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내각총리대신이 상품권 ‘통제’
日 내각총리대신이 상품권 ‘통제’
  • 김성천 한국소비자보호원 연구위원
  • 호수 161
  • 승인 2015.10.15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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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상품권 규제 사례
▲ 일본, 미국, 캐나다 등 주요 국가에는 상품권 규제 제도가 있지만 국내 상품권 시장은 자율 규제에 가깝다.[사진=뉴시스]

일본에선 내각총리대신의 등록을 받은 법인만 상품권(다른 점포에서도 사용시)을 발행할 수 있다. 소비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미국은 연방법으로 상품권의 유효기간 설정을 금지했다. 발행업자의 부당 수익을 막기 위한 제도다. 우리나라처럼 기업 맘대로 상품권을 발행하는 나라는 사실 없다.

상품권은 현대 소비문화의 상징물이다. 최근에는 상품권이 종이형을 넘어 IT형(선불카드), 서버형(소셜커머스 쿠폰)으로 진화했다. 발행 영역도 전통시장(온누리상품권)으로 확대되고 있다. 시장이 확대되면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법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상품권법은 1999년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현재는 누구나 인지세만 내면 발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상품권의 발행 규모와 유통 경로를 파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상품권 깡’으로 자금 세탁을 하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 피해를 보장하는 법이 미흡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우리나라에서는 상품권 발행업자가 부도가 나면 그 상품권은 휴지 조각으로 전락한다. 상품권 관련 피해를 예방하는 유일한 방법은 소비자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상품권 규제를 법률상의 중요한 과제로 꼽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품권 관련법 장치를 마련한 국가도 많다. 상품권을 강하게 규제하고 있는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의 상품권 규제 법률은 2009년에 제정된 ‘자금결제에 관한 법’이다. 규제 대상은 종이 상품권, 모바일 상품권 등 민간에서 발행하는 모든 ‘선지불 후구매’ 수단이다.

소비자 보호 위해 상품권 규제

이 법에 따라 일본에선 상품권을 발행하는 업체(자신의 점포에서만 사용하는 경우)는 반기마다 정부에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법정 기재 사항은 발행 업무와 관련된 영업소의 명칭과 소재지, 사용되지 않은 상품권 잔액 등이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상품권 영업소의 업무와 재산 현황을 조사한다. 미흡한 부분이 확인되면 개선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다른 점포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상품권을 발행할 땐 사전에 등록해야 한다. 이 경우 총리대신의 등록을 받은 법인이 아니면 발행할 수 없다. 발행 조건도 까다롭다. 상품권 발행권자는 상품권에 상품권 이름, 지급 가능 금액, 사용 기간, 이용자의 불만 또는 상담할 수 있는 영업소의 연락처 등을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일본이 도입한 또 다른 제도는 발행보증금이다. 발행자가 상품권을 발행하면서 생기는 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것이다. 상품권 발행자는 상환되지 않은 잔액이 1000만엔을 넘을 때 발행액 50% 이상을 발행보증금으로 공탁해야 한다. 공탁이 아니라면 금융회사(기관)와 발행보증금 보전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이 때문에 소비자는 발행업자가 폐업으로 상품권을 사용할 수 없어도 금액의 일정 부분을 돌려 받을 수 있다.

상품권 시장이 크지 않은 미국에도 규제책은 있다. 미국 연방법은 상품권의 유효 기간 설정을 금지하고 있다. 발행업자의 부당한 낙전洛錢 수익을 막기 위한 법률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낙전 수익이란 상품권 일부가 회수되지 않고 사장되면서 생기는 이익을 말한다. 캐나다의 일부 주 정부도 소비자보호법, 공정거래법 등을 통해 상품권의 유효 기간 설정을 금지하고 있다. 이 역시 낙전 수익을 막기 위해서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상품권 관련 법령은 많다. 상품권 표준약관, 인지세법, 전자금융거래법 등 약 10개에 이른다. 최근에는 공정위가 상품권 표준약관을 개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통일된 법률이 없다. 법률 구속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구속력에 한계가 있는 표준약관이나 고시가 중심이기 때문이다. 소관 부처도 공정거래위원회,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5곳이나 된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개선해야 할까. 무엇보다 통일된 법 체계를 갖춰야 한다. 미국처럼 신용카드 등 선불지급 수단과 상품권을 똑같이 취급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상품권의 종류가 갈수록 많아지는 만큼 범위를 분명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거다. 상품권 발행업자가 소비자에게 ‘상품권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의무화해야 한다. 방문판매나 할부거래 시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상품권 규제는 시급한 입법 과제다. 상품권은 다양해지고, 이를 사용하는 소비자는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상품권을 사용하는 소비자보다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우선할 순 없지 않은가. 이젠 규칙을 세울 때도 됐다.
김성천 한국소비자보호원 연구위원 kimsc@kc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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