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 겸 이사회 의장

▲ 최치훈 사장은 재계에서는 크게 알려진 인물이 아니었지만, 이번 삼성물산 합병 과정을 통해 스타 CEO로 부상했다.[사진=뉴시스]
재계 빅 이슈이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절차가 4개월 만인 지난 15일 마무리됐다. 이날은 시장 안팎의 기대를 모았던 통합 삼성물산 신주가 재상장된 날이었다. 신주가 2.84% 오른 16만3000원으로 마감되자 ‘산뜻한 복귀 신고식’을 치렀다는 촌평이 잇따랐다. 사건은 스타를 낳는 법. 찬반 여론이 분분하던 가운데 최치훈(58)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 겸 이사회 의장이 재계 스타로 떠올랐다. 이제 그는 진정한 시험대 위에 섰다.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장. 증인으로 출석한 최치훈 사장에게 정무위 소속 김기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송곳 질문을 하며 질타한다. “삼성물산 합병은 주식이 저평가된 상황에서 이뤄져 소액주주들의 손해로 이어졌다. 주주를 대리하고 (모든)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경영자가 지배주주의 이익만을 고려했다.” 여기서 ‘경영자’란 최 사장, ‘지배주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각각 가리킨다.

최 사장은 다음과 같이 해명한다. “합병은 경영상황을 기준으로 결정했을 뿐 승계구조와는 관계가 없다. 합병 결정은 두 회사의 성장을 위한 것이다.” 통합 삼성물산 신주 가격이 잘 나오겠냐는 다른 의원의 질의에는 “주가는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때마침 그 다음날(15일)이 통합 삼성물산의 합병 절차가 마무리되는 신주 재상장 날이어서 그런 질문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날 질문은 날카로웠지만 큰 파문은 일지 않았다.

사실 김 의원과 최 사장이 주고받은 질의와 답변 속에는 합병 과정에서 줄곧 제기된 핵심 쟁점이 도사리고 있다. 공격하는 쪽은 “합병이 삼성 오너 3세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지배력 강화에 초점을 둔 나머지 합병 시기나 합병 비율 등이 다른 주주들에게 손해가 나도록 한 게 아니냐”며 목청을 높였다. 방어하는 쪽에선 “합병을 통해 상호 시너지를 높여 종국엔 두 회사 모두가 글로벌 성장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라는 논리로 대응했다. 신주 가격에 대한 질문은 이번 합병이 일반주주들의 지지를 받아 이뤄졌기 때문에 그들을 의식해서 나온 것이다.

이런 점에서 15일 통합 삼성물산 신주 가격은 최 사장을 안도하게 만들었을 것 같다.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물산은 4500원(2.84%) 상승한 16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5만4000원(-2.84%)에 거래를 시작해 장 초반엔 15만4500원선을 겨우 지지하다가  이내 상승 반전, 상승폭을 키워나갔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30조9194억원. 삼성전자(165조4171억원), 현대차(34조4732억원), 한전(31조3415억원)에 이어 단숨에 시총 4위로 뛰어올랐다.

 
최 사장은 국감 답변을 통해 합병의 정당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고, 성공리에 신주 재상장을 마침으로써 법적인 합병 절차에도 마침표를 찍었다(그래픽 참조). 합병은 삼성그룹 차원에서 진행됐지만 이 일의 중심에는 그가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최 사장은 삼성 내부에서는 어땠는지 몰라도 재계에서는 크게 알려진 인물이 아니었다. 이번 합병 과정을 통해 스타 CEO로 부상하면서 재계와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졌다. 글로벌 경영 마인드를 갖춘 실력 있는 CEO이긴 하지만 한국 재계의 주류로 활동한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고 소통할 시간도 별로 없었다.

그가 삼성 경영진에 합류한 것은 8년에 불과하다. 2007년 삼성전자 고문으로 삼성에 합류했다.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1986년부터 21년 동안 외국계 회사에 근무한 것으로 나온다. 특히 미국 굴지의 다국적 기업인 GE 근무 경력이 18년에 이른다(그래픽 참조). 회사 업종도 소비재나 서비스가 아닌 항공기 엔진, 인공위성, 선박엔진, 원자력발전, 에너지 등이었다. 1995년엔 비非엔지니어 출신으론 처음으로 GE 항공기엔진부문 아시아 사장이 됐다. 2004년 한국인 최초로 GE그룹에서 170명뿐인 ‘GE 경영자’ 자리에 오르는 등 그는 GE에서 10여년 사장을 맡으면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합병 성공으로 스타 CEO로 부상
 
삼성으로 옮긴 그는 8년 동안 삼성전자 고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을 거치며 GE 등에서 쌓은 경영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Mr. 해결사’다. 삼성전자 프린팅사업부를 맡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삼성SDI에서는 2차 전지사업을 글로벌 선두권에 올려놓았다. 국내시장 점유율 4위 정도이던 카드사업을 2위로 끌어올렸다. 생소한 분야이던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을 맡아서는 뚜렷하게 실적을 올리진 못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이번 합병 과정을 통해 그는 자신의 입지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특유의 친화력과 마당발 기질, 글로벌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해 삼성물산 합병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합병 성공으로 이재용 부회장을 만족시켰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그는 삼성 CEO들 중 주요 경력을 삼성 외부에서 쌓은 보기 드문 인물로 여겨진다.

따라서 아직 삼성과 잘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그런 게 장점이 됐다는 풀이도 있다. 내부시각에 함몰되지 않고 열린 관점에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바로 찾아 실행하는 데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 벌인 표 대결과 여론전, 백기사로 등장한 KCC에 대한 자사주 매각 등에서 특히 그런 장점이 작동했다는 것. 그는 지난 5월 26일 합병 결의 발표 이후 40여일 싱가포르, 홍콩 등 동남아와 유럽 등을 수없이 오가며 해외주주들의 마음을 돌리느라 애를 썼다. 국내에서도 합병 반대 측과 벌인 소송 및 여론전을 독려했다.

 
최 사장은 지난 2일 통합 삼성물산 첫 이사회에서 초대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됐다. 이사회 의장은 대외적으로 거대 통합기업 삼성물산을 대표하는 자리다. 4명의 삼성물산 부문별 대표 중 그가 선임인 점이 작용했다지만 이번에 그가 쌓은 공도 감안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총괄대표를 둘 것이란 얘기까지 들렸지만 일단 올 연말까진 4인 각자 대표 체제로 가기로 한 것 같다. 재계에선 연말 인사에서 최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총괄대표 역할을 맡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삼성물산 연착륙 무거운 과제

그는 지난 2일 통합 삼성물산 출범식 직후 기자들에게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한 것이 급선무”라며 “주주들에게 약속한 것들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주주권익 실현을 위해 거버넌스위원회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위원회도 운영키로 했다. 삼성물산은 건설, 상사, 레저 및 식음료, 패션, 바이오 등 5대 사업부를 둔 삼성의 실질적 지주사가 됐다. 각 사업의 성격이 확 달라 사업부끼리 물리적으로는 통합이 힘든 구조다.

그래서 4개 부문 CEO가 참석하는 시너지협의회도 신설해 그가 주관한다. 15년 후인 2020년까지 현재의 2배 규모인 60조원 매출 달성을 위해선 시너지 극대화가 필수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이번에 재계의 스타 CEO로 발돋움했지만 통합 삼성물산의 연착륙이란 무거운 과제도 떠안았다. 주주친화 세부 정책 마련 및 실행도 큰 과제다. 자칫 잘못하면 일반주주들이 먼저 외면할 수가 있다. 이런 점에서 최 사장의 어깨가 무거워졌으며, 이제부터 진정한 시험대에 섰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i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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