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망국론

▲ 전세는 일정 수준의 금리, 부동산 불패신화 등의 전제가 필요하고, 이 전제가 무너지면 전세는 ‘난亂’을 일으킨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한국에만 있는 전세傳貰. 어찌 보면 환상적인 제도다. 세입자는 싼값에 머무를 집을 구할 수 있고, 주인은 집을 담보로 쉽게 돈을 빌릴 수 있어서다. 하지만 전세는 일정 수준의 금리, 부동산 불패신화 등 절대적인 전제가 필요하다. 뭐 하나라도 무너지면 전세는 ‘난亂’을 일으키고, 세입자는 둥지를 잃어버린다.

지금이 그 ‘꼴’이다. 금리가 떨어지면서 집주인은 전세를 월세로 서둘러 전환했다. 쥐꼬리만한 예금금리로는 성에 차지 않아서다. 전세수요라도 적으면 숨 쉴 만한데 ‘부동산 불패신화’가 꺾이면서 그렇지도 않다. 매매수요가 줄면서 전세수요가 유지되고 있는 거다. 그러니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솟구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연일 ‘헛발질’이다. 주택매매 활성화 정책은 ‘집값 상승’의 기대가 무너지면서 약발이 떨어졌다. 집값이 오를 거라는 기대가 없으니 매매 수요가 되레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 정책이 핵심을 아예 잘못 짚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셋값은 집값에 연동되는데, 집값을 끌어올리면 전셋값이 어떻게 되겠느냐는 거다. 더 무서운 전망은 전세난이 당분간 계속될 거라는 점이다.

정재호 목원대(금융보험부동산학) 교수와 김학렬 한국갤럽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은 “최근 분양된 주택에 실거주가 발생하는 최소 2~3년 후에야 전세난이 조금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태경 토지정의연대 사무처장과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은 ‘가계부채 관리와 금리가 인상된다는 전제 하에 2016년’을 해소시점으로 내다봤다. 조명래 단국대(도시계획부동산학)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주택정책 철학부터 바꾸지 않으면 장기적으로는 전세난이 되풀이되는 걸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세가 사람 잡는 야속한 세상,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김정덕ㆍ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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