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먼 옛날엔 없던 음식은 비만의 원흉이다. [사진= 아이클릭아트]
곧 가을 들녘은 황금 물결로 넘실거릴 것이다. 농부는 여름 내내 자신들이 흘린 땀의 결실을 보며 고생과 시름을 잊을 터다. 그런데 그들의 결실을 보며 필자가 “재앙이다, 재앙”이라고 되뇐다면 어떻게 될까. 그 즉시 그들로부터 재앙에 가까운 욕설이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철원 들녘의 황금 물결을 보며 재앙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자연 상태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일이 눈앞에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식물이 열매를 맺으면 그것을 먹으려는 벌레나 새, 들쥐를 포함한 설치류 등 수많은 동물의 공격이 시작된다. 동물뿐만 아니라 일년생 초본식물인 피와 잡초 등 식물들도 벼를 공격한다.

이처럼 자연의 공격은 식물이 열매를 맺어 자손을 퍼뜨리기 불가능할 정도로 거세다. 농업은 이런 공격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고추 농사를 짓는 친구는 농약통을 짊어지고 살지 않으면 농사를 할 수 없다고 고백한다. 결국 농사란 자연을 훼손하는 행위다. 땅에 떨어진 열매를 자연스럽게 주워 먹는 것과 열매가 생기는 이치를 파악한 후 직접 키워 먹는 건 차이가 크다는 의미다.

제한된 토지에서 많은 인구가 살기 위해 농업기술의 발달은 비약을 거듭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약간의 자연스러움이 있을 뿐 완전한 자연은 이제 우리 주위에 없다. 순수 자연을 유지해 달라고 요구하는 건 우리에게 죽음을 강요하는 것이다. 내 몸이 요구하는 기본 영양을 충족시키기 위해 우리는 자연과 맞서 싸워 나가야 한다.

멧돼지가 피를 흘리고 죽으면 내 배가 채워질 것이고, 내가 피를 흘리고 죽으면 포식자가 자기 배를 채울 것이다. 결국 자연은 폭력이 난무하고 피가 흐르는 곳이어서 인간이 살기 위해 자연과 똑같은 행동을 하는 건 당연할 지 모른다. 물론 동물을 도륙해 먹거나 농사를 짓기 위해 흙을 농약과 비료 범벅으로 만드는 걸 용납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도록 파괴를 줄여서 상호간 손상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거다. 서두에 밝혔듯이 곡창지대인 철원 평야에서 넘실거리는 황금 물결은 인간이 자연과 투쟁해서 얻어 낸 결과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자연과 투쟁하면서 얻은 것이라는 얘기다. 우리 몸 역시 이렇게 어렵게 얻은 음식에 서서히 적응해 왔을 것이다.

인간의 몸이 과거에 접해 보지 않은 음식에 ‘이상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하다. 여기서 이상반응은 ‘비만’을 뜻하고, 과거에 접해 보지 않은 음식은 아이스크림·과자·소시지 등 먹을거리를 말한다. 오래 전엔 없던 음식 가운데 지금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그 목록을 만들어 보면 어떤 음식을 피해야 할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이게 우리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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