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거꾸로 보는 오페라 | 지옥의 오르페

▲ 오페라‘지옥의 오르페’는‘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Orfeo ed Euridice)’를 페러디한 작품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아리아 ‘에우리디체 없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네(Che faro senza Euridice)’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해 유명한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Orfeo ed Euridice)’는 크리스토프 빌리발트 글루크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1762년 10월 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한 이 작품의 주제는 신도 감동시킨 남녀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었다. 하지만 숭고한 사랑의 이야기는 불과 한세기도 지나지 않아 가벼운 익살과 웃음을 주는 불륜으로 패러디 된다.

1858년 초연한 ‘지옥의 오르페’다. 첫 공연에서 프랑스 유력일간지 ‘피가로’의 혹평을 받았던 ‘지옥의 오르페’는 15년이 지나고서야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이는 정치적 상황 때문이었다. 당시 프랑스의 불안했던 정치적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오락과 유흥으로 위로 받고자 했고, 사회 저변엔 스스로를 비하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지옥의 오르페’에도 원작을 멸시하는 자기 멸시적 요소가 배어 있다. 여기에 유명한 ‘캉캉 춤’의 도입은 온 나라를 캉캉과 그 스텝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 결과, 화려하고 규모가 큰 ‘그랜드 오페라’에 밀려 침체됐던 경輕가극 장르인 ‘오페레타’도 프랑스에서 인기를 되찾게 됐다. 이는 ‘지옥의 오르페’를 작곡한 ‘오펜바흐’가 가벼운 소재에 음악적 요소를 가미할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평가된다.

‘오르페(오르페오의 프랑스식 발음)’는 바이올린 교사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결혼생활에 싫증난 그의 아내 ‘에우르디스(에우리디체의 프랑스식 발음)’는 신들의 유혹을 받는 현모양처라고는 할 수 없는 여인이다. 그녀의 정부인 플루톤(지옥의 신 하데스)은 그녀를 속이기 위해 ‘아리스테’라는 양봉가로 위장한다. 주피터(제우스)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파리로 변신해 열쇠구멍 사이를 통과한다. 게다가 ‘존 스틱스(플루톤의 시종)’도 그녀에게 흑심을 품고 있다. 플루톤은 그녀를 죽음으로 유도해 지옥으로 데려간다. 오르페는 아내의 죽음을 반기지만 세상의 평판을 의식, 에우르디스를 구하기 위해 지옥으로 떠난다.

지옥에 도착한 오르페는 그곳에서 모든 쾌락과 환락의 실체를 경험한다. 그곳의 신들은 주피터를 부정하며 캉캉 춤을 추고 ‘마르세이에스(La Marseillaiseㆍ프랑스 국가)’를 부르며 미뉴에트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한다. 지옥에서의 여정 끝에 오르페는 에우르디스와 함께 이승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주피터는 오르페를 막기 위해 그의 엉덩이를 차버린다. 이를 참지 못한 오르페는 뒤를 돌아보게 되고 에우리디스는 다시 지옥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다시 지옥으로 떨어진 에우리디스. 하지만 그곳에는 그녀를 환영하는 지옥의 신들의 경쾌한 캉캉소리가 울려 퍼지고 ‘지옥의 오르페’의 성대한 파티가 막을 내린다.
김현정 체칠리아 sny4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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