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ㆍ일 정상 동상이몽

▲ 9월 29일 미국 뉴욕 UN 본부에서 10개월 만에 만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뉴시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월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UN 본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10개월 만에 만났지만 러ㆍ일 영토 문제, 푸틴의 연내 방일 문제 등에 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9월 30일 도쿄신문 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회담의 첫 부분에서 자신이 자민당 총재에 재선된 점을 강조하며 “러ㆍ일 간 평화조약을 협상할 만한 역량이 갖춰졌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을 우크라이나 사태로 중단된 쿠릴영토(일본명 북방영토) 협상의 시발점으로 규정한 것이다.

러시아와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아직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다. 일본이 조약의 체결 조건으로 러시아가 지배하는 남쿠릴열도 반환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릴열도는 러시아 캄차카반도와 일본의 홋카이도 사이에 있는 56개 섬을 말한다. 그 가운데 4개 섬은 러시아와 일본이 영토 분쟁을 벌이는 남쿠릴열도(북방4도)다. 러시아는 이 섬들이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러시아에 귀속됐다며 맞서고 있다.

평화조약 협상에 의욕을 보인 아베 총리와 달리 푸틴 대통령은 일본과의 경제 협력에 회담의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일본은 모든 방면에서 활발하게 접촉하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경제 거래는 좀 줄었다”며 “러ㆍ일간 경제 협력은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그가 영토 문제에는 말을 아낀 것과 크게 다른 반응이다.

아베 총리는 “평화조약 체결 협상을 중심으로 정치ㆍ경제 등의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싶다”며 평화조약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지만 일본 현지의 전망은 어둡다. 일본 미디어는 10월 8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릴 러ㆍ일 차관급 회담에서 평화조약의 교섭이 진행되더라도 러시아가 남쿠릴열도 귀속 협상에 응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도했다. 다만 두 정상은 11월에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대화는 계속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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