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M&A 1년 성적표

▲ 금융 환경이 악화되면서 M&A시장에 뛰어드는 금융회사가 늘고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지난해 금융업계에선 굵직한 인수합병(M&A)이 진행됐다. 오너 리스크로 M&A 시장에 나온 대형 금융회사가 새 주인을 찾은 것이다. 그로부터 1년, M&A에 성공한 금융회사는 어떤 모습일까. 기대만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금융회사 M&A 1년의 성적표’를 분석했다.

최근 3년 동안 금융권의 핫이슈는 LIG 기업어음(CP) 사태, 동양증권 CP 사태 등으로 인한 ‘오너 리스크’였다.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은 핫이슈의 또 다른 축이었다. 이런 핫이슈에서 파생된 불똥은 지난해 인수합병(M&A) 시장으로 튀었다. KB금융지주가 인수한 LIG손해보험(KB손해보험), 대만계 증권사인 유안타증권이 인수한 동양증권(유안타증권)이 대표 사례다. LIG 총수 일가는 2011년 LIG건설이 부도 직전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2100억원대 CP를 판매, 구속됐다. LIG손보를 매각해 피해를 보상해 주기로 하면서 M&A 시장에 등장했다.

동양증권도 동양그룹의 사기성 CP 발행 등의 영향으로 유안타증권에 팔렸다.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도 M&A 시장을 뜨겁게 만들었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경남은행, 광주은행, 우리아비바생명(현 DGB생명보험) 등 우리금융지주 계열사가 각각 NH농협증권, BNK금융, JB금융, DGB금융에 매각됐다. 모기업(솔로몬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2013년 매각이 추진된 아이엠투자증권은 메리츠금융지주에 편입됐다.

M&A 이후 금융회사는 어떤 모습일까. 아이엠투자증권과 합병한 메리츠종금증권은 자기자본이 1조1000억원대로 증가하면서 국내 10대 증권사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아이엠투자증권의 합류 이후 트레이딩 부문이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엔 리딩투자증권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대형 투자은행(IB)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채비도 마쳤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종합금융업 사업자 허가가 만료되는 2020년에 맞춰 대형 IB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기간이 촉박하지 않은 만큼 대형 IB의 요건인 자기자본 3조원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M&A의 성과는 연말 사업보고서가 나와 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다”라면서도 “새로운 수익 기반을 보강한 만큼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한 NH농협증권은 단숨에 자기자본 4조3000억원대, 총자산 43조원대의 국내 최대 증권사로 거듭났다. 하지만 시너지는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지난해 12월 출범 이후 9개월 동안 인사ㆍ복지 등 조직이 통합되지 않는 등 내부 갈등을 겪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2개 노조가 힘겨루기를 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다행히 이런 갈등은 조만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두 노조가 통합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노조와 NH농협증권노조는 오는 11월 말까지 임금 및 인사제도 통합을 마치고 12월 말엔 노조 통합을 완료할 계획이다.

오너 리스크 대형 M&A 부추겨

동양그룹의 불완전 CP 판매 사태로 유안타증권에 매각된 동양증권도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유안타증권 편입 이후 좋지 않은 이미지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면서 “이 사태 이후 유출된 고객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후강퉁邑港通 시행으로 중국 증시에 관심이 높아진 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면서 “증권 전문 리서치 자료를 발간하는 등 중국 증시에 특화돼 있다는 장점이 서서히 부각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지방금융사의 약진도 눈에 띈다. 부산은행을 보유하고 있는 BS금융그룹(BNK금융)은 지난해 10월 DGB대구은행이 재무 투자자로 참여한 ‘경은사랑 컨소시엄’과의 경남은행 인수전에서 승리하며 지방 금융회사 최초로 총자산 100조원 시대를 열었다. 3월에는 사명을 BS금융그룹에서 BNK금융으로 변경하는 등 인수 효과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시너지 효과를 부각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먼저 수수료 등 은행 기준을 통일했다.


두 은행이 함께 ‘BNK카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8월엔 ‘투뱅크(Two-bank) 체제’를 극대화하기 위해 채용 시기 및 채용 시스템을 통일했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BS금융그룹은 지난해 최초로 매분기 순이익 1000억원을 웃돌았다”면서 “올해도 부산은행의 실적 안정과 경남은행 인수 효과로 3분기까지 매분기 1500억원이 넘는 순익을 달성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농협금융지주로부터 우리아비바생명(DGB생명)을 인수하면서 DGB금융은 지방금융 최초로 생명보험업에 진출, 비은행 부문을 강화했다. 그 결과 올 1분기 1056억원의 지배주주 순이익을 달성했다. DGB금융 관계자는 “올해 지점을 5개 신설하는 등 오는 2019년까지 전국에 추가로 25개의 영업점을 낼 계획”이라면서 “상품 구조를 저축성보험 위주에서 변액보장성 상품으로 확대, 그 이후 6억~7억원의 순이익(8월 기준)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광주은행을 인수한 JB금융도 M&A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무엇보다 자산 규모가 14조원에서 35조원으로 2배 이상 됐다. 실적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주목되는 지방은행 M&A 성적표

지방은행의 M&A가 좋은 성과만 남긴 건 아니다. 후유증도 있다. 경남도 측은 BNK금융의 경남은행 인수를 반대했다. BNK금융의 중심이 부산이기 때문이다. 경남은행이 BNK에 인수될 경우 금고 약정을 해지하겠다는 강수까지 뒀다. 다행히 BNK금융이 경남은행 인수 직후 경남도 측에 100억원의 장학기금을 기탁하면서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다. 하지만 지역 민심을 돌리기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DGB금융은 지역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대구ㆍ경북 이외 지역에서는 인지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DGB금융 관계자는 “합병 초기에 고객 이탈이 발생하긴 했지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면서도 “광고를 통한 홍보 전략을 강화하는 등 영업망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어려움의 일단을 감추지 못했다. M&A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과 저금리 기조의 영향으로 금융권의 M&A가 활발해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국내 금융산업이 포화 상태인 만큼 M&A에 성공하더라도 수익성 확보를 위한 전쟁을 치러야 한다”고 전했다. M&A는 전쟁의 서막일 뿐이라는 얘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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