미엄 90%를 얹은 것이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본전에 가까운 금액으로, 2010년 금호그룹 붕괴시 박 회장으로부터 출자전환한 주식 가격 6만원에 근접한 수치기도 하다. 반면 박 회장은 인수가로 6503억원(주당 3만7564원)을 제시했다. 호반이 제시한 시장가격에 1100억원을 더 얹은 금액이다. 당시 채권단과 박 회장의 간극은 3710억원. 좁히기 쉽지 않은 차이였다.

간극을 줄이기 위해 채권단이 통 큰 양보를 했다. 주당 4만5485원인 7935억원을 다시 제시한 것이다. 박 회장은 본인의 최초 제시안에 544억원을 더 얹은 7047억원을 제안했다. 이런 상황에서 채권단이 7228억원이라는 숫자를 꺼내면서 간극은 181억원으로 줄었다. 인수가 불가능할 것 같던 ‘3710억원의 차이’가 두달만에 인수가 가능한 수준으로 바뀐 것이다. 채권단이 희망 금액을 크게 줄인 이유는 ‘연내 매각’에 있다. 채권단은 이번 협상이 물 건너가고 다시 경쟁입찰로 전환할 경우 가격이 더 떨어질 공산이 크다고 봤다.

금호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좋지 않아서다. 금호산업이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는 핵심 계열사 아시아나항공의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도 변수로 작용했다. 이 회사는 올 2분기 매출액 1조3336억원, 영업손실 613억원을 기록했다. 금호산업 역시 2분기 144억원의 적자만 남겼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 악화,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불거진 글로벌 증시 침체도 한몫했다. 채권단 내부에서 “박 회장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으로 연내에 매각하자”는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문제는 협상을 진행하면서 나온 가격에 기준이 없었다는 점이다. 재래시장에서 가격을 흥정하듯 차이가 좁혀졌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최초 제시액보다 2985억원을 줄였고, 박 회장은 544억원을 더 얹었을 뿐이다. 박 회장에게 우선매수청구권과 금호산업의 경영권 행사를 넘겨준 것이 되레 협상의 키를 넘겨준 꼴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원한 인수ㆍ합병(M&A) 전문가는 “산술적으로 두 희망 가격의 평균값이 최적의 매매가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채권단이 물러선 보폭이 더 큰 것은 사실”이라며 “결국 박 회장이 승기를 가져오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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