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창구 열어 주는 책

가족·친지와 만나는 게 불편하십니까? 그렇기도 할 겁니다. 주부는 주부대로, 직장인은 직장인대로, 취업준비생은 취업준비생대로 각자 말 못할 사연이 많을테니까. 하지만 명절은 또 돌아옵니다. 언제까지 ‘웃픈’ 명절을 보낼 순 없습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가족과 소통할 수 있는 책을 선물합니다.

▲ 추석 귀성길, 책 한 권이면 가족의 마음을 들을 준비는 끝난다. [사진=지정훈 기자]
주부만이 아니다. 학생은 학생대로, 취업준비생은 취업준비생대로, 노총각은 노총각대로, 노처녀는 노처녀대로 힘겹다. 언젠가부터 추석은 ‘웃픈’ 명절이 됐다. 가족·친지와 만났을 때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스트레스 탓이다. 보고 싶긴 하지만 막상 만나면 딱히 할 말도 없다. 할 말을 겨우 찾아도 좋은 소리가 오가는 경우는 드물다. 9월 16일 취업포털 잡코리아는 성인남녀 1106명에게 ‘추석이 부담스러운 이유’를 물어본 결과 ‘친지들의 잔소리를 들을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답변이 73.4%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럴텐가. 추석이 지나면 설날, 설날이 지나면 또 추석이 돌아온다.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쉬지 않는 편이 나을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명절은 가족·친지와 오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소재 거리만 찾는다면 얼마든지 ‘소통의 벽’을 넘어설 수 있다. 그래서 준비했다. 그동안 소홀해 있던 가족을 돌아보고 소통할 수 있는 마음을 북돋아 줄 책들을 선별해 소개한다.

이 책들은 단순히 소통하는 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다. 그동안 품고 있기만 한 마음을 꺼내 놓을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 준다. 가족·관계·소통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소설이나 에세이, 심리 서적 등을 통해서 말이다. 소개하는 책들 중에선 현재 28주째 인터넷 서점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핫한 책도 있고 따끈한 신간도 있다. 어떤 책은 가족 관계의 문제를 심리학적으로 쉽게 풀어내 몇년째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자! 이제 책장을 넘겨보자. 가볍게….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고가 후미타케 | 인플루엔셜 펴냄 | 336쪽 | 교양심리
“성격은 타고난 것도 바꿀 수 없는 것도 아닌 본인이 원해서 선택한 것”이라고 말한 철학자가 있다. 그는 덧붙인다. “우리는 어린 시절의 일을 모두 기억하지 못하고 단지 열살 전후로 자신의 생활양식을 결정할 뿐이다. 자유롭지 못하고 어딘가 불편하다고 느껴도 쉽게 바꾸지 못하는 건 그로 인해 올 변화가 두렵기 때문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인간은 변할 수 있고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런 말을 한 철학자는 바로 알프레트 아들러(Alfred Adler).

이 책은 그의 심리학을 대화체로 쉽게 구성했다. 흥미진진하며 생동감이 느껴지는 이유다. 아들러는 “인간의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한다. 어떤 종류의 고민이든 그 속에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얽혀 있기 마련이라는 거다. 이에 따라 행복해지려면 인간관계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하고, 다른 사람에게 미움 받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미움 받을 용기가 있다면 우리의 인간관계는 한순간에 달라질 수 있다. 이것이 아들러가 말하는 자유롭고 행복한 삶의 핵심이다.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에쿠니 가오리 소담출판사 펴냄 | 584쪽 | 소설
야나기시마 일가는 지은 지 70년 가까이 된 서양식 대저택에 살고 있다. 러시아인 할머니, 이모와 외삼촌까지 한 집에 사는 대가족이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공부시키는 교육 방침에다 아이 넷 중 둘은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다르다. 여느 평범한 가족과는 조금 다른 이들은 서로 자연스럽게 포옹을 나눌 정도로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독특한 이 가족에는 비밀이 있다. 가족 한 사람 한 사람 얽힌 사연이 기구하고 특이하다.

그런 사연을 담담하고 특별하지 않은 얘기처럼 풀어 나가고 있어 단숨에 읽힌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숨은 비밀이 하나씩 밝혀진다. 그렇게 서서히 맞춰지는 조각들은 가족이라는 관계를 생각하게 만든다. 평범한 가족이라는 게 있기나 한 건지, 제대로 된 가정이라고 불리는 곳은 정말 행복한 가정인지, 잘 안다고 생각하고 있던 내 가족이 어쩌면 전혀 상상하지 못한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고 있는 건 아닌지 등등. 이 소설은 평범한 것 같아도 알고 보면 하나하나 특이한 우리네 가족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용서가 있는 삶」
딕 티비츠 알마 펴냄 | 296쪽 | 교양심리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그러다 보면 마음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주 화를 내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장마비에 걸릴 확률이 3배나 높다. 이런 분노는 사람도 죽일 수도 있다. 반대로 용서는 분노, 원망, 자멸의 고리를 끊을 수 있게 돕는다. 상처를 돌파하고 치유하며 마침내 삶을 새롭게 한다. 뻔한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늘 들어오는 용서의 당위성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분노와 용서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를 통해 입증했다. 혈압이 높고 분노를 크게 느끼는 사람들에게 용서가 효과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고혈압 환자들이 8주 동안 용서를 배우고 실천하며 분노와 적대감을 줄임으로써 고혈압을 낮출 수 있게 된 거다. 이렇게 심리학적으로 입증된 용서의 방법을 단계별로 차근차근 일러준다. 상처와 고통을 털어내는 방법은 용서라는 거다.

 
「딸에게 주는 레시피」
공지영 이장미 그림 | 한겨레출판사 펴냄 | 320쪽 | 에세이
엄마를 떠올리면 밥(요리)이 생각난다. 그건 곧 엄마의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 밥을 언제나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엄마의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하는 거다. 소설가 공지영은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려고 애쓰는 딸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거기엔 27개의 초간단 요리법도 함께 적혀 있다. 요리가 완성되는 동안 본인이 몸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후회한 일을, 딸보다 긴 시간을 이겨내면서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하나둘 들려준다.

그는 말한다. 자립한다는 것은 자기가 먹을 음식을 만드는 일도 포함한다고. 스스로 먹을 것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인간의 자존감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얘기다. 마음이 힘들 때 마음을 일으키는 건 힘든 일이다. 그러니 우회해서 가장 먼저 몸을 돌보고 일으키라고 권한다. 이 책에는 요리한 음식을 먹은 후에야 비로소 알 수 있는 단단하고 특별한 인생 레시피가 담겨 있다. 엄마가 딸에게 보내는 응원과 격려다.

「언제 들어도 좋은 말」
이석원 그책 펴냄 | 360쪽 | 에세이
6년 전 많은 이의 가슴속에 깊은 울림을 준 노란 표지의 책 「보통의 존재」를 기억할 것이다. 이석원의 두 번째 산문집이 독특한 형식과 색다른 시도로 찾아 왔다. 여느 에세이처럼 짧은 에피소드를 나열한 방식이 아니다. 책 한 권을 관통하는 하나의 긴 이야기를 품되 작가 자신의 생각과 느낌에 집중해 글을 전개했다. 일종의 산문집 형태다. 작가는 고즈넉한 찻집에서 한 여자를 만나고 그들은 각자의 삶을 이야기한다.

간혹 어떤 주제에 쉽게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하면서 좀 더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이렇게 새로운 ‘관계’는 시작된다. 이것이 단지 그 두 사람만의 이야기일까.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게 될 때 밟아가는 과정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작가는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 거다. 두 사람은 그들만의 법칙을 정해 만남을 이어가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감정을 경험한다. 그 속에서 우리는 작가가 전하려는 삶의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내 마음 다치지 않게」
설레다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 308쪽 | 에세이
하루 한장씩 7년 동안 노란 포스트잇에 그림을 그려 온 이가 있다. ‘설레다’라는 닉네임의 사람이다. 소통하고 싶어 혼자 시작한 일이지만 언제부턴가 그녀의 블로그에는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그 이야기에 공감했다. 자신의 사연도 털어놓으며 되레 저자를 위로했다. 저자는 그때 비로소 아픈 마음을 치유하며 소통할 수 있게 됐다. 주인공은 노란 토끼 캐릭터 ‘설토’.

마냥 밝지만은 않은 외로움, 슬픔, 원망, 미움, 배신, 불안, 질투 등의 마음이 노란 배경에 따뜻하게 그려져 있다. 잘나든 못나든 가장 아껴야 할 것은 자신의 마음이다. 저자는 ‘내 마음 다치지 않게’ 자신을 소중히 보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관계에 지쳐 오늘도 울컥하는 당신에게 한 장의 메모는 위로가 돼 줄 것이다. 혼자이고 싶지만 혼자이고 싶지 않은 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가족의 발견」
최광현 윤나리 그림 | 부키 펴냄 | 288쪽 | 교양심리
왜 우리는 가족에게 상처받고 그토록 힘들까. 그 상처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어떤 고통을 줄까. 또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이런 궁금증의 답을 시원하게 들려준다. 저자는 가족 심리 치유 전문가다. 상담실을 찾아오는 사람 대부분이 “사회에서 만났다면 호감이거나 적어도 불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하고 선한 성품으로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왜 이런 사람들이 상담실을 찾았을까. 대부분 자기 자신보다 가족을 더 사랑하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기의 에너지를 지나치게 소모하고 있었다. 특히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긴장을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가족에게 받은 상처는 잊거나 애써 무시할 게 아니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면 자연스레 치유된다고 말한다.

 
「빌리지 이펙트」
수전 핀커 | 21세기북스 펴냄 | 516쪽 | 교양심리
어느 조사 결과를 보니 우리나라의 20대는 스마트폰을 하루 평균 3시간44분 사용했다. 인터넷과 영상 매체를 접하는 시간을 더하면 디지털 기기를 잠시도 떼어 놓지 못하는 셈이다. 가족과의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얼굴을 마주한 채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거나 공통의 문제를 얘기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얕고 넓은 소통은 빈번하지만 깊고 친밀한 관계를 맺지는 못하는 거다.

이 책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진짜 관계’를 얘기한다. 인간의 사회적 접촉이 교육과 행복, 치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진정한 관계를 형성하는 길을 모색한다. 실질적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논리를 펼치기 때문에 설득력 있게 들린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식탁에 모여 가족과 농담을 주고받고, 가끔 카드놀이를 하며 카페에서 친구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수명이 늘어난다고 한다. 특별한 치료제를 먹거나 술이나 담배를 끊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비밀은 끈끈한 사회적 유대감이었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족과 친구, 진정한 관계의 가치를 보여주는 책이다.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2」
배르벨 바르데츠키 | 걷는나무 펴냄 | 244쪽 | 교양심리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상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이 책은 똑같은 상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 준다. 그건 ‘자기 회의’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준 상처가 마음의 벽을 쌓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걸 만든 건 의심이다. 자기 회의는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용기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기쁨을 빼앗는다.

오직 안전하고 익숙한 것에만 매달리게 만든다. 그러면 더 이상 상처받을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진짜 원하는 당당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다. 8만명의 마음이 아픈 사람을 치유해 온 독일 최고의 심리학자인 저자는 그런 이들에게 조언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과 평판을 의식하느라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이제는 자기 삶에 집중하고 스스로를 사랑하라고. 그리고 자신의 능력이 의심스럽더라도 일단 시도해 보라고. 설사 그것이 실패로 끝나더라도 그 과정에서 성장할 것이라는 거다.
박소현 더스쿠프 기자 psh056@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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