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맞는 금융업 여직원

금융업 일자리(상반기 기준)가 2013년에 비해 7500개 이상 줄어들었다. 특히 여직원의 감소세가 뚜렷했는데, 무려 3178명이나 줄어들었다. 문제는 이 기간 여직원을 늘린 현대카드(871명), 기업은행(584명), 우리은행(504명)을 제외하면 여직원 감소수가 5000명을 훌쩍 넘어선다는 거다. 금융업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여직원이 온몸으로 맞고 있는 듯하다.

 
극심한 취업난.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그나마 있는 일자리도 확연한 감소세다. 금융업에서만 최근 2년 새 75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자취를 감췄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금융회사 68곳의 직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6월말 기준 직원수는 18만4228명으로 2년 전보다 3.9% (7503명) 줄어들었다. 특히 남직원보다 여직원이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맞았다.

2013년과 비교했을 때 금융업 여직원은 3178명 줄어들었다. 업종별로 보면, 증권업의 남직원이 8.9%(1893명) 감소한 반면 여직원은 14.3%(1994명)나 줄었다. 생보업종에서도 남직원은 10.8%(822명) 감소한 데 비해 여직원은 18.1%(1405명)나 감축됐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금융회사 68곳 중 여직원 수를 늘린 곳은 26개 기업이다.

모두 3302명의 여직원을 늘렸는데, 그중 59.3%를 3개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현대카드 871명, 기업은행 584명, 우리은행 504명 등이다. 이들 3개 기업이 늘린 여직원수를 제외하면 금융업계의 여직원 감소 인원은 5137명으로 늘어난다. 게다가 여직원 인원을 늘린 곳의 상당수는 신규 채용이 아니었다. 대부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따른 결과였다.

 
여직원 871명을 늘려 직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현대카드 역시 지난해 파견직 근로자 전원을 직원으로 채용한 게 원인이었다. 국내 기업들 중 여직원 수요가 특히 많은 곳 중 하나가 금융권이다. 그러나 여직원의 퇴사율은 남성에 비해 훨씬 높다. 이번 조사 결과 구조조정 대상도 남직원보다 여직원에 집중됐다. 승진의 기회가 적고 여성들의 비정규직 비율이 훨씬 높았다.

김상경 여성금융인네트워크 회장(한국국제금융연수원 원장)은 “실제로 금융사에 진입하는 남녀 비율은 비슷하지만 그 구성을 보면 차이가 있다”며 “직군제·무기계약직에 여성의 비중이 높은데, 무기계약직의 경우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80% 이상”이라고 말했다. 금융사 여직원이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김상경 회장은 “여직원을 한 직군에 많이 배치하기보다는 직무마다 골고루 배치해야 한다”면서 “평등한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소현 더스쿠프 기자 psh056@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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