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LG전자

▲ 조준호 LG전자 사장이 새로운 프리미엄 폰‘LG V10’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프리미엄 전략폰 G4는 구원자가 아니었다. LG전자는 지난 4월 ‘조준호 체제’에서 G4를 론칭하면서 ‘의미 있는 3위’를 선언했지만 되레 중국의 화웨이, 샤오미에 역공을 당했다. LG전자가 와신상담 끝에 지난 1일 새로운 전략폰 ‘V10’을 론칭했다. 회사 측은 “이번엔 진짜”라고 하지만 시장이 응답할 지는 미지수다.

“초콜릿폰의 신화를 재현하겠다.”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플래그십 전략폰 G4를 출시하면서 이렇게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 G4는 할부 원가가 출고가의 절반 가격으로 뚝 떨어져 거래되고 있다. 구형폰 취급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LG전자의 스마트폰은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올해 1분기에 700억원대를 돌파한 MC사업본부(Mobile Communications)의 영업이익은 2분기 2억원대로 급감했다.

시장점유율은 갈수록 뒤로 밀린다. 이전엔 거들떠도 보지 않던 화웨이, 샤오미도 이젠 멀찌감치 도망친 지 오래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LG전자 스마트폰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4.2%로 6위에 머물렀다. 화웨이와 샤오미는 각각 3위(7.0%), 5위(4.6%)에 올랐다. LG전자가 올해 초 와신상담臥薪嘗膽 끝에 내놓은 ‘의미 있는 글로벌 3위’라는 슬로건이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에 G4를 비롯한 전략폰과 보급형 스마트폰을 줄줄이 출시하면서 ‘의미’를 찾으려 했지만 시장에선 고배만 들이켰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LG전자가 새로운 전략폰을 지난 1일 선보였다. 공개 전부터 ‘슈퍼폰’이라는 별칭으로 불린 LG V10이다. LG전자는 V10을 통해 새로운 사용자 경험(UX)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제품 라인의 명칭도 G에서 V로 바꿨다.  V는 모험을 뜻하는 영어 단어 ‘Adven ture’에서 가져왔다. 비주얼 인터페이스를 강조하기 위한 알파벳이기도 하다. LG전자의 한 임원은 “상품 개발 단계에서 V10에는 기존의 스마트폰에 없는 10개의 특성이 있었다”며 “완벽함을 갖춘 숫자를 찾다 보니 ‘10점 만점의 10점’에서 숫자 10을 따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LG V10이 완벽 자체라는 말이다.

 
실제로 LG전자는 “이번에는 진짜”라고 말한다. V10에 이형異形 디스플레이, 듀얼 카메라 등 신기술이 망라됐기 때문이다. 우측 상단에 작은 직사각형의 디스플레이가 올려진 형태인 이형 디스플레이는 LG전자가 내세운 대표 기술이다. 한 디스플레이에 메인 및 보조 화면이 별도로 작동한다. 보조화면은 SNS•문자알림정보, 날씨 표기, 애플리케이션(앱) 바로가기, 음악 재생 등을 지원한다.

V10는 ‘조준호폰’으로 불린다. 지난 4월 G4 출시 당시 조준호 MC사업본부장(사장)이 디자인과 마케팅에 직접 관여했다고 내세운 LG전자는 이번이 진짜 ‘조준호폰’이라고 강조한다. 조 사장이 개발 단계부터 참여한 스마트폰은 V10가 첫 번째라는 거다. 조 사장도 V10를 출시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한 모습이다.
조 사장은 10월 1일 열린 V10 공개행사에서 “V10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의미 있는 대안으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라며 “몇 대를 파느냐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에게 어떤 실제 가치를 줄 수 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G4 출시 당시 1200만대 이상 판매를 장담하던 모습과는 크게 다르다. 그만큼 V10가 LG전자와 조 사장에게 중요한 스마트폰이라는 거다.  하지만 V10의 미래는 속단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시장 상황이 LG전자에 유리하지 않다. 애플 아이폰,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25일 미국·중국 등 12개국에서 출시된 아이폰6S과 아이폰6S플러스는9월 26~27일 첫 주말에만 판매량 1300만대를 기록했다. 국내에는 10월 중에 출시될 예정이다.

▲ ‘LG V10’이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LG전자 제공]
성전자가 지난 8월 21일 출시한 갤럭시노트5와 엣지 플러스도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삼성페이를 내세운 마케팅 효과가 무섭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인기는 난공불락이고 삼성전자는 제품 출시 간격을 줄이면서 하이엔드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며 “여기에 루나(TG앤컴퍼니) 등 저가폰까지 인기를 끌고 있어 LG전자 스마트폰을 둘러싼 환경은 썩 좋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V10에 각종 신기술이 적용됐지만 ‘그래! 이거다’라고 할 만한 기술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하늘 아래 새로운 기능이 있겠는가. 많은 소비자가 스마트폰의 기능을 써 볼 만큼 써 봤다. LG전자는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신기술’을 강조하는데 그런 신기술에 열광한 소비자는 많지 않다. 소비자가 신기술에 응답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실제로 V10의 셀프카메라 기능은 “별 필요가 없다”는 등 혹평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업계의 관계자는 “V10에 듀얼카메라 등 예상 외 기능이 탑재됐지만 ‘차별화 포인트’라고 말하기엔 역부족인 것 같다”며 “3D급 이미지를 구현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라고 꼬집었다.  LG전자는 이제 기로에 섰다. LG전자는 V10에 담은 ‘혁신 인자’가 시장에서 통하길 바라겠지만 시장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V10마저 통하지 않으면 퇴로退路마저 차단될 지 모른다. LG전자가 V10를 통해 G-시리즈의 추락을 만회할 수 있을까. 공은 소비자에게 넘어갔다.
김은경 더스쿠프 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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