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거꾸로 보는 오페라 | 피가로의 결혼 ❶

▲ 오페라‘피가로의 결혼’은 프랑스 혁명에 큰 영향을 미쳤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코믹한 작품이지만 시사하는 바도 많다. 이 작품의 두 주인공은 과거 사고방식에 사로잡힌 귀족 알마비바 백작과 하층 계급으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한 피가로다. 이야기는 중세에 성행한 ‘초야권(혼인 시 신랑 외 사람이 신부와 첫날밤을 갖는 권리)’에서 시작한다.

당시 왕보다 강한 권력을 누린 영주들은 ‘초야권’을 당연한 권리로 여겼다. 결혼을 앞둔 피가로와 그의 신부 수산나는 이 같은 상황에 처해 있었다. 피가로는 이를 막고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여러 꾀를 부린다. 이 과정에서 피가로와 수산나는 백작보다 영리하고 고귀한 면을 보여 주며 권력을 쥔 귀족들에게 통쾌한 수모를 안긴다. 이것이 바로 프랑스의 원작가인 보마르쉐가 보여주고자 했던 의도였다. 또한 이 작품이 프랑스 혁명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싹트기 전처럼 어설픈 케루비노와 바르바리나의 사랑, 이제 막 피어 오르는 피가로와 수산나의 사랑, 열정이 다 식은 백작과 백작 부인의 사랑, 마르첼리나와 바르톨로의 성숙한 사랑 등 다양한 사랑의 감정을 등장 인물을 통해 다채롭게 묘사한다.

# 1막 = 피가로와 수산나의 결혼식 날. 두 사람은 백작이 정해 준 신방에서 방의 크기를 재 보고, 면사포를 써 보고 있다. 피가로는 수산나에게 백작의 너그러운 마음을 칭찬하고, 수산나는 그에게 초야권을 노리는 백작의 감추어진 흑심을 이야기한다. 더욱이 초야권은 백작 자신이 폐지한 악습이었다. 하지만 백작은 음악 선생인 돈 바질리오를 이용해 초야권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

이를 알게 된 피가로는 분개하고, 복수를 다짐한다. 피가로를 흠모하는 늙은 가정부 마르첼리나는 두 사람의 결혼을 방해한다. 그녀는 피가로가 돈을 갚지 않은 것을 빌미로 바르톨로에게 도움을 청하고, 바르톨로는 마르첼리나를 적극 돕기로 한다.

한편 사춘기 귀족 소년 케루비노는 수산나에게 “백작 부인에게 부탁이 있다”며 이를 들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케루비노와 정원사의 딸 바르바리나가 단둘이 있는 것을 본 백작이 이를 빌미로 그를 성에서 내쫓았기 때문이다. 이때 백작이 등장하고, 놀란 케루비노는 급하게 숨는다. 그리고 백작이 수산나에게 수작을 거는 장면을 목격한다. 뒤이어 음악 선생인 바질리오가 등장하자 백작도 몸을 숨긴다.

바질리오가 “케루비노가 백작 부인에게 호감을 보이고 있다”고 말하자 질투심에 사로잡힌 백작이 모습을 드러내고, 숨어 있던 케루비노를 찾아내곤 불같이 화를 낸다. 이때 농부들이 찾아와 초야권을 폐지한 백작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다. 그러나 백작은 사소한 핑계를 대며 피가로와 수산나의 결혼식을 미루게 하고, 케루비노는 스페인의 군대에 입대시키려 하는데…. <다음호에 계속>
김현정 체칠리아 sny4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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