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멘토링 ⑬ 김미경 더블유인사이츠 대표 편

김미경 더블유인사이츠 대표는 스물아홉에 피아노학원을 때려치우고 강사가 됐다. 이 선택이 그를 여성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 한다는 라이프 코치로 만들었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큰 위로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신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Q 멘티가 멘토에게

꿈이 없어서 우울하고 두렵습니다. 꿈이 생기면 좋겠지만 되레 그 꿈에 갇히게 되는 건 아닐까요? 현실보다 꿈을 좇는 사람은 어쩐지 배가 고픈 것 같고, 왠지 불안해 보입니다. 그래도 꿈을 좇아야 할까요?

A 멘토가 멘티에게

장차 내가 나를 어떻게 먹여 살릴 것인가? 부모로부터 독립했을 때 독립된 생명체로서 무엇을 해 내 밥벌이를 할 것인가? 이때 그 무엇이 바로 여러분의 꿈입니다. 꿈이 없다고요? 꿈이 생기면 좋겠다고요? 꿈 깨세요. ‘성공하는 꿈’ 같은 이야기는 모두 꿈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이 지어낸 것일 뿐입니다. 무엇을 해서든 나 자신의 생명을 온전히 책임지리라 할 때 그 ‘무엇’이 바로 꿈입니다.

밥벌이란 그게 무슨 일이 됐든 본래 지겨운 겁니다. 아무리 하고 싶은 일도 그 일을 구성하는 것의 30%가량만 좋습니다. 나머지 70%는 내가 싫어하는 것들입니다. 홍대 앞 클럽에서 3시간 동안 춤추는 건 즐겁지만 댄서가 되어 하루 15시간씩 추는 춤은 두말할 나위 없는 노동입니다. 밥벌이로서의 꿈은 그렇게 달콤하지가 않아요.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몇 개의 섹션으로 나누면 그 가운데엔 꿈과 거리가 먼 생계 섹션도 있습니다. 그런데 꿈과 생계는 서로 이웃입니다. 열심히 살다 보면 꿈의 국면으로 접어듭니다. 젊은 시절에 나는 피아노 방문 교습을 하다가 돈을 벌어 보려고 피아노학원을 차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한테 ‘김미경피아노교실’ 포스터 한 번만 붙이게 해 달라고 담배 사다 주며 통사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시절 한 달에 한 번씩 학부모들에게 손편지를 썼습니다. 그 편지 덕에 학원을 끊는 아이가 별로 없었고, 원생이 1년 반 만에 200명이 됐습니다. 이 이야기를 성공 사례로 발표하느라 남들 앞에 섰고, 이 일을 계기로 강사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말하자면 생계 섹션에서 꿈 섹션으로 넘어간 거죠.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나요? 하룻동안 잘 살았나요? 살다 보면 계획을 세워도 오차가 생깁니다. 미래가 랜덤하게 전개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의도한 대로 거의 오차 없이 채울 수 있는 시간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이에요.

멘토에게 의지하지 말아요. 벤치마킹도 부질없습니다. 최고의 스승은 바로 내 안에 있습니다. 내 안에 잠들어 있는 나를 흔들어 깨우세요. 남에게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지 말고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오늘 죽어라 하세요. 그럼 그 하루가 여러분 미래에 작용합니다. 힘들 땐 ‘내 꿈이 무엇이었지’ 하는 그런 생각 안 해도 됩니다.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그저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겨 보세요. 인생은 그렇게 흘러가는 겁니다. 절대로 내 인생만 흐르지 않고 고인 물처럼 무엇엔가 매여 있지 않습니다. 그렇게 흐르다 보면 어느덧 새로운 국면에 접어듭니다.

실패가 두려운가요? 실패한다고 죽지 않습니다. 가장 좋은 학교는 실패라는 이름의 학교입니다. 여러분이 앞으로 거둘 성공은 지금 겪은 실패에 8할을 빚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성공 기여의 2할만이 미래 여러분의 공이라는 거죠. 사회에 나가면 한 20년 동안 열심히 여러분 꿈의 머슴 노릇을 하세요. 생계 유지죠. ‘생계님’을 떠받들고 사세요. 머슴 노릇 제대로 해야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깁니다. 나도 머슴꾼에서 벗어난 지 2년밖에 안 됐습니다. 젊은 날부터 그때까지 정말 몸이 부서져라 일했습니다. 누구나 자기 몸, 자기 육체에 갇혀 사는 겁니다. 남의 몸으로 내 인생 살지 않잖아요?

그럼 내 몸으로 잘할 수 있는 일, 나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야죠. 그거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마트에서 물건 골라 카트에 싣듯이 그렇게 안 됩니다. 정작 마트에서 살 건 따로 있어요. 긍정의 마인드, 열정, 몰입, 자기애自己愛 같은 것들이죠. 그때그때 필요한 걸 사면 됩니다. 누군가에게서 필요한 조언을 들으면 돼요. 조언이 필요하면 필요한 책을 사세요. 단 나의 인생 전체에 대한 조언을 들으려 하지 마세요.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을 우습게 보지 않는 겁니다. 내 안에 내가 둘 들어앉아 있는 거, 아세요? 둘이 사제 간일 수도 있고, 의기투합해 나쁜 짓을 할 땐 나쁜 친구일 수도 있어요. 슈퍼에고 같은 존재일 수도 있고요. 힘들 땐 내 안의 또 다른 나와 상의하고 조율하세요. 나는 이 두 자아를 각각 제1 존재, 제2 존재라고 부릅니다. 제1 존재는 밥 먹고 배설하는 것만으로도 대견한 존재입니다.

힘들거나 실패했을 땐 그런 나로 살면 됩니다. 나무처럼 햇볕을 받고, 물을 빨아들이고, 생명의 법칙에 어긋나지 않게 사는 겁니다. 쉬어 가듯이 그렇게 사는 거예요. 그러다 힘이 생기면 다시 세상에 나가 사회적 존재, 내가 만든 나로 살아야죠. 내가 만들어 낸 나만이 나라고 착각하면 안 됩니다. 그런 착각에 빠졌을 때 이렇다 할 직함을 잃으면 자살하는 겁니다.

‘사회적 알람’ 말고 나의 ‘운명의 알람’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사회적 알람에 익숙해져서 스무 살이면 대학에 가는 겁니다. 스물일곱이 되면 회사에 들어가고 서른을 넘기면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잘 맞는 일은 계속 해도 좀처럼 싫증이 나지 않습니다. 덜 지겨운 밥벌이죠. 또 그 일을 지속할 때 내가 성장합니다. 내가 성장하고 내 덕에 그 일도 성장합니다.

어쨌거나 그 일이 나를 먹여 살리기는 해야죠. 성인이 된다는 건 나뿐만 아니라 내가 먹여 살려야 할 사람이 한 세 명은 되는 겁니다. 여성도 예외가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서 남편을 내가 먹여 살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나를 먹여 살려 주는 일이니 그 일이 얼마나 고마워요? ‘7포 세대’라고 하는데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다 경험해 봐야죠. 연애를 왜 포기해요? 그 사건으로 내 안에서 어떤 화학 작용이 일어날지 궁금하지 않아요?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 알아낼 수 있는 게 얼마나 돼요?

그 경험 덕에 내가 얼마나 성장할지 궁금하지 않아요? 좌절하면 어때요? 어떤 좌절을 하든 부끄러울 게 없는 빛나는 시절을 살고 있잖아요? 경험한 나만이 나입니다. 나는 경험한다. 고로 존재한다. 경험한 세상만이 진짜 내가 아는 세상입니다. 이게 우리가 세상을 경험할 이유입니다. 잘 안 풀린다고 부모를 원망할 필요도 없습니다. 여러분 부모도 30년 앞서 찌질한 자기 운명에 이끌려 그 길을 간 사람일 뿐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큰 위로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내가 사랑하고 신뢰하는 겁니다. 그건 나밖에 할 수 없어요.
이필재 더스쿠프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