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완 매일유업 회장

그는 ‘조용한 경영자’다. 2010년 국내 1위 유가공 전문업체의 키를 쥐었음에도 바깥 행보를 자제했다. 미디어에 계획이나 목표를 밝히는 경우도 극히 드물었다. 그런 그가 최근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유가공 전문업체를 넘어 글로벌 종합 식품·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단호하게 알린 것이다. 김정완(57) 매일유업 회장의 이야기다.

▲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 [사진=뉴시스]

“새로운 식문화를 창조하며 글로벌로 나가겠다.”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이 9월 15일 이런 메시지를 담은 새 비전 ‘More than Food, Beyond KOREA’를 발표했다. 유제품 생산 기업을 넘어 식생활 문화를 선도하는 종합 식품·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김 회장은 “매일유업은 이제 세계로 뻗어나가 새로운 식문화를 선도하는 일류 건강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의지는 4대 핵심가치(창의·소통·열정·상생)와 ‘건강한 매일, 맛있는 매일, 새로운 매일을 연구하고 개척해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미션에도 담겼다. 2020년 매출 3조2000억원, 영업이익 2000억원(연결 기준)을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국내 사업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고, 브랜드 가치를 지속 끌어올리겠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신사업 진출, 해외 사업 확대 등도 추진한다.

2010년 매일유업의 수장에 오른 뒤 ‘조용한 행보’를 보이던 김 회장이 이처럼 ‘공격 경영’을 선포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매일유업의 실적이 신통치 않다. 국내외 유가공 업계의 불황 탓이다. 이 회사는 올 2분기(연결 기준) 매출액 3755억원, 영업이익 3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2%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46%나 줄어들었다. 유가공 업계의 불황을 돌파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늘린 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분석이다.

김 회장이 2008년 대표이사 부회장에 오른 이후 사업 다각화를 위해 추진한 외식사업의 성적표도 좋지 않다. 2007년 외식사업부를 신설하며 외식 시장에 진출한 매일유업은 인도 레스토랑 ‘달(2008년 1월)’, 샌드위치 카페 ‘부첼라(2008년 7월)’, 중국 레스토랑 ‘크리스탈 제이드(2009년 2월)’, 이탈리아 레스토랑 ‘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2009년 5월)’, 커피 전문점 ‘폴 바셋(2009년 9월)’, 일본 레스토랑 ‘만텐보시(2010년 8월)’, 수제 버거 레스토랑 ‘골든 버거 리퍼블릭(2011년 1월)’ 등을 줄줄이 오픈했다.

하지만 이런 외식사업의 상당수가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부첼라는 2억원 이상, 베이커리 사업체인 본만제는 15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달(2014년)’, ‘만텐보시(2014년)’ 등 손을 뗀 사업도 적지 않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현재 운영하는 외식사업체는 더 키친 살바토레, 크리스탈 제이드, 폴 바셋 정도로 많지 않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종합 식품·서비스 기업으로 도약’이라는 새 비전이 어떻게 구체화될 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단 김 회장은 ‘매일유업 상하농원’을 도약의 첫 발판으로 삼았다. 상하농원에서 친환경 농축산물을 생산·가공·판매하면서 친환경 먹을거리를 주제로 한 다양한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농·축산업과 제조·가공, 서비스업을 복합한 6차 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거다. 매일유업을 둘러싼 환경은 썩 좋지 않다. 유가농 업계는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꺼내든 ‘외식사업’은 별다른 성과가 없다. 김 회장은 농축산, 제조·가공, 서비스를 융·복합한 ‘6차 산업’으로 침체를 극복할 수 있을까. 조용한 경영자의 힘찬 혁신이 시작됐다.
박소현 더스쿠프 기자 psh056@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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