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성패 요인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기대만큼 국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긴 어려울 듯하다. 민간 소비가 늘어나기엔 일반 가계의 부채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의 성패가 큰손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의 지갑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메르스 사태로 뜸해진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가 10월 1일 시작됐다. 2만7000여개 점포가 동참할 정도로 규모가 엄청나다. 백화점 할인폭이 30~80%까지 치솟으며 분위기를 한껏 띄우는 데는 성공한 모양새다.

그렇다면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는 국내 유통업체의 장부를 흑자(Black)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 답은 ‘글쎄’다. 무엇보다 일반 가계의 부채가 너무 많다. 소득 수준도 지난 몇 년 동안 향상되지 않았다. 자산효과(보유자산 가치가 높아지면 소비 지출이 늘어나는 효과)도 기대하기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올해 한국의 소비는 의미 있는 개선을 하기 어렵다.

실제로 민간소비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1.2%, 내년 1.4% 등 미약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의 목표는 사실상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이다. 블랙 프라이데이가 중국 최대 휴일인 국경절과 같은 날(10월 1일)에 시작한 이유다.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에 유커가 얼마나 한국을 찾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올해 유커의 국내 입국자 수를 시나리오별로 추정해 보면 평균 630만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 사태 등 변수가 많았음에도 2014년의 612만명보다 3.6% 많은 추정치다. 우려와 달리 유커의 입국자 수가 전년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서지는 않을 거라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8월 유커의 입국자 수는 51만3000명을 기록했다. 국내 경제에 좋은 효과를 미친다는 ‘유커의 월 입국자 수 51만명’을 조금 넘어선 수치다.

유커, 국내 경제에 활력 불어넣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의 성공으로 유커 입국자 수가 월 54만명으로 늘어난다면 국내 시장에 활력이 감돌 것이다. [참고 : 유커 입국자 수가 추정한 대로 월 54만명에 도달할 경우 국내 GDP 성장률을 약 0.2%포인트 올리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이 분위기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서비스업 생산과 소비 심리에도 호재가 될 전망이다. 유커의 소비 지출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올해 유커 소비 지출액의 생산유발 효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75%로 추정된다. 이 수치는 2012년 0.8%, 2013년 1.2%, 2014년 1.5% 등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시장에 미치는 유커들의 영향력이 최근 3년 사이에 훌쩍 커진 셈이다.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의 성공 열쇠를 유커가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기간 백화점 매출 등에서 그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jw.park@truefrie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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