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남녀가 함께 운동해도 살 빠지는 양은 다를 수밖에 없다. [사진=아이클릭아트]
다이어트 전문가로서 다이어트를 하려는 여성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절망할 일만 남았으니 희망을 품지 마라.” 필자의 말이 다이어트를 계획한 여성의 각오에 찬물을 끼얹었다면 반대로 인터넷 쇼핑몰이나 유명 홈쇼핑 채널을 들여다보라. 체중 감량을 꿈꾸는 여성에게 환상과 희망을 주는 많은 상품과 정보가 홍수처럼 넘친다. 진시황이 찾고자 한 불로초보다 효험이 뛰어난 다이어트 묘약이 있다고 치자. 쓸데없는 일이다.

알약 몇 개로 늦은 밤에 먹은 자장면의 열량을 모두 없애고 이튿날 아침에 날씬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야근 후 먹은 라면 한 그릇의 열량을 모두 소진시키려면 여의도~김포 정도의 거리는 걸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생활 습관과 비만해지기 쉬운 환경을 개선하는 게 상수다. 지금부터 환경이 비만에 미치는 영향과 다이어트에서 남녀 간 차이를 살펴보자.

결혼 후에 부부가 살이 찌고 태어난 자녀가 비만이 되는 일은 숱하게 많다. 비만의 환경 요인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프랑스 사상가 미셸 드 몽테뉴가 내린 결혼의 정의에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부분을 찾을 수 있다. 몽테뉴는 “밖에 있는 새는 안으로, 들어간 새는 밖으로 나가고 싶어한다”면서 결혼을 무릇 새장의 새와 같다고 했다. 아내의 후환이 두려워서 이 말을 대놓고 옹호하진 못하지만 결혼 전 갈망과 결혼 후 갈등을 절묘하게 표현한 것 같다.

66% 정도의 새는 새장 안에서 살다가 삶을 마감한다. 아내를 무서워하는 필자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가정이라는 울타리도 새장 속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집안에서 일어나는 식습관 등의 행동 패턴은 서로 닮아갈 확률이 높다. 비만 일가가 가족탕에 들어가 서로의 몸을 본 후 충격을 받았다. 자극을 받은 부부가 자녀들에 앞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고 치자.

같은 기간에 남편은 5㎏, 아내는 2㎏을 각각 감량했다. 거의 같은 운동과 식사를 했음에도 감량 차이가 확연한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근육량과 호르몬에서 찾을 수 있다. 기초대사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근육량이 많다는 것은 에너지 소모율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같은 인원을 승용차와 대형 관광버스에 나눠 태워도 버스의 기름이 훨씬 많이 소비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남녀가 동일한 운동을 수행했다 하더라도 근육량이 우월한 남성의 체지방 감소량이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근육량이 체중 감량에 미치는 영향은 또 있다. 우리 몸의 수분 보유량은 근육량에 비례한다. 수분 감소를 체중 감량으로 간주한다면 근육이 많은 남성이 쏟아낼 수 있는 수분의 양도 많다. 모든 면에서 여성이 체지방을 줄이는 건 남성보다 불리하다. 남녀가 함께 운동을 하되 성과를 비교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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