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일의 다르게 보는 경영수업

▲ 대우조선의 새로운 주인이 누가 될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진은 대우조선 옥포조선소.[사진=뉴시스]
구조조정 바람이 지나가면 매각 이야기가 나올 거다. 지금껏 위기에 처한 기업의 수순이 그랬다. 잘 가다듬으면 보석이 될 수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이야기다. 이 기업, 과연 누구에게 인수돼야 침체의 늪을 탈출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글로벌 기업 중 해외 바이어에게 자부심을 갖고 현장소개를 해줄 수 있는 곳을 꼽으라면 단연 거제도에 있는 대우조선해양이다. 넓은 바닷가 야드 위에 웅장하게 구축돼 있는 조선소를 둘러보면 그 위용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세계 최대 크기의 크레인은 대우조선의 상징과 같다. 그래서 이곳은 외국 대통령 등 VIP의 방문 장소로 빠진 적이 없다.

대우조선은 대우그룹이 만든 역사적 자랑이자 우리나라 후손에게 물려줄 만한 가장 값진 보물이라 할 수 있다. 만약 대우조선과 같은 규모의 조선소를 지금 짓는다면 초기 비용이 300조원은 족히 필요할 것이다. 이런 대우조선의 주인이 누가 될 것이냐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우조선은 현재 구조조정 중이다.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공개매각에 나설 공산이 크다. 매각가는 2008년 한화가 베팅했던 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인수 대상 후보로는 GS, 포스코, 두산중공업,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중견기업 컨소시엄 사모펀드(PEF) 등이다. 중국, 러시아 등 조선기업, 오일 달러로 무장한 중동 기업, 사모펀드(PEF) 등 해외기업도 후보 중 하나다.

필자(전 구조조정본부장 김우일)의 의견이지만 대우조선과 시너지 효과를 가장 크게 낼 수 있는 기업은 포스코다. 하지만 최근의 구조조정 상황을 볼 때, 그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주인 없는 기업이라는 점도 한계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동종 업계에 있던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게 부담스러울 거다. 한때 대우의 계열사가 현대나 삼성으로 흡수될 경우, 노조의 반발도 예상할 수 있다. 해외 매각은 대우조선이 중요한 방위산업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명분이 없다. 섣불리 해외에 매각했다간 기술안보문제가 대두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남는 인수 후보는 GS, 두산중공업, 중견기업 컨소시엄, 사모펀드 등이다. 중후장대 산업이 없는 GS는 조선소 인수 명분이 가장 확실하다. 하지만 과거 입찰에서도 자금부족으로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꾀한 사실로 볼 때 단독입찰은 어려워 보인다. 두산중공업은 과거 대우그룹의 대우중공업과 한국중공업을 인수해 플랜트설비산업을 영위한 적이 있다는 게 장점이지만 공룡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는 따가운 시선도 피할 수 없다.

사모펀드는 성격상 막대한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자금의 출구전략(exit plan)에만 집중해 모럴해저드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또한 대우조선에 꼭 필요한 오너십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이처럼 대우조선 M&A는 변수가 많다. 기업에 자금동원력이 있어야 ‘승자의 저주’ 논란을 피할 수 있다. 과점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불식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대우조선 M&A의 바람직한 방향은 해외펀드의 진입을 부분적으로 허용해 자금조달문제를 해소하면서도 방산업체의 기술안보를 확보하는 것이다. 아울러 1대 주주를 세워, 경영을 위임하게 하는 컨소시엄 형태가 바람직하다. 대우조선, 제대로 매각돼야 한국경제가 산다.
김우일 대우M&A 대표 wikimokg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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